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과 카사블랑카에서 보낸 72시간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매력을 경험할 공간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매력을 경험할 공간

 

파리 토박이 디자이너가 모로코 경제의 중심이자 국제 도시 카사블랑카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을 공개한다.

 

파리 토박이 디자이너 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은 1991년, 패션 하우스 스텔라 카덴테 Stella Cadente(이탈리아어로 별똥별을 의미)를 론칭했다. 옷, 주얼리, 액세서리, 백, 향수를 디자인한 그는 시앙스 포 Sceineces Po와 뉴욕의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를 졸업하고 몇 년 전 실내 건축가를 프로필에 추가했다. 공동 경영인 플로리앙 클로델과 스텔라 카덴테 스튜디오에서 호텔, 레스토랑을 새롭게 꾸미는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19세기에 지어진 발-두아즈 Val-d’Oise의 도멘 드 마플리에 Domaine de Maffliers 성을 복원했다. 이 성은 2020년 화재로 큰 피해를 입고 한동안 폐쇄됐던 곳이다. 바다와 넓은 공간을 그리워했던 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은 2015년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동양의 뉴욕’으로 생각하는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날아왔다. 이 국제 도시의 에너지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파리지앵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낙타 등에 타고 산책을 다닐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세요. 카사블랑카는 다양한 스타일과 분위기가 뒤섞여 있는 도시예요. 바닷가에 있는 큰 집을 보면 리오 데 자네이루나 상파울로에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키치한 분위기 속에서 격식 없는 프렌치 요리를 맛보려면 셰 개비 Che Gaby로 가면 됩니다. 항구에 있는 극장 라 크리에 La Criee도 잊으면 안 되고요.”

그가 일본 요리를 먹고 싶을 때는 일로리 Iloli로 간다. 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과 플로리앙 클로델 듀오는 1년 전, 라마단 기간에 찍은 사진을 이곳에서 전시했다. 현재 마라케시에 자리를 잡은 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은 두 곳의 숍을 오픈했다. 모로코 경제의 중심 도시이자 하루하루 현대화되는 카사블랑카에는 주기적으로 들른다. 그는 이 도시를 기꺼이 가이드하며 곳곳에 숨은 보석 같은 장소를 소개했다.

 

스텔라 카덴테를 설립한 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이 예전에 살던 카사블랑카의 아파트에서 찍은 사진. 사진은 플로리앙 클로델.

 

“카사블랑카는 동양의 뉴욕이에요.”

 

MIAMI PLAGE

 

절벽 위를 태양의 노란색과 바다의 푸른색으로 칠한 마이애미 해변. 레트로 디자인과 해수로 채운 수영장, 자연의 해변이 시선을 잡아끈다.
ADD Miami Plage, 11, bd de la Corniche

 

MOSQUÉE HASSAN II

“6일간 하늘과 땅을 창조한 이가 바로 그다. 그의 옥좌가 물 위에 있다.”(쿠란 11:7) 전설에 따르면 이 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하산 2세 왕이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 중 하나인 이곳을 건설했다고 한다. 프랑스 건축가 미셸 팽소가 디자인한 하산 2세 모스크는 물 위에 세워졌으며, 2만㎡에 달하는 건물을 짓는 데 1만 명의 장인과 7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ADD Bd Sidi Mohamed Ben Abdellah

 

LES HAMMAMS
DE LA MOSQUÉE HASSAN II

목욕 의식에 무려 6,000㎡가 할애되었다. 무어 양식의 인테리어는 전부 모자이크 타일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되어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세신 전문가들이 라술 Rhassoul(모로코 진흙으로 만든 화장품)을 발라주며 아르간 오일로 피곤한 몸을 마사지해준다.
ADD Bd Sidi Mohamed Ben Abdellah

 

ILOLI

활기 넘치는 주방을 마주한 카운터에 앉아 일식을 맛볼 수 있다. 조엘 로부숑 Joel Robuchon의 3스타 도쿄 레스토랑을 거친 셰프 유스케 후루카와가 특별한 일본 요리를 선보인다. 루콜라 소스를 뿌린 두부, 푸아그라를 얹은 장어 요리 등 퓨전 일식이다. 디자이너 겐조 타카다의 이름을 딴 말차 므왈뢰 Moelleux와 구아나야 Guanaja 초콜릿 퐁당, 유명한 축구 선수 히데토시 나카다의 이름을 딴 장미와 리치를 넣은 티라미수 등의 디저트도 훌륭하다.
ADD 33, rue Najib Mahfoud

 

 

“카사블랑카에는 다양한 스타일과 분위기가 혼재해 있어요.”

 

PÂTISSERIE BENNIS HABOUS

많은 사람이 카사블랑카에서 최고의 제과점으로 꼽는 곳이기 때문에 꼭 들러야 한다. 초승달 모양의 과자 코른 드 가젤 Cornes de Gazelles과 아몬드, 오렌지나무 꽃을 넣은 과자가 특히 인기 있다.
ADD 2, rue Fkih El Gabbas

 

MUSÉE DE LA FONDATION ABDERRAHMAN SLAOUI

1980년에 오픈한 작은 박물관에서는 설립자이자 컬렉터인 압데르만 슬라위의 컬렉션을 전시한다. 동양의 포스터부터 조각을 새긴 크리스털 보물 상자, 아이섀도 용기까지. 특히 아이섀도는 세균 감염과 모래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의 모든 사람이 사용한 것으로, 만드는 법이 엄마에서 딸로 비밀리에 전해졌다.
ADD 12, rue de Parcv

 

MARCHÉ CENTRAL

꽃과 과일, 채소, 생선을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시장. 테라스에서는 타진 요리나 신선한 생선 그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장바구니에 꽃가루와 로열젤리, 꿀, 바구니, 버들가지로 만든 슬리퍼 바부슈를 가득 채우고, 몽 그러니에 Mon Grenier에서는 오래된 은 사진기와 담뱃갑 등 희귀한 보물을 찾을 수 있다.
ADD Bd Mohammed V

 

VILLA DES ARTS

아르데코와 큐비즘, 아르누보가 뒤섞인 이곳은 카사블랑카 최초의 개인 박물관이다. 1990년대부터는 알 마다 협회 Fondation Al Mada에서 컨템포러리 아트와 모로코의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의 작품을 조명하고 있다.
ADD 30, Boulevard Brahim Roudani, rue Abou El Kacem Chabi

 

프라이빗 해변과 레스토랑, 클럽이 즐비한 카사블랑카 해안.

 

1918년 알베르 라프라드가 앙리 프로스트의 감독 아래 디자인한 아랍 연합 공원.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로 녹지가 많아 허파 같은 역할을 한다.

 

SOFITEL TOUR BLANCHE

메디나, 카사 포트 역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소피텔 투어 블랑슈 호텔. 바와 레스토랑을 스텔라 카덴테 스튜디오에서 리노베이션했다. 하산 2세 모스크가 보이는 뷰와 친절한 접대, 스파 그리고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버터와 꿀을 바른 맛있는 크레이프도 훌륭하다.
ADD Rue Sidi Belyout

 

CAFÉ IMPÉRIAL

하부 Habous 지구의 중심지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반드시 테라스의 큰 나무 아래 그늘에 자리 잡고 민트 티를 마시길 권한다.
ADD Allée Imperial

 

 

“국제적인 도시의 이런 에너지라니!”

 

 

LES HABOUS

아랍과 안달루시아 양식이 섞인 건축물과 흰색 아치 아래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이 즐비한 시장. 이곳에서 파는 보물 같은 물건만큼이나 매력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앤티크와 수북이 쌓인 바부슈, 베르베르족 태피스트리, 컬러풀한 젤라바(두건과 긴 소매가 달린 외투) 그리고 특히 화상을 입지 않게 뜨거운 차주전자를 잡는 데 사용하는 전통 손잡이를 꼭 찾아보자.

 

LE BALCON 33

“이 낡은 레스토랑 겸 디스코텍의 큰 네온사인을 뒤에 두고 바다를 마주하면 카사블랑카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스타니슬라시아 클라인이 이야기한다.
ADD 33, bd de la Corniche

 

Quartier Habous

이 도시는 건축적인 보물로 가득하다. 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와 라치드 안달루시가 디자인하고 모하메드 V 광장에 위엄 있게 서 있는 그랑 테아트르 Grand Theatre처럼 모던한 건물도 있고, 1918년에 지어진 포스트 상트랄 Poste Centrale처럼 더 오래된 건물도 있다.

 

 

고딕과 아르데코 양식이 섞인 사크레-쾨르 Sacre-Coeur 교회. 지금은 종교적 건물이 아니라 원래의 의미를 잃었다. 순백으로 칠한 이 건축물은 폴 투르농이 디자인하고 1930년부터 짓기 시작했다.

 

CINÉ-THEÂTRE LUTETIA

1950년대 초에 오픈한 루테티아는 1970년대 영광의 시기를 누렸다. 매표소에 늘어선 줄과 사람들로 가득했던 영화관. 도시의 영화광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영화 프로그램을 즐겼다. 몇 년 전 리노베이션했지만 예전의 매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ADD 19, rue Tata

 

LA TAVERNE DU DAUPHIN

옛 감성이 매력적인 식당으로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풍경이 전설적이다. 브르타뉴 출신이자 모로코에서 태어난 시릴 케리넥이 4대째 운영하고 있으며, 근처 항구에서 수급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생선으로 만든 풍성한 요리를 선보인다.
ADD 45, bd Félix Houphouet-Boigny

 

LA SQALA

전형적인 모로코 인테리어로 장식한 레스토랑(카사블랑카에서는 흔치 않다). 이곳 손님들은 전통에 따라 금요일마다 일곱 가지 채소와 트파야 Tfaya(캐러멜라이징한 양파로 만든)를 넣은 쿠스쿠스를 부겐빌리아 나무 아래에서 먹는다. 디저트로는 오렌지나무 꽃을 넣은 바삭한 파스티야를 먹어볼 것.
ADD Boulevard des Almohades

CREDIT

editor

마들렌 브와쟁 Madeleine Voisin

photographer

루이즈 데노 Louise Desnos

TAGS
좋은 욕실에서 취하는 안락한 휴식 ②

세련된 욕실을 완성해줄 아이템 10

세련된 욕실을 완성해줄 아이템 10

 

Enter the Lines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플레턴버그 베이 Plettenberg Bay에 있는 욕실. 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이 욕실은 침실의 창 덕분에 빛이 잘 든다.

 

나무 소재로 세련된 호텔 스위트룸 같은 욕실.

 

바다 소리 듣기

조개껍데기로 만든 장식용 목걸이 ‘트리발 Tribal’은 뫼블 파시옹 Meuble Passion. 30×7×37cm, 70유로.

 

 

점묘화

시멘트와 나무로 된 비누 용기와 칫솔꽂이는 르 그랑 콩투아 Le Grand Comptoir. 7/8×17/11.5cm, 각각 19유로, 10유로.

 

 

팽이

딤브 Dimb 나무 타브레 ‘지그 재그 Zig Zag’는 더 쿨 리퍼블릭 The Cool Republic의 폴포탕 Polpotten. 29×45cm, 695유로.

 

 

하나의 블록

Quaryl®라는 소재로 만든 아일랜드 욕조 ‘피니언 Finion’은 빌레로이&보흐 Villeroy&Boch. 170×70cm, 약 6722유로.

 

 

사각형

면 소재의 욕실 태피스트리 ‘퐁통 피에르 Ponton Pierre‘는 올리비에 데포르주 Olivier Desforges. 50/60/60×70/90/120cm, 49유로부터.

 

 

모서리 둥글리기

떡갈나무 프레임의 둥근 거울 ‘아말랭 Amalyn’은 메종 뒤 몽드. 80×167cm, 269유로.

 

 

대나무 바구니

대나무 바구니 3개 세트는 콩포라마의 당 마 메종 Dans Ma Maison. 29/35/41×29/35/41×33/39/45cm, 239유로.

 

 

화강암 무늬

테라초 타일 ‘테라초 블랙 오로 아두시 Terrazzo Black Oro Adouci’는 파케-카를라주닷컴 parquet-carrelage.com. 60×60cm, 평방미터당 118.80유로.

 

 

미로 같은

떡갈나무와 황동으로 된 선반 겸 파티션 ‘클로스트라 Claustra‘는 레드 에디시옹 Red Edition. 90× 9×240cm, 1690유로.

 

 

꽃 샴푸

캐모마일 꽃과 샐비어 잎 등을 넣은 샴푸는 이솝 Aesop. 500ml, 39유로.

CREDIT

editor

마틸드 빌 Mathilde Bill

TAGS
건축가 조 나가사카의 모험

조 나가사카의 연결적 건축이 돋보이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조 나가사카의 연결적 건축이 돋보이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장소를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일본 건축가 조 나가사카가 1990년대 지은 벽돌 건물을 갤러리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6층 VIP 공간은 화이트 큐브가 필요 없기 때문에 통유리창을 만들어 창덕궁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키친도 마련해 VIP를 위한 파티도 개최할 수 있다.

 

조 나가사카 Jo Nagasaka라는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그가 디자인 한 건축물은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조 나가사카(스키마타 건축 Schemata Architects 소속)는 카페 블루보틀의 공간 디자인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일본 디자이너이다. 일본에서만 11곳의 블루보틀을 설계했으며, 서울과 상하이의 블루보틀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그의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보다 기존 건축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국제적 명성을 가진 조 나가사카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디자인을 맡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10여 년 전 우연히 안국역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방문해 깊은 인상을 받았던 감동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런 인연으로 아라리오갤러리를 설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몰랐다. 조 나가사카는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씨킴)과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김창일 회장은 아티스트이면서 동시에 사업가라는 연결되지 않은 두 캐릭터를 지니고 있기에, 솔직히 처음에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조는 제주의 아라리오뮤지엄 세 곳도 방문하면서 우연을 운명으로 이어나갔다. 전격적으로 아라리오와 손잡았던 제주 프로젝트는 아트 호텔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와 업사이클 의류 매장 솟솟리버스 등이다. 아시다시피 제주의 아라리오뮤지엄 세 곳은 각각 과거에 극장과 모텔이었고,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는 자전거 판매점이었다. 이렇듯 제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에 이어, 서울의 갤러리 디자인에도 참여하게 된 것.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외관. 입구에는 권오상의 브론즈 조각이 있고, 옆으로 보이는 유리 건물에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묘미’와 카페 등이 입점해 있다.

 

원서공원이 내려다보이는 5층 VIP 공간.

 

“일본에서 회장 직함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더 깨끗하게, 더 인상 깊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데, 미술관을 보니 김 회장과 일하면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건물의 역사를 살린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 둘의 공통점입니다. 다만 나는 그곳에 그 건물이 존재하던 때의 상황에 관심 있고, 김 회장은 누가 어떻게 왜 그 건물을 지었는가에 보다 집중하는 편입니다.” 아라리오 서울은 일명 ‘아라리오 타운’의 화룡점정에 위치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레스토랑 건물, 한옥 카페 프릳츠가 모여 있는 가장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아라리오뮤지엄은 1977년 건축가 김수근이 공간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완공한 등록문화재 586호로, 2014년 이곳에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아라리오 타운을 조성하게 된 것. 시원한 유리창이 아름다운 레스토랑 건물은 1997년 김수근의 제자 장세양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며, 이번에 갤러리까지 들어서면서 한자리에서 예술과 미식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소의 역사성이 조 나가사카에게 고민을 안겨준 큰 요인이기도 했다

 

아라리오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일본의 스타 건축가 조 나가사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까만 벽돌 뮤지엄과 유리 레스토랑 건물이 이미 있었기에, 그다음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지은 건축물의 대비 속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더군다나 나는(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본 사람이잖아요.” 그는 갤러리 건물도 김수근이 지었던 미술관과 같은 검은색 벽돌 외관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기존 건물들과 통일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한옥 앞 바닥부터 까만 벽돌로 정리하고, 갤러리 지하 1층으로 검은 벽돌이 이어지도록 했다. 그래서 갤러리로 들어가는 입구는 두 개이지만, 전시는 항상 지하 1층에서부터 시작되는 구조를 이루게 되었다. 이를 통해 벽돌과 유리 건물의 대조 안에서 시간적 대비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다만 1990년대 지어져 사무실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도 왜 김수근의 건축물과 비슷한 검은 벽돌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얼마 전 호기심을 해결했다. 공식적으로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김수근의 제자에게 들은 바로는 서울시가 당시 공간 사옥 주변 건축물도 같은 검은 벽돌로 만들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갤러리 설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는 건물의 사용 목적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주어진 환경과 기존 건축 소재가 있고, 그 안에 반드시 있어야 할 조건을 염두에 둔다면 갤러리 역시 기존에 해왔던 프로젝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1층부터 4층까지의 전시장은 화이트 대리석 큐브이고, 층계는 통유리로 마감해 창덕궁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층계와 복도에는 기존 건물의 콘크리트와 벽돌을 그대로 남겨두었으며, 때로는 새로 만든 검은 벽돌로 창문을 가리거나 공간을 재창조하기도 했다.

 

“화이트 큐브라는 갤러리의 필수 요건 외에는 추가적인 조건 없이 갤러리 건축을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설계한다는 것은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더 많습니다. 미술관을 단순한 벽돌 건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살펴보니 콘크리트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알아가는 과정이 건축가의 즐거움이지요. 처음에는 창덕궁이 좋은 풍경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작은 구멍으로 보고 풍경을 깨달아서 이를 적극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과정에서의 인식이 설계에 반영되고, 건물을 이해하고 환경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보람이다. 이는 어떤 종류의 설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주택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클라이언트를 100% 이해하기는 어렵다. 설계하면서 가족을 만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늘 겪는다. 갤러리는 총 6층 건물인데,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지하 1층부터 4층까지는 모두 화이트 큐브로 마감했다. 반면에 그림을 걸지 않는 리셉션과 계단은 화이트를 배제한 벽돌과 콘크리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층계의 통유리창은 옆 레스토랑 건물의 전망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재개관을 맞아 젊은 남성 작가 5인의 <낭만적 아이러니 Romantic Irony> 가 층마다 열리고 있다. 갤러리 입구에는 권오상 작가의 브론즈 조각이 관람객을 반긴다. 지하 1층에서부터 전시를 보면서 위로 올라가는 동선을 추천한다. 엘리베이터가 있기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위로 올라가는 동선이 더욱 극적이다. 검은 벽돌 바닥이 돋보이는 지하에서는 안지산 작가의 회화가 펼쳐진다. 눈 폭풍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먹고 먹히는 순환 관계를 묘사한 그의 쓸쓸한 그림은 요즘 인기가 높다.

1층은 2층과 천장을 텄기 때문에 높은 층고가 시원하다. 리셉션을 제외한 사방이 화이트 컬러이며, 김인배 작가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인배는 접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합판으로 만든 5.6m의 파주 지도, 각각 정형 · 비정형으로 만든 2개의 프로펠러 등이 재미있다. 엘리베이터 애호가라고 할지라도, 꼭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은 놀라운 전망의 포토 스폿이다. 미술 작품에 직사광선이 비추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시장은 창을 낼 수 없다. 그래서 계단이 있는 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창덕궁을 조망할 수 있게 한 것. 특히 과거 건축물의 흔적이 거칠게 남아 있는 벽, 천장과 달리 계단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 묘한 구도를 이룬다. 조 나가사카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풍경을 보며 기분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재개관전을 맞아 5층 VIP 공간을 전시장으로 특별 개방했다.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위로 올라감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이곳만의 특징이다. 3층에는 그로테스크한 인간 미니어처 작품으로 알려진 이동욱 작가의 5점의 신작이 있고, 4층에서는 노상호 작가가 AI 생성 이미지 도구로 만든 가상의 이미지를 다시 재구성해 그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5층과 6층은 원래 VIP 고객을 위한 공간인데, 재개관전에서 5층은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5층부터는 공식 전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화이트를 줄이고, 콘크리트와 벽돌이 많이 보이게 전환했다. 가설로 화이트 벽을 만들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를 뺄 수도 있다. 지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있는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6층에서는 화이트, 벽돌, 콘크리트라는 3개의 주요 소재가 가장 잘 보이는 그러데이션을 발견할 수 있다.

“옥상은 최종적으로 완전히 화이트를 배제했고, 창덕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전망입니다. 이러한 층별 여러 가지 시퀀스가 디자인의 주제이며, 외관적으로 강렬한 건물이기보다는 관람객의 체험을 통해 완성되는 공간 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당연히 작품이 이곳의 주인공이지만, 설명이 없어 도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공간 컨셉트가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1, 2층을 연결해 층고가 높은 1층은 화이트 큐브로 작품이 돋보이게 설계되었으며, 김인배 작가의 신작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공간과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건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는 지속가능한 건축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도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영향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가 몰두하는 작업은 철거해도 되는 집을 선정한 후, 이 집의 부분들을 옮겨서 새로운 상점을 만드는 핸드메이드 로컬 프로젝트이다. 또한 무인도에서 물과 태양을 에너지로 사용하며 인프라프리 생활을 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을 맞아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 작업이다. 버려진 재료를 활용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이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아직 기밀이라고 하니, 빨리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다. 21세기 건축가는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한다. 공간 디자인에 따라 삶의 방식과 철학이 변화하며, SNS가 발전하면서 모든 프로젝트는 완성 후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촉진하게 됐다. 이 것이 조 나가사카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CREDIT

writer

이소영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