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별로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일본식 꼬치구이 야키토리.
5만원대부터 1만원대까지 숯불 향을 가득 머금은 야키토리 맛집 세 곳을 다녀왔다.
과연 명성대로군! 야키토리 묵
집에서 꽤 먼 연남동에 있어서 늘 주저하던 야키토리 묵이 신사점을 오픈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오픈한 야키토리 묵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다른데, 야키토리 오마카세는 오후 5시와 7시에 진행되며 가격은 3만5천원이다. 재료를 직접 굽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는데 은은한 그릴 향과 분위기를 돋워주는 적당한 연기 그리고 눈앞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재료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배추 샐러드와 감자칩은 기본 세팅돼 있고 가벼운 전식 이후에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됐다. 닭가슴살, 네기마, 구운 토마토, 난방츠케, 닭날개, 닭간 파테, 허벅지살, 염통 그리고 떡과 식사까지 촘촘하게 구성됐다. 야키토리는 재료의 신선함과 굽는 정도가 중요하다. 내 기준에서는 조금 오버쿡인 느낌이 있었지만 대체로 부드럽고 맛있어서 금세 꼬치를 빼냈다. 간 부위를 먹지 않아 닭간 파테는 망설여졌지만 의외의 킥인 블루베리잼 덕분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야키토리의 꽃은 츠쿠네가 아니던가! 츠쿠네는 별도 단품 메뉴로 주문해야 해서 아쉬웠지만 수란과 간장에 버무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츠쿠네 맛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저녁 식사 이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9시부터는 안주 오마카세로도 즐길 수 있다. 주류가 필수인데, 야키토리를 먹으면서 술을 곁들이지 않을 수 있겠나.
부드러운 허벅지살
식사로 나온 누룽지
츠쿠네
훈연한 닭안심
TEL 0507-1446-3433
토종닭의 승부사, 야키토리 혼바
성수동의 야키토리 전문점 아타리와 코치를 운영하는 박건순 셰프가 지난 2월 20일 용산 후암동에 새롭게 오픈한 따끈한 신상 업장이다. 오픈 런을 불사해야 하는 두 곳에 비해 덜 알려진 덕분에 아직은 쉽게 예약이 가능했다. 3층에는 바 좌석과 테이블석이, 4층에는 단체를 위한 프라이빗 룸이 자리한다. 혼바는 일본어로 본고장을 뜻하는데, 메뉴판 첫 장에 쓰인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섹시한 야키토리 마스터가 진정성과 정통성을 담아 구워내는 국내산 토종닭을 경험할 수 있다’는 문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닭간 파테 모나카
작은 안주 2종과 야키토리 8종, 채소 3종, 간단한 식사와 디저트로 구성된 ‘수고했어 코스’ 단일 메뉴로 1인 1주류 필수에 코스가 끝나면 추가적으로 단품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일본 소주와 사케, 하이볼, 맥주 리스트가 눈에 띄었다(술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우롱차도 준비되어 있다). 닭간 파테를 넣은 바삭한 모나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됐다. 닭껍질과 닭모래집, 오이절임, 닭다리살, 염통, 어깨살, 안심, 츠쿠네, 토마토 등 다양한 꼬치가 줄지어 나왔다. 적당한 간에 적당한 굽기, 적당한 간격 등 모든 것이 적당했다. 확실히 토종닭이라서 그런지 쫄깃한 식감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하츠모토라 부르는 닭동맥 꼬치는 생전 처음이라 인상 깊었던 메뉴. 다른 야키토리에 비해 특수 부위가 다양하고 타래(간장)를 묻힌 꼬치가 많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식사로 제공된 작은 주먹밥구이와 큼직한 건더기가 들어간 톤지루를 먹자 생각보다 포만감이 올라왔다. 코스의 마무리는 역시나 아이스크림. 5만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구성이 다소 아쉬웠지만 또 찾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INSTAGRAM @honba_kr
가성비 갑! 1만원대 코스, 야키토리 로만
WBC 야구 한일전으로 잠실 먹자골목이 떠들썩했던 날, 그중에서도 가장 문전성시를 이루는 야키토리 로만을 찾았다. 잠실새내역 초입에 위치한 이곳은 야키토리 오마카세를 전문으로 모두 1만원대의 코스로 구성되어 매우 낮은 진입 장벽이 특징이다. 세 가지 코스 중 가장 비싼 1만9천9백원짜리 7코스를 선택했다. 츠쿠네를 시작으로 삼겹 새우말이, 닭안심, 염통, 엉덩이살, 목살, 닭날개가 차례대로 나왔다. 초반 세 가지는 고정 메뉴이며, 나머지는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선정해 셰프의 추천대로 바뀐다.
츠쿠네
오동통 살이 차오른 츠쿠네는 대표 메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육즙이 뚝뚝 떨어져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에 또 한번 앙코르를 불렀고 살아 있는 새우의 식감과 잘 스민 불 향이 조화로웠던 삼겹 새우말이도 마음에 들었다. 놀랍도록 촉촉한 안심과 잡내 없는 쫄깃한 염통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야키토리 외에도 허기진 배를 채워줄 다양한 요리 메뉴를 갖추고 있다. 계획했던 솥밥은 아쉽게도 30분이 소요돼서 패스하고 감자 고로케와 내장탕,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꼬치구이를 먹다 보면 국물과 탄수화물이 당기기 마련인데, 이곳은 열 가지가 넘는 사이드 메뉴를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주류 메뉴 또한 빼놓을 수 없을 터. 약 7천원대의 저렴한 하이볼과 다양한 일본 소주와 사케를 판매한다.
야키 오니기리
닭안심과 염통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운영 방식에 아쉬움도 남았다. 금요일을 비롯한 주말 저녁 6시 이후로는 워크인 손님만 받는데, 다찌 좌석은 오마카세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약 8개의 테이블 세팅이 모두 완료되어야만 손님을 자리로 안내했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예약제로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야키토리 로만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평일 저녁으로 미리 예약하거나 한두 시간 정도의 웨이팅은 감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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