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랑방

지속 가능한 움직임 1유로 프로젝트

지속 가능한 움직임 1유로 프로젝트
  1천3백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할 1유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집주인에게 1유로를 주고 3년간 빌린 코끼리 빌라가 새 단장을 마쳤다. 핫플레이스인 성수동과 인접해 있고, 이제 곧 벚꽃으로 물들 중랑천이 가까이 흐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봄을 어렴풋이 내보이던 월요일 점심, 1유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송정동 코끼리 빌라를 찾았다. 1유로 프로젝트는 순수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도시 상생 프로젝트다. 도심 속 비어 있던 오래된 건물을 건물주에게 단 1유로만 주고 빌려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사업이다. 깔끔하게 새 단장을 마친 코끼리 빌라는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싱그러운 기운이 완연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걸으며 몇 동 몇 호로 불렸을 각각의 방을 상상하면서 입점 브랜드를 살피고 있었다. “오셨어요?” 막 운동을 마치고 온 듯한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로칼 퓨처스(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의 최성욱 대표다. 그는 친환경 브랜드 ‘베러얼스’와 함께 지역주민, 인근 브랜드, 타 지역 일반인과 플로깅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플로깅은 조깅하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이번이 2회 차고, 송정동 일대를 뛰며 배수구 주변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여한 타 지역 일반인 중에는 평택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요일 대낮부터 쓰레기 줍자고 저 멀리 평택에서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고요?’ 묻고 싶었지만 건네준 음료를 마시며 그 질문까지 삼켰다. 한껏 상기된 그의 얼굴에서 옅게나마 뿌듯함과 자부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서울 가드닝 클럽이 운영하는 공유 정원. 번호가 적힌 각각의 플랜터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건물 뒤편에 위치한 보마켓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는 로컬 마켓을 지향한다.
 
금방 플로깅을 다녀온 로칼 퓨처스 최성욱 대표.
  최성욱은 건축가이자 네덜란드에서 도시 재생을 공부한 사람이다. 서울시에 소속되어 지난 6년간 도시 재생 공공사업을 실행했다. 그랬던 그가 작년 2022년 4월 퇴사하고, 그로부터 7개월 만에 이룬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제가 진정 바랐던 도시 재생은 공공사업으로는 이룰 수 없었어요. 많은 한계에 부딪히곤 퇴사를 결심했죠. 동시에 제가 직접 도시 재생 사업을 주도하면 적어도 무언가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그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좋은 사람과 좋은 도시, 더 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꿈꾼다.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자연적으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과 영향력에 동의하는 착한 건물주와 여러 브랜드가 모여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오래된 도시에 지속가능한 활성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베러얼스.
  이곳 코끼리 빌라의 임대료는 1유로 약 1천3백원, 계약 기간은 총 3년이다. 최성욱 대표는 비어 있는 오래된 집을 찾아 다니며 지금의 집주인을 만났다. 지금껏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조차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들어 1유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시키고, 이 사업을 진행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 소득에 대해 설명하는 등 집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집주인은 3년간 건물을 빌려줄 경우 노후화된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면 인근 상권까지도 함께 개발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치도 높아지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행히 코끼리 빌라 집주인이 1유로 프로젝트와 뜻을 함께했고, 최성욱 표는 계약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할 브랜드를 모집했다.  
제품의 가치 있는 쓰임에 집중하는 브랜드 베데레의 작업실.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리사이클 센터.
 
여행자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아지트 앤티크하우스 서울.
  “브랜드 선정 기준은 ‘이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사람들이 경험한 이후 바뀐 이 상상이 가는가?’였어요. 지역 환경과 주민 그리고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어요.” 그렇게 최종 선정된 17개의 브랜드는 3년간 건물에 대한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1유로 프로젝트에 입점할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 일주일에 한 번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각 브랜드 성격에 맞게 지역주민이나 방문객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이나 쿠킹 클래스, 드닝 등을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오전에 있었던 플로깅도 시그니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건축가 출신다운 감각적인 공간 설계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벽을 뚫거나 가벽을 세워 마치 건물 안에서 골목 같은 동선을 구현한 것이다. 브랜드를 일렬로 줄 세운 단조로운 구성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브랜드 공간을 방문객이 찾아다니게끔 유도했다. 최성욱 대표는 지하 1층부터 3층 루프톱까지 유동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에 대한 설명과 브랜드 소개를 이어갔다. “폐허나 다름없었던 당시의 사진을 건물 곳곳에 붙여놨어요. 보는 것처럼 계단 난간이나 타일 등 옛 건물에 대한 단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인식시키려는 의도예요.” 설명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그를 따라간 루프톱에는 ‘서울 가드닝 클럽’이 있었다. 이 브랜드는 정원이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에 생기를 더할 수 있다고 믿는 플랫폼으로 스포츠처럼 조경을 할 수 있도록 옥상에 공유 정원을 설치했다. 텃밭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플랜터를 멤버십 가입자에게 분양하고, 채소나 허브가 자라면 수확해서 같이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도심 속 오롯한 쉼을 선사하는 1인용 프라이빗 목욕탕 위크엔더스 바쓰.
 
중랑천을 오가는 러닝 클럽과 러너들을 위한 사랑방 런더풀.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베러얼스’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면서, 1유로 프로젝트와 지역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법을 직접 시범해 보여준다. 1유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 정책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주도적으로 모아 자원 재순환을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물을 정수할 때 사용하는 브리타 필터는 9개가 모이면 본사에 재활용 신청을 할 수 있는데, 9개를 모으는 1년의 시간 동안 필터를 각 가정에서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착안해 베러얼스가 지역의 거점이 되어 동네 주민들의 브리타 필터를 대신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병뚜껑은 열쇠고리로, 우유팩과 테트라팩은 구청에서 휴지로 교환해 필요한 곳에 나누기도 한다. “각각의 브랜드가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지역의 풍경을 바꾸기도 해요. 1층에 자리한 ‘런더풀’은 서울에 있는 1000여 개 러닝 클럽 크루의 사랑방이에요. 아침이면 이곳에 모여 짐을 맡기고 건물 앞에서 몸을 풀어요. 바로 옆에 중랑천이 있어 일반 러너들에겐 휴게소가 되어주기도 하죠. 이는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요.”  
리뉴얼을 기다리는 빈 공간은 동네 주민들의 당근마켓 미팅 포인트로 활용된다.
  설명을 듣는 내내 어색할 정로도 이상적인 이야기뿐이어서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과연 돈이 될까?’ 이건 공공사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민간 사업이고, 로칼 퓨처스의 개인 사업이다. 지역과 상생하면서도 브랜드는 성장을 이뤄야 하고, 환경문제와 도시 재생의 목적도 소홀해선 안 된다. 이 모든 걸 지키면서 돈도 벌어야 한다. 최성욱 대표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알아챈 듯 말을 이어갔다. “이상과 현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의 경험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저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실행하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이 사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저들이 하는 일들이 세상에 도움이 된대’ 정도만 알아줘도 너무 감사해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이 사업도 더욱 단단해질 테니까요.” 1유로 프로젝트는 로칼 퓨처스의 정체성이 담긴 사업이다. 큰돈은 벌 수 없지만 꾸준히 지속하고 싶은 사업이고, 이 사업으로 만들어질 네트워킹이 자신들의 자산이라 믿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 끼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며 돌아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쫒는 그의 이상과 러닝복 차림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가 꿈꾸는 세상이 내가 사는 도시와 우리 동네에도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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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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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이스트의 보물

은행 건물을 아름답게 개조한 뉴욕 나인 오차드 호텔

은행 건물을 아름답게 개조한 뉴욕 나인 오차드 호텔
  트렌디한 바와 음악 공연장,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어 멋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로어 이스트에 오래된 은행 건물을 개조한 호텔이 새롭게 들어섰다.  
화려하고도 장엄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호텔 로비.
  지금 뉴욕에 있는 호텔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나인 오차드 Nine Orchard일 것이다. 이름 그대로 오차드 스트리트 9번가에 위치한 이 호텔은 역사적인 건물을 오랜 시간 공들여 복원한 것으로 오픈과 동시에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과거의 모습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시대를 아우르는 인테리어가 큰 특징. 자본주의의 성지라 불렸던 자물로브스키 은행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이곳은 총 116개의 객실과 두 개의 레스토랑으로 구성된다. 유난히 저층 건물이 많은 오차드 스트리트에 우뚝 솟은 14층 높이로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이 건물은 아쉽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파산 후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면서 기존 보자르 건축양식을 띠고 있던 고유의 장식이 사라지고 상당 부분이 변형된 것. 하지만 호텔 측은 원래 있었던 시계와 옥상에 있는 60피트 높이의 템피에토를 복원하면서 예전의 화려하고도 장엄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체크인 카운터로 변신한 옛 은행 창구.
 
1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호텔 외관.
  한때 은행 창구로 사용되던 곳은 체크인 카운터로 변신해 투숙객을 맞이하며,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높은 천장의 큰 아치형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레스토랑에 대한 설명도 빼놓을 수 없다. 저명한 셰프이자 뉴욕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사업가인 이그나시오 마토스가 투숙객의 식도락을 책임진다. 은행의 출납실을 라운지로 개조한 칵테일바 스완룸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젊고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로 완성해 투숙객에게 특별한 밤을 안겨준다. 코너바는 미국의 여느 동네에 있을 법한 편안한 선술집에서 영감을 받은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맛과 쉼을 동반한다. 오차드 스트리트에서 장엄한 매력을 뽐냈던 건물에 현대적 아름다움을 가미해 완성한 나인 오차드 호텔은 로어 이스트의 보물과도 같은 장소일 것이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객실.
 

ADD 9 Orchard St, New York, NY 10002
TEL 212-804-9900
WEB nineorch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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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담은 5성급 부티크 호텔, 메종 프루스트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담은 5성급 부티크 호텔, 메종 프루스트
  진정한 파리지앵을 꿈꾼다면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를 고스란히 품은 호텔 메종 프루스트를 방문해보자.  
객실에는 19세기 말에 그려진 진품 그림을 배치해 시대감을 극대화했다.
  파리는 누구나 한 번쯤 가는 명소를 방문하는 초급 코스부터 나만의 취향을 찾아 즐기는 방법까지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파리를 여러 번 방문해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파리를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촬영 장소도 물론 괜찮지만, 진정한 파리의 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전성기였던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를 기록한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흔적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그의 팬이라면 반드시 방문해볼 만한 호텔이 있다.  
예약을 통해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 모습.
  새롭게 오픈한 ‘메종 프루스트’는 완벽한 19세기의 파리 모습을 느낄 수 있는 5성급 부티크 호텔로 벨 에포크 시대와 현시대 파리의 아름다움을 가장 조화롭게 표현하기로 유명한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의 마법으로 탄생했다. 마치 프루스트와 함께 파리의 사교계 파티장에 입장하는 듯한 착각이 드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객실부터 프루스트와 가까웠던 사교계 인물과 그가 좋아했던 예술가(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의 이름을 붙였다. 객실에 걸려 있는 그림까지 19세기 말에 완성된 진품으로 장식되어 있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열혈 독자에게 최고의 호텔이 될 듯하다.  
다양한 주류 리스트가 준비되어 있는 바.
  편의시설도 훌륭한데, 10m 길이의 수영장과 사우나는 예약을 통해서 매일 한 시간씩 프라이빗하게 이용 가능하며, 바와 레스토랑 또한 현지인들에게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호텔의 위치도 마레 지구에 자리하고 있어 쇼핑은 물론 파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파리 역사 박물관(카르나발레)을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 박물관에는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던 집의 침실과 작업장, 가구들을 그대로 옮겨 놓아 더욱 생생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자크 가르시아의 손을 통해 완성된 벨 에포크 시대 분위기의 객실.

ADD 26 rue de Picardie 75003 Paris
TEL 33 1 86 54 55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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