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음식

봄철 식재료로 원기 회복을 해볼까

봄철 식재료로 원기 회복을 해볼까
  원기 회복을 위한 장어와 굴 그리고 향긋한 봄철 식재료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게 해줄 음식점 세 곳.  

보양 오마카세, 기후

 

  벚꽃은 만개하고 옷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완연한 봄 날씨 같지는 않다. 비가 오는 날도 잦고 황사 바람까지 더해져 괜스레 몸이 더 허약해지는 기분. 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날씨 탓에 지친 몸을 달래줄 보양 음식이 필요했다. 어떤 재료가 나의 몸을 보양해줄까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 멈춰 서게 한 키워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보양 오마카세! 성수동에 자리한 기후는 보양 음식을 오마카세 형식으로 내어주는 독특한 음식점이었다. 이곳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경된다. 현재는 ‘온풍의 봄’을 주제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기와 기운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제철 봄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구성했다. 그날의 신선도에 따라 생선류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방문 전에 메뉴는 문자로 발송된다.         대저토마토와 야채절임으로 시작해 주꾸미조림, 피조개 더덕 초된장 샐러드, 참치뱃살 아보카도무침으로 잠자고 있던 입안을 향긋하게 깨웠다. 이후 전복과 참치 사시미, 붕장어와 삼치 마끼, 한우차돌박이 스시 그리고 닭다리 누룩구이와 두릅을 곁들인 한우 육전으로 뱃속에 기름칠을 하고 도다리 쑥국과 무청시래기를 넣은 달래 보리밥으로 배를 채웠다. 특히 귀여우리만치 작은 인삼을 올린 닭구이 메뉴에서 보양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컨셉트로 통일된 일식 오마카세에 익숙해진 탓일까. 일식과 한식이 애매하게 섞인 퓨전 음식에 집중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 또 점심 역시 저녁과 동일한 8만8천원이라는 점도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다. 보양 오마카세라는 색다른 시도는 좋았으나 가짓수를 조금 줄이고 요리 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재료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봐도 좋겠다.

INSTAGRAM @kihoo_official

   

모던 장어, 만리지화

    이제는 장어에도 스타일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 억지스럽겠지만 ‘만리지화’의 장어는 모던하다. 등산을 마치고 혹은 계곡에 놀러 갔다 불판에 굽는 장어집을 생각한다면 비교가 쉽다. 광화문에 위치한 만리지화는 디자이너 양태오가 디렉팅한 인테리어로 공간을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점심에는 장어덮밥이나 구이 한 상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를 추천하지만 저녁에 방문했다면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산뜻하고 고소한 샐러드부터 깊은 뭇국 맛이 나는 무와 전복을 활용한 전채 요리와 한입씩 먹기 좋은 장어구이 그리고 면과 덮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사 메뉴까지 장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깔끔한 맛에 반할 것이다. 만약 장어를 좋아하거나 소식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라면 다양한 재료를 장어와 곁들여서 먹을 수 있는 장어 소금구이 구절판을 시켜볼 것. 개인적으론 코스 메뉴의 양이 조금 부족했다. 새콤한 기본 찬들 덕분에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고 레드 와인까지 곁들이니 절로 힘이 나는 저녁 식사였다.

TEL 02-2251-8522

   

봄철에 즐기는 굴, 더즌 오이스터 한남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높은 영양가를 지닌 굴. 굴을 참 좋아했지만 종로 굴보쌈집에서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호되게 당한 후로는(응급실에 실려감) 애써 외면해왔다. 그런 내가 4월의 굴을 먹게 될 줄이야. 올해 초 오픈한 더즌 오이스터 한남은 서익훈 대표가 펄쉘과 펄쉘 프리미에, 더즌 오이스터 성수에 이어 네 번째로 문을 연 업장이다. 하나같이 굴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 레스토랑이 뜨거운 여름을 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삼배체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굴은  4월부터 8월까지 산란기에 들면 독을 품고 있는데, 생식 기능을 없애고 양식 전용으로 개발한 굴이 바로 삼배체굴인 것. 패독이 없어 사시사철 즐길 수 있고 온전히 성장에만 집중하기에 통통하고 크다는 장점이 있다.     더즌 오이스터 한남은 메뉴가 생각보다 다양했다. 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즉석에서 손질한 오이스터 하프 더즌과 그릴에 구운 굴구이를 주문했다. 생굴은 두 가지의 다른 종류를 맛볼 수 있었는데, 태안 갯벌에서 채취해 농축되고 밀키한 맛을 지닌 펄쉘과 강진에서 직송해 담백하고 달달한 끝맛이 특징인 클레어가 그것. 곁들여 나온 레몬을 뿌리고 미뇨네트 소스를 올리니 비릿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뤼에르 치즈와 갈릭 버터를 올려 구운 굴구이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동통한 속살이 입안을 가득 메워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식사의 마무리는 역시나 탄수화물. 이 집의 베스트셀러인 트러플 참소라 요리와 오이스터 리소토를 추가로 주문했다. 무엇보다 그릴링한 굴과 해조류 버터, 보리쌀을 곁들인 크림 리소토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보리쌀의 식감이 재미있었던 메뉴. 다음 방문 때는 꼭 뽀글이와 함께할 수 있길.

INSTAGRAM @dozenoy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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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로 즐기는 도시

도시에서 영감 받은 포시즌 호텔 서울 찰스 H. 바 칵테일

도시에서 영감 받은 포시즌 호텔 서울 찰스 H. 바 칵테일
  향긋한 칵테일이 잘 어울리는 계절을 맞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스피크이지 바 찰스 H.에서 네 곳의 도시에서 영감받아 개발한 20가지 새로운 칵테일 메뉴를 선보인다. 헤드 바텐더와 베버리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각 대륙별로 칵테일이 가장 발달한 도시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영감받은 메뉴를 개발했는데, 바의 이름이기도 한 찰스 H. 베이커 주니어의 저서 <신사의 동반자>에 나온 곳들이라 의미가 깊다. 각 도시는 런던, 하바나, 뉴올리언스, 홍콩인데 블러디 불의 고장인 루이지애나를 표현한 ‘루이지애나 레드’는 직접 만든 핫소스를 더해 시각적으로도 강렬하다. 각 도시의 문화와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맛이 사뭇 궁금해진다.  

TEL 02-638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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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플레이 리스트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의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의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
  지난 18년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200여 권이 넘는 잡지를 마감했던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 전은경의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이 출간됐다. 음악을 틀어놔야 일이 잘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음악이 작업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있다. 정작 저자는 후자에 속했던 사람이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노동요로 적합한 플레이 리스트를 나열한 책이라기보다는 트렌드의 전선에서 오랜 세월 그녀가 쌓은 한 편의 뮤직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여기에 언급된 음악들은 매달 돌아오는 마감이란 팍팍한 나날을 그녀와 함께하며 긴장을 풀어주었던 곡들이다.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은 자신의 마음을 위로했던 음악이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다독여주기를 바라며 그녀가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TEL 02-6013-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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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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