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눈이 시원해지는 대규모 국제 미술전, 광주 비엔날레의 막이 성황리에 올랐다.
엔데믹과 함께 다시 찾아온 광주 비엔날레가 지난 4월 5일 막이 올랐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라는 전시 제목이 비를 불러왔다는 농담과 함께 개막식에는 오랫동안 가물었던 광주에 시원한 비가 내렸다. 전시 제목은 ‘세상에서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도덕경>의 문구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전시를 통해 시대를 돌아보고 새로운 담론을 제기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강자들의 대결로 탈세계화와 양극화를 맞이하는 작금에 적합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테이트모던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수장인 이숙경 예술감독을 포함해 해외 곳곳에서 작가, 큐레이터 등이 한국을 찾았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국제적 분위기가 연출된 가운데 관람객들은 비마저도 함께 즐기며 흥미로운 축제의 시작을 열었다. 개막 전날 무각사에 열린 사찰 음식 만찬과 개막일 저녁에 개최된 김기라 작가의 프로젝트 ‘전남의 마음-또다시 함께’ 만찬과 퍼포먼스는 광주의 ‘맛’을 기억하게 하는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장의 드넓은 공간에 전시된 거대한 규모의 작품들을 보니 오랜만에 눈이 시원해지며 ‘이것이 비엔날레지!’ 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7월 9일까지 개최되는 광주 비엔날레를 방문할 분들을 위해 베스트 코스를 소개해본다.
먼저 KTX를 통해 광주 송정역을 방문한다면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5·18 기념공원에 자리한 무각사에 들러 특별전시 감상과 산책을 추천한다. 홍이현숙, 류젠화, 흐엉 도딘 등의 작품이 입구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광주시청 근처로 음식점과 호텔도 많아 점심식사 및 1박 이상을 하는 분이라면 숙박지도 이 근처에서 골라보길 추천한다. 이어 양림동의 여러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특별전을 놓칠 수 없다. 근대화 시기 해외 선교사들이 자리 잡았던 오래된 가옥이 특징인 지역이기도 하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정채절, 비비안 수터 외 다섯 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며, 바로 근처에는 이번 비엔날레의 특별한 시도인 국가관 전시가 이어진다. 이이남 작가의 스튜디오에는 60여 권의 스위스 포토북을 포함해 특별전을 꾸민 스위스 파빌리온이, 이강하 미술관에서는 캐나다 이누이트 공동체의 작품으로 구성한 캐나다 파빌리온이, 양림미술관에서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지네브 세디라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이 세 곳 외에도 이탈리아(동곡미술관), 네덜란드(광주시립미술관), 중국(은암미술관), 이스라엘(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폴란드(10년후그라운드, 양림쌀롱, 갤러리포도나무), 우크라이나(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총 9개국의 파빌리온을 구성하여 자국의 작가를 다수 소개하고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금남로에서는 예술공간집에서 비엔날레 특별전이, 롯데백화점 광주점 갤러리에서는 신진 큐레이터 어워드 수상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어 함께 들러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장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박물관이 모두 가까운 곳에 있으니 한번에 묶어보자. 긴 코스를 마무리하기에는 당일치기 여행은 힘들다. 최소 1박2일 이상 머물며 ‘예향’ 광주를 즐겨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