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 2023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아트페어에 다녀왔다.
올해 12주년을 맞이한 ‘아트부산 2023’이 5월 4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4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경기 침체로 국내 미술 시장이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황금연휴와 궂은 날씨 속에서도 현장은 활기를 띠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 ‘화랑미술제’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불린다. 유일하게 서울이 아닌 도시에서 펼쳐지는 행사다. 한국의 미술 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 한계를 안고 있다. 아트부산은 유리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12년째 대규모 아트페어를 선보였고, 놀랍게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예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주요 컬렉터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는 등 여러 상황과 조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순항하는 중이다.
14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중 34곳이 해외 갤러리이고, 19곳이 올해 아트부산을 처음 찾았다. 최근 한국에 지점을 오픈한 페레스 프로젝트와 에프레미디스, 포르투갈의 두아르트 스퀘이라 등이 수준 높은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갤러리가 아트부산에 참여하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아트부산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갤러리가 참여해 신선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 더 많은 컬렉터가 페어에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규모는 점점 커지고 넓어진다. 이번 행사에서는 각 참여 갤러리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메인 Main’을 필두로, 신진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퓨처 Future’ 섹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미술과 기술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컨버세이션스 Conversations’ 등 다방면으로 미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아트부산의 시그니처 전시 프로그램인 ‘커넥트 Connect’는 갤러리 부스의 공간적 제약을 넘어 전시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로버트 테리언, 다니엘 뷔렌, 필립 콜버트를 포함해 12개의 전시를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화두인 AI 기술을 접목한 여러 가지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아트부산 공식 카카오 채널을 통해 참가 갤러리와 작가 정보를 대화형 채팅 방식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고, 초보 컬렉터의 취향에 따른 갤러리 추천 서비스와 챗 도슨트까지 제공했다. AI가 몇 가지 키워드와 좋아하는 작가의 화풍을 조합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주는 ‘디스커버 AI’ 부스는 행사 기간 2,000여 명의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키워드를 선택하는 몇 번의 터치와 잠깐의 기다림으로 그럴듯한 작품을 만드는 현대 기술과 수많은 작가의 피땀이 스민 현대미술이 한자리에 있는 아이러니가 관람객에게는 또 다른 재미와 담론을 던졌다.
아트부산 2023의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도 갤러리들의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고 한다. 역시 2030세대가 견인했다. 아트부산의 손영희 이사장은 아트부산이 아트와 럭셔리, 휴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국내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행사가 열린 벡스코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멀지 않고, 아트페어가 진행되는 동안 부산 곳곳은 축제의 분위기로 물들어 있었다. 이 모든 걸 즐길 준비가 된 사람들이 부산에 모여 황금연휴를 만끽했다. 실제로 아트부산 기간에 작년 대비 24%나 많은 관람객이 부산을 찾아 축제의 흥을 돋웠다고 한다. 역시 낭만의 도시 부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