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국내 양조장 세 곳을 찾았다. 특색 있는 술맛만큼 매력적인 그곳의 건축 이야기.
자연의 순환을 담은 발효 건축, 복순도가
국산 쌀을 옛 항아리에 담아 전통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 복순도가는 울산시 언양이란 작은 농촌에 양조장이 있다. 쌀과 누룩이 발효를 거쳐 막걸리가 되듯, 양조장 또한 발효란 컨셉트로 흙과 볏짚, 누룩 등을 건축 재료로 사용했다. 논에서 농부들은 볏짚을 태우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이를 차용해서 볏짚을 꼰 새끼를 건물 외벽에 둘렀고, 볏짚을 태운 재를 이겨 발라 검게 그을렸다. 내부 벽은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누룩 찌꺼기로 만들었다. 효용을 다한 벼와 누룩이 다시 자연의 품에서 순환할 수 있게 존중하는 복순도가의 양조장에서는 술을 빚는 전 과정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ADD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동길 48
맥주 공장이 아닌 공방,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 송유섭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여러 종류의 맥주를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다. 브루 마스터의 섬세한 손길로 오랜 시간 숙성을 거쳐야 비로소 맥주가 탄생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담기 위해 무겁고 따뜻한 벽돌로 브루어리 외벽을 마감했다. 5m 높이의 거대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동선도 인상적이다. 유리창 너머로 브루어리의 탱크를 볼 수 있는데, 로비의 따뜻한 벽돌과 탱크의 차가운 스테인리스가 천장의 자연광을 받으면서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맥주 제조의 세 가지 주요 공정(맥아제분, 브루잉, 숙성)을 세 개의 분절된 건물에 각각 배치해 내부와 외부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속되는 구성도 재미를 더했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다양한 수제 맥주 시음 행사가 열린다.
ADD 충북 음성군 원남면 원남산단로 97
인간과 자연, 기계의 조화, 세별 브루어리
자연 재료를 가공하는 맥주의 제조 과정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세별 브루어리는 인간과 자연, 기계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이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은 외벽이다. 소나무 질감을 콘크리트에 구현했는데 일반적인 합판이 아닌 낙엽송 통나무를 이어 붙여 거푸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콘크리트를 붓고, 굳은 낙엽송을 떼어내면 나무 껍질 모양이 콘크리트에 새겨진다. 이 과정을 반복해 건물 외벽에 자연스러운 소나무 질감을 새겼다.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 특유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나무의 존재감만 남았다.
ADD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 44-7102-531-2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