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이탈리아의 맛, 살팀보카
맞은편 식당에 쌀국수를 먹으러 갔던 몇 달 전, 이국적인 파사드에 끌려 대체 이곳에선 무얼 파는지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오픈한 지중해식 오스테리아로 이탈리아 남부식 요리와 화덕 피자를 판다는데, 오너 셰프가 나폴리 피자 장인협회 회원에 한국 지부 부회장이라니! 요즘 핫한 남영동 인스타 맛집(?)이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봤다가 이렇게나 본격적인 곳을 발견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핏제리아에서 카푸토 Kaputo 사의 밀가루를 사용한다고 하면 신뢰도가 급상승한다. 국산 밀가루에 비해 몇 배나 비싸지만, 나폴리피자협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높은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곳도 역시나 카푸토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중해식 오스테리아답게 메뉴는 문어와 토마토에 집중한 안티파스토와 파스타, 피자, 살팀보카 Saltimbocca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입안에 넣으면 깜짝 놀란다’는 의미를 지닌 살팀보카는 이 식당의 이름이자 남부식 파니니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얇은 도우 사이에 치즈와 각종 부재료를 넣어 화덕에 구워낸 살팀보카도 궁금했지만 이날은 피자로 노선을 정했다. 캄파냐산 D.O.P 푸팔라 치즈와 토마토, 시칠리아 소금, 프레시 바질을 올려 피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마르게리타와 코토 Cotto 햄, 버섯, 올리브 등을 넣은 레지나를 한 판씩 주문했다. 봉싯하게 부풀어 올라 거뭇거뭇 그을린 꽁다리를 보자마자 이곳이 맛집임을 확신했다. 피자는 역시 손으로 먹어야 제맛. 48시간 숙성한 도우라 쫄깃한 식감까지 완벽했다. 토마토소스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캔토마토 대신 생토마토로 직접 만든다는 글귀에서 진심이 전해졌다. 이탈리아산 햄과 치즈, 올리브 등을 무게로 재서 판매하기도 하고 몬테네그로, 리몬첼로, 스프리츠 등 이탈리아를 떠오르게 하는 각종 주류가 겸비돼 있어 가볍게 들러도 좋을 듯. 이탈리아 분위기를 더욱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창문을 활짝 열어 반노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로 지금이 적격이다.INSTAGRAM @saltimbocca_1954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 뜨라또리아소띠
머리에 맞닿을 만큼 매장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한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이 레스토랑은 뜨라또리아소띠다. 서촌 맛집으로 유명한 오스테리아소띠의 세 번째 브랜드로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와 생면 파스타를 판매한다.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인증 받은 정통 화덕인 스페파노페라라에서 100% 참나무 장작을 사용해 피자를 구워 현지 맛을 그대로 구현해낸다. 또 충남 서산에 있는 소띠의 농장에서 직접 키운 바질과 와일드 루콜라, 허브 등을 사용해 맛과 품질을 모두 만족시킨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레스토랑의 이름이 들어간 꼬또 화덕 피자를 주문했다. 토마토 베이스로 마치 이불을 덮은 듯 올라간 넓적한 프로슈토 꼬또가 특징. 바질의 향긋한 향과 고소한 치즈 맛 그리고 적당히 짭짤한 프로슈토가 조화를 이뤄 정말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피자를 먹을 때 도우는 꼭 남기는 편인데,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으로 남기지 않고 다 먹었을 정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손이 가는 담백한 맛이 마음에 쏙 들었다. 피자에는 파스타가 국룰인 법. 토마토 베이스인 꼬또 피자의 맛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꾸덕한 크림 베이스의 화이트 라구 파스타를 주문했다. 생각과 달리 우동처럼 두꺼운 면의 파스타가 등장했다. 이탈리아산 밀가루와 지중해산 바다 소금을 사용해 매일 갓 뽑은 생면으로 요리하는 소띠의 자부심이 면에서 느껴졌다. 딱 알맞은 쫄깃한 식감과 트러플 향이 가미되어 맛과 식감의 밸런스가 훌륭했던 기억. 화덕 피자가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던 나의 편견을 무참히 깨버린 뜨라또리아소띠. 조만간 또 방문할 계획이다.INSTAGRAM @trattoria_s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