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까지 스위스 바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방대한 정원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가든은 한국어로 뭐라 번역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공원(Park)의 일부로 혹은 집 근처의 빈 땅이나 테라스 등에 일구는 텃밭이 동시에 떠오르니 ‘정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것이 가든의 역사다. 식용 가능한 식물을 기르는 농업,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용식물을 키우는 실험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가꾸는 럭셔리 혹은 해외에서 들여온 귀한 작물을 기르는 박물관학적 용도 모두가 가든의 역사였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삶의 고뇌를 잊기도 했고, 병을 치유하기도 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기도 했고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지난 3월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리는 <정원의 미래: 자연과 함께 디자인하기(Garden Futures Designing with Nature)>전은 이토록 방대한 정원의 역사를 돌아보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오롯이 가든에 헌정된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길이 회자될 듯하다.
전시 기획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헤르조그&드 뫼롱, 안도 타다오 등 대가들이 지은 건축물이 즐비한 비트라 캠퍼스에 피에트 우돌프 Piet Oudolf의 거대한 정원이 조성된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조경가인 그는 뉴욕 하이라인으로 유명해졌고,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방문객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한 롤프 펠파움 비트라 명예회장의 표현처럼 계절과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변주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는 사실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을 가고 또 가게 만드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분명하다. 정원 개관 당시 언론 홍보 뿐 아니라 우돌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된 점이 있다. 가든은 야생의 자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돌프의 가든은 전통적인 정원 식물로 취급하지 않았던 풀을 주로 사용하기에 얼핏 보면 마치 황무지나 혹은 버려진 갈대숲처럼 자연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정확하게 구성한 인공의 자연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문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정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원을 기획하고 가꾸는 것은 식물의 습생뿐 아니라 각각의 식물이 서로 어떻게 어우러지고, 계절마다 어떤 빛으로 변해야 하는지를 모두 섬세하게 계산해야 하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 혹은 작곡가가 되어야 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의 포커스도 바로 가든을 통해 이어온 오랜 역사 속 인간과 자연의 인터랙션이며, 그 미래를 짐작해보는 것이다. 작은 묘목이 큰 나무가 되었을 때의 미래를 고려하며 선택과 기획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모든 정원은 항상 미래가 투영된 것이라는 전시 기획의 의도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특히 지금은 환경과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비트라가 2020년 정원을 조성한 이유도 팬데믹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재발견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현재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 중인 토마스 헤더윅의 전시도 알고 보면 정원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출세작이라 할 만한 2010년 상하이 박람회의 영국관 파빌리온은 미래의 과학을 위해 모든 식물의 씨앗을 보존하는 영국 정부의 ‘밀레니얼 시드 프로젝트’를 위한 홍보관이었으니 말이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을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유튜브를 통해 전시 중 나눈 특별한 대담을 들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