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좋고 영양도 가득한 채식 레스토랑 두 곳에 다녀왔다.
지금이 바로 채소와 친해질 기회다!
주말 디톡스, 베지위켄드
에그플란트
지난달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팜유 멤버 전현무가 건강한 밥상을 시도해보겠다며 채소 요리를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종종 채식 레스토랑을 찾아가곤 했는데, 최근에는 꽤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다. 신선한 채소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물색했고 베지위켄드를 찾았다.
주키니
이곳은 몇 해 전 학동에 문을 연 채소 와인바 양출 서울에서 새롭게 전개하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이미 양출 서울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경험했던 터라 믿음이 갔다. 게다가 알고 보니 전현무에게 요리를 가르쳐준 이도 양출이었던 것. 베지위켄드는 한 달에 여섯 가지 채소를 선정해 자유롭게 메뉴를 구성한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제철 채소 수프와 빵을 곁들인 조식 메뉴를 선보이며, 점심 시간부터는 2만5천원의 런치 코스가 준비된다. 코스는 두 가지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7월에 선정된 채소는 가지, 근대, 그린빈, 감자, 토마토, 주키니다.
수박 샐러드
수박과 자두, 토마토를 버무린 샐러드와 햇감자를 큼지막하게 썬 감자 샐러드가 애피타이저로 준비되었다. 메인 메뉴는 구운 가지와 캐슈너트크림, 병아리콩이 들어간 에그플란트와 주키니와 튀긴 오징어에 바질 마요, 허브 샐러드를 곁들인 두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전체적으로 신선한 제철 채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았으나, 가지나 감자처럼 에그플란트 큼지막한 채소에 간이 되어 있지 않아 심심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굿!
아보카도와 건새우
그리고 사이드로 주문한 아보카도는 건새우가 올려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크리미한 아보카도와 비릿한 건새우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소스나 간 등 맛의 밸런스에 조금 더 신경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베지위켄드에서는 제철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그 달의 가장 맛있는 채소를 선별해 친근하면서도 색다른 식사를 만들어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으로, 채소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는 캐치 테이블로도 예약을 받는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INSTAGRAM @veggieweekend
비건으로 파인다이닝, 레귬 LÉGUME
콜리플라워
채식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육류, 가금류, 어패류, 달걀, 유제품을 하나씩 배제하다 보면 결국 과일과 곡식만 섭취하는 비건에 당도한다. 올 4월에 가오픈을 시작한 레귬은 무려 100% 식물성 재료로 비건을 실천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호박씨 커스터드
레귬은 불어로 채소를 뜻한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의 헤드 셰프였던 성시우가 같은 층에 자신만의 첫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 총 일곱 가지 런치 코스의 첫 시작은 호박씨 커스터드. 두부처럼 부드러운 식감에 아삭아삭한 샐러리를 더해 상큼했다. 탈곡 후 버려진 곡물의 껍질로 만들었다는 그릇에서 지속가능한 외식 문화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영실표고와 나물 파스타
두 번째 메뉴는 채수에 절인 오이 안쪽에 퀴노아 샐러드를 채운 전채요리. 제철을 맞은 멜론과 고수꽃 등 다양한 허브 향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직접 빚은 파바텔리 면으로 만든 세 번째 메뉴 나물 파스타는 식감이 마치 뇨키처럼 쫄깃했다. 표고버섯을 우린 채수에 방풍나물, 목이버섯, 돌미나리, 죽순 등 나물을 곁들여 슴슴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주키니 수프
레몬 버베나 아이스크림
유독 기억에 남는 네 번째 메뉴는 바질과 주키니로 만든 수프. 초당옥수수를 볶아 올리고 살짝 그을린 사워도우를 곁들여 마치 여름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인 메뉴인 콜리플라워구이가 등장하자 커리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다듬고 남은 자투리 채소로 커리 페이스트를 만들어 콜리플라워에 발라 구운 뒤, 채소 껍질을 진하게 응축해 소스로 만든 것. 호박고구마 퓌레와 캐러멜라이징한 사과를 곁들여 단짠의 밸런스도 훌륭했다. 디저트로는 캐슈너트와 레몬 버베나로 만든 식물성 아이스크림이 등장했다. 리치와 망고로 만든 잼과 올리브유로 마무리했는데, 유제품을 쓰지 않고도 이렇게 풍미가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니 무척 놀라웠다. 코스의 마무리인 우롱 잎을 곁들인 신비복숭아조림과 작두콩차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섬세했던 여름 채소는 싱그러웠고, 이런 비건 음식이라면 언제라도 두 팔 벌려 대환영일 듯.
오이와 퀴노아
INSTAGRAM @legume.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