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퓌넨의 3만㎡ 대지에 300년이 넘은 고택을 개조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칼한센앤선의 CEO 크누드 에르크 한센과 그의 아내 잉게르, 반려견 폴리의 평화로운 일상 이야기.
퓌넨은 어떤 곳인가요? 퓌넨 Fünen은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섬입니다. 코펜하겐이 위치한 덴마크 최대의 섬 질란드와 유틀란드를 연결하죠. 퓌넨에는 약 45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가장 큰 도시는 오덴세입니다. 이곳은 또한 동화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출생지이기도 합니다. 우리 저택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유채밭 풍경으로 노랗게 물들기도 하고 때로는 밝은 초록빛으로, 가을이 되면 빨강, 주황, 갈색으로 물듭니다. 집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쪽에는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고, 작은 시냇물이 정원을 가로질러 흐릅니다. 모든 것이 무척 평화롭고 아름답죠.
칼한센앤선의 제조 공장도 퓌넨에 위치해 있다고요? 퓌넨은 오랜 장인 정신과 전통을 자랑하는 섬입니다. 칼한센앤선의 공장도 항상 퓌넨에 있었어요. 처음 몇 년 동안은 오덴세 쪽에 있었는데, 제가 회사를 인수한 후에는 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기에 공장을 퓌넨 서쪽으로 옮기고, 그 뒤로는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어요. 실제로 덴마크 디자인 산업의 경쟁 업체와 동료들도 퓌넨에서 처음 생산을 시작한 곳이 많습니다.
2002년에 이 집의 새 주인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21년 전 저는 형으로부터 칼한센앤선을 인수했는데요. 생산 시설과 가까워지기 위해 아내 잉게르와 함께 퓌넨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부부는 농장에 살고 있었는데, 당시 살고 있는 집과 닮은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너무 모든 것이 새것이 아닌 집 말이에요. 또한 우리는 고객과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접대하고 싶었기에 큰 집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저택을 돌아보았는데,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 작은 마을인 헬레르 업 마노르를 방문했을 때, 비로소 이곳이 우리가 찾던 장소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 집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그리고 이 집의 주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1670년에 지어진 이 집의 목조 구조는 아주 상태가 좋았어요. 부식이나 곰팡이도 없고요. 무엇보다 집의 모든 디테일이 수공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도끼를 사용해 다듬은 목재 빔 같은 것들이죠. 이 집은 숙련된 장인 정신과 품질 좋은 자재로 만들어졌으며, 가구에 대한 저만의 철학과도 아주 잘 부합합니다. 가격 면에서도 실제 새집을 사는 것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았어요. 사실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부분은 집을 리노베이션하고 유지 보수하는 부분이었죠.
어떤 부분을 개보수했나요? 우리는 이사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해왔습니다. 한 층씩 점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다락과 지붕을 수리했어요. 최근에는 외벽에 새로운 석고를 입히는 등 외부를 개보수했죠. 흰색 외벽과 빨간 지붕의 외관이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저택은 18세기 말에 진행한 대대적인 개조로 인해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계단 탑이 철거되었고 동쪽 날개가 추가되었으며, 이중 계단과 주 출입구가 설치되었죠. 신고전주의의 간결함은 흰 석고 벽, 대칭적으로 배치된 창, 붉은 기와 지붕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내부 구조는 어떻게 구획되어 있나요? 총 4층으로 이뤄진 구조에 대략 40개의 방과 6개의 욕실이 있습니다. 1층에는 주방이 있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죠. 주방에서 바로 정원으로도 갈 수 있는데, 호수 위에 있는 작은 다리만 건너면 바로 정원이랍니다. 1층과 2층은 주로 거실과 침실로 사용되고, 다락에는 손님을 위한 공간이 있습니다. 다락방은 500㎡ 크기인데, 경사진 벽과 노출된 목제 기둥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침실과 작은 주방이 있어 그 자체로 독립된 아파트처럼 사용할 수 있죠.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만찬을 즐긴다고요? 우리는 개인 손님과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맞이하기 위해 저택을 이용합니다. 그렇다고 집을 호텔처럼 사용하는 건 아니고, 사적인 거주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손님을 초대하는 것처럼 친한 관계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멀드 와인과 애플 팬케이크를 대접하고 싶어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칼한센앤선에서 최고 상업 담당 임원으로 일하는 아내가 만든 칠리 콘 카르네도 맛볼 수 있죠. 회사에는 많은 사람이 근무하기 때문에 집은 항상 붐빕니다.
공간은 어떤 가구로 채워져 있나요? 특별히 좋아하는 가구를 꼽는다면요? 대부분의 가구는 칼한센앤선 컬렉션 제품입니다. 비록 1670년대 지어진 집이지만, 가구들이 아름답게 잘 어우러집니다. 또 앤티크나 대대로 물려받은 가구와도 근사하게 어울리죠.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칼한센앤선의 가구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은 아카이브나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만약 가장 좋아하는 가구를 하나만 고른다면, 한스 베그너의 CH24 위시본 체어를 꼽고 싶어요. 강렬하고 그래픽적인 실루엣의, 필수적인 요소만 남기고 소재를 제거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아이콘입니다. 위시본 체어는 모든 공간에 잘 어울리며 섬세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합니다. 진정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들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역사, 특히 가구 역사와 장인 정신이 석기 시대부터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부부가 골동품을 수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물건은 그 시대의 장인 정신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그 자체로 역사의 한 조각입니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인가요? 덴마크에는 ‘모든 것을 위한 방’이라고 부르는 공간을 뜻하는 단어가 있는데, 제게 있어서 그곳은 바로 주방입니다. 이곳에서 가족이 함께 휴식을 취하고, 요리하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죠. 또 정원과 바로 이어져 강아지 폴리와도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정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이전에는 아내가 직접 정원과 집을 관리했습니다. 아내는 무척 훌륭한 정원사고, 덕분에 다양한 채소와 베리를 비롯한 과일 그리고 화려하게 꽃이 핀 정원을 가지고 있죠. 현재는 정원사를 고용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잔디 깎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3만㎡의 땅을 관리하는 데에는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웃음).
두 분의 하루 일과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는 매일 아침 4시 45분에 일어나 이메일에 답하기 위해 책상으로 향합니다. 그 뒤에 샤워하고, 아내와 강아지 폴리를 깨우죠. 저는 부엌에서 아침을 요리하고, 정원사가 도착하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섭니다. 오후 6시쯤 퇴근한 뒤 부엌에서 저녁을 먹으며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휴식을 취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가족 회사인 칼한센앤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저는 칼한센앤선의 3대 소유자이자 리더입니다. 칼한센앤선의 기업 문화는 가족 소유를 중심으로 하고, 또 이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회사를 잘 경영해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죠. 덴마크에 6만㎡에 달하는 공장이 있는데, 일자리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 또한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칼한센앤선이 디자인, 품질, 목공 기술에서 시장의 선두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의 장비에 투자해왔으며, 모든 선택에 있어 의식적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