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런던 동북부 지역에 모든 것을 만질 수 있는 영국 최초의 어린이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박물관’이 탄생했다. 어렵고 엄숙한 곳이 아니라 직접 만질 수 있고 경험하고 체험하고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박물관, 바로 어린이를 위한 ‘영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이다. 이 미술관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은 지금 부산에서 유치하고자 하는 2030월드엑스포와도 관련이 깊다.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의 성공을 기념하고 그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해 행사 다음 해인 1852년 건립된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한류’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도 해서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기도 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흥미로운 테마로 가득한 트렌디한 전시, 박물관 내부 중정 마당의 둥근 호수, 특히 애프터눈 티 세트가 유명한 카페로 한류 전시가 아니더라도 런던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뮤지엄이기도 하다.
영 빅토리아 앤 앨버트는 0세부터 14세까지의 어린이 관객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박물관으로 3년간의 준비 기간, 1300만 파운드(약 220억원)를 들여 지난 7월에 개관했다. 기원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본 뮤지엄의 2,000여 점의 예술 및 의식주와 관련된 다양한 컬렉션 중 일부가 이곳으로 순회 전시되며 ‘만지지 마세요’가 아니라 직접 모든 것을 만지고 체험해볼 수 있는 핸즈 온 Hands on을 지향한다. 또한 올라퍼 엘리아슨, 키스 해링, 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마련되어 있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방문객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 측면에서 디자인과 아트, 나아가 서비스와 공간 경험에 관심 있는 이들이 참고하면 좋을 곳이다. 150년 역사를 지닌 약 1,600평의 건물은 드 마토스 라이언 De Matos Ryan이 기본 건축 설계를, AOC 아키텍트가 인테리어를 맡아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지붕의 자연 채광으로 공간 전체를 밝히고, 갤러리 바닥을 모자이크 타일로 통일감을 주어 한눈에 공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세 개의 갤러리 이름도 직관적인 플레이, 이매진, 디자인으로 붙였으며 거대한 글씨로 간판을 달아 효율성과 디자인의 효과를 높였다. 연극 무대가 있는 극장 등 창의적인 교육과 놀이, 호기심과 실험정신을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가득하다. 뮤지엄 건립 전 약 10개월간 이 지역에서 레지던시를 하면서 2만2,000명의 학생, 관계자와 상담하여 그들이 가장 원하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디자인했다는 것도 놀랍다.
이곳은 본 뮤지엄이 있는 사우스켄싱턴이 아니라 런던 동북부 베스털 그린 지역에 세워졌는데, 이로써 영국 최초의 어린이 박물관일 뿐 아니라 런던 동부에 처음으로 생긴 박물관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뮤지엄 등 문화적 접근성이 취약한 런던 동북부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어린이 뮤지엄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에 곧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이스트 및 연구센터도 개관할 예정이다. 초대 관장으로는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아프리카 미술관 관장인 캐슬리 헤이포드가 부임하여 아프리카 컬렉션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외된 지역, 어린이 관객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대한 컬렉션을 강화함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자 하는 런던 뮤지엄의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