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의 본고장인 멕시코에서는 타코를 만들고 파는 사람을 ‘따게로’라고 부른다. 멕시코의 힙한 감성을 담은 서울의 타코 맛집 네 곳을 찾았다.
토르티아의 정석, 맷돌
올여름 성수동 초입에 새롭게 문을 연 맷돌은 타코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멕시코식 다이닝이다. 무엇보다 타코의 기본이 되는 토르티아를 직접 손으로 반죽한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을 결심했다. 인당 3만9천원이라는 가격에 토르티아 반죽을 튀겨 만든 디저트를 포함한 여섯 가지 메뉴가 순서대로 제공된다는 것도 선택을 힘들어하는 내게 제격이었다.
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워준 래디치오 샐러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타코의 향연이 시작됐다. 매 코스마다 메뉴 옆에 레몬 또는 라임이 하나씩 제공된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토르티아를 튀겨 만든 하드셸인 토스타다 위에 참다랑어와 튀긴 케이퍼를 올린 참다랑어 토스타다가 등장했다. 날생선을 재료로 한 타코는 처음이라 다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신선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어 사워크림과 칠리로 맛을 낸 치킨 아도보 타코, 푸른 옥수수인 블루 콘 마사로 반죽해 푸르스름함이 특징인 갑오징어 토스타다, 소갈비를 저며 피클과 고수를 올린 소갈비 타코가 차례로 나왔다. 무엇보다 바삭한 토스타다 위에 쫄깃한 갑오징어, 토마토로 만든 멕시컨 정통 소스 피코 데 가요, 얇게 저민 시소 잎을 올려 마무리한 갑오징어 토스타다가 네 종류의 타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전반적으로 간이 센 편이라는 것. 아무래도 메즈칼처럼 독한 술을 함께 곁들이기 위해 셰프가 그런 선택을 했을 것 같지만, 나는 밤새 물을 들이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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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 방랑자들, 타코 스탠드
타코 트럭을 타고 전국을 투어하던 자유로운 영혼들이 지난해 가을, 해방촌 초입에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이곳에 둥지를 튼 타코 스탠드는 멕시코 현지의 타코집을 통째로 옮겨온 듯 자유분방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었다. 벽에 걸린 레슬링 가면과 포스터, 피규어와 액자 등 매장을 빼곡하게 장식한 다양한 소품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발산했다.
이곳의 메뉴는 단순하다. 직접 만든 옥수수 토르티아에 각종 돼지고기 부위를 올린 타코 메뉴와 스페인어로 치즈를 뜻하는 퀘소로 감싸 겉바속촉을 느낄 수 있는 퀘소 메뉴다. 욕심 내서 이것저것 맛보고 싶었지만 혼밥인 터라 대표 메뉴 두 가지만 주문했다. 내 선택은 초리조 타코와 소 뽈살 메뉴인 바바코아 퀘소. 소위 ‘힙’한 이들이 대낮부터 술과 함께 타코를 맛보고 있어 나 역시 데킬라도 주문했다.
부드러운 토르티아와 바삭한 퀘소 간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메뉴는 퀘소다. 워낙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는지라, 생각 외로 푸석했던 토르티아의 식감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또 포크가 없는 식당이라 손으로 먹어야 했는데, 김밥이 터지듯 내용물이 흘러내려 먹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퀘소는 엄지 척! 퀘소가 더 맛있다는 말에 주방장이 특별히 메뉴에는 없는 초리조&치즈에 퀘소를 조합한 음식을 만들어줬다. 참, 도수 높은 데킬라와의 궁합도 좋았던 기억. 타코 스탠드는 쌀을 이용해 만든 멕시코식 음료와 토마토 주스와 맥주 베이스의 칵테일 미첼라다 등 개성 강한 주류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니 타코와 함께 맛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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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핫플, 멕시칼리
새끼손가락은 들고 네 손가락으로 타코를 잡는다. 고개의 기울기는 45도, 타코를 집은 손 밑으로 플레이트를 두는 건 필수다. 타코 먹는 스킬을 배웠다면 멕시코 음식점 멕시칼리에 갈 준비가 됐다.
아차산 타코 맛집으로 유명한 멕시칼리는 6년 전 푸드 트럭으로 시작했다. 현지의 특색을 올곧이 살린 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자, 2020년 정식 매장을 냈고 지금까지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순항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사장이 퇴근 후 타코와 함께 맥주 한잔을 즐겼던 추억을 살려 메뉴 구성부터 인테리어, 식기까지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인기 메뉴는 새우 타코와 피시 타코다. 새우 타코는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으로 오동통한 새우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상큼한 소스가 조화로운 피시 타코는 큼직하게 잘라 입안에서 부들부들 춤추는 생선살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고수를 좋아한다면 ‘양 많이’를 외치자. 타코 위에 수북이 쌓을수록 맛있다. 타코를 감싸는 쫄깃한 토르티아는 멕시칼리의 자랑. 타코뿐 아니라 타코랩, 케사디야 등 다양한 메뉴의 맛을 책임진다.
멕시코 중부 지방 특유의 조리법으로 탄생한 진한 색감의 비리아 타코도 눈길을 끈다. 함께 곁들이는 콘소메 육수는 재료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조미료 없이 세 시간 이상 끓인다고 한다.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인 이유다. 혼자 방문할 때는 타코와 빠빠 조합을 추천한다. 멕시코에서 인기 만점인 사이드 메뉴 빠빠는 베이크 포테이토와 멜팅 치즈, 양파, 소고기의 조화가 완벽하다. 타코와 함께 먹으면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데 이 조합은 흥미롭게도 단골들의 아이디어로 개발됐다. 외주 업체와 일하지 않는 멕시칼리의 고집스런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건 바로 피나콜라다이다. 시판 음료를 약간 섞을 법도 한데 이곳은 직접 갈아 만든 파인애플로 진한 맛을 구현했다. 한 모금 맛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코올을 선택해서 첨가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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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타코 브런치, 익스첼
합정의 오랜 터줏대감이었던 은하수 다방이 떠나고 이국적인 멕시컨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모던 멕시컨 브런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퓨전 음식을 선보이는 익스첼이다. 화산석 돌담으로 둘러싸인 입구부터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는 남미 레스토랑과는 다른 매력을 보인다.
메뉴는 크게 타파스와 타코로 나뉜다. 먼저 식욕을 돋워주는 애피타이저 역할의 타파스로는 고구마 과카몰리와 우에보 렌체로를, 익스첼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타코는 비리아 타코와 카르니타스를 주문했다. 아보카도와 고구마의 낯선 만남으로 시작부터 기대하게 된 고구마 과카몰리. 군고구마를 반으로 잘라 달달한 요거트 소스를 바르고, 과카몰리와 콜피잭 치즈를 듬뿍 올렸다. 오징어 먹물을 넣어 구워낸 토르티아 칩이 함께 제공되는데, 먹기 좋게 부순 바삭한 토르티아 위에 과카몰리를 올려 토스타다 방식으로 즐긴다.
기분 좋은 타파스 다음으로 메인 메뉴인 타코를 즐길 차례. 먼저 ‘비리아’는 고기와 고추, 향신료를 넣은 스튜로, 고기를 듬뿍 넣은 타코를 비리아 수프에 찍어 먹는 음식을 비리아 타코라 한다. 익스첼은 차돌 양지를 장조림처럼 얇게 찢어 타코를 만드는데, 덕분에 먹기 편하고 부드러웠다. 특히 토르티아를 구울 때 모차렐라 치즈를 둘러 고소하고 짭짤한 맛과 비주얼까지 더했다. ‘작은 고기’를 뜻하는 카르니타스는 돼지고기를 연해질 때까지 기름에 졸이거나 끓인 음식이다. 부드러운 통삼겹은 포크로도 쉽게 찢어지는데 고수와 양파 샐러드에 버무려 토르티아에 싸먹는다. 멕시코 고추를 넣은 두 가지 소스, 살사 베르데와 아르볼 살사를 더해 취향껏 즐길 수 있다.
마무리는 우에보 렌체로. 토마토 칠리 소스에 달걀, 아도보 치킨과 할라피뇨 크레마를 넣어 끓여냈다. 이른 아침 멕시코 농장에서 고된 노동 후에 느지막이 먹는 멕시코식 아침 식사라고. 고소한 콘브레드를 푹 찍어 먹으니 든든한 몸보신을 한 기분이다. 일상에서 짧지만 강렬한 여행의 행복을 누려보길.
INSTAGRAM @ixchel.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