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자에서 보낸 72시간

이비자에서 보낸 72시간

이비자에서 보낸 72시간

이비자의 석양과 자유로움에 매료된 실내 건축가 도로테 메리슈종과 함께한 72시간.

 

 

실내 건축가 도로테 메리슈종이 이비자에 처음 왔던 때는 2013년이었다. 그때는 이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랐다며 그가 입을 열었다. “이비자는 역사적으로도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단절된 곳이었어요. 이 섬 깊숙이 자유로운 정신이 스며들어 있단 걸 알게 되었어요.” 그는 달트 빌라 Dalt Vila란 마을을 알게 되었고, 이곳의 보헤미안 감성에 푹 빠져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마을은 흰색 모래가 깔린 멋진 해변에 있다. 이비자에 세컨하우스를 가진 그는 발레아르에서 몬테솔 Montesol 호텔을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곳을 현대적으로 바꿔 호텔 주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텔 1층에 자리한 카페에 지역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게 유도하는 설계가 우선이었다.

 

4월에 문을 연 몬테솔 호텔. 객실을 장식한 파우더 핑크색 커튼 사이에 선 도로테 메리슈종.

 

그는 ‘아유르베다 원칙’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로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비자는 언제나 인도 히피 문화와 함께한 곳이에요. 특이하고 진실된 이 섬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태양의 리듬에 맞춰 살고,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죠.” 그의 가벼운 발걸음을 따라 여행을 시작했다.

 

PORTINATX BEACH

 

 

소나무로 둘러싸인 바닷가, 수많은 레스토랑을 품은 이 만에는 해안 동굴이 많다. 직접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길이 바위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 해변을 좋아해요. 이비자 북쪽 해변에 자리하고 있어 배를 빌리거나, 반대쪽의 황량한 풍경까지 걸어갈 수도 있어요.” 도로테가 감탄하며 말했다.

 

LE PETIT ATELIER N° 74

 

 

뉘메로 74를 론칭한 타라 스페즈는 일명 푸피 Poupy의 부티크로 이비자에서 꼭 들러야 하는 장소다. 도로테에게 이곳은 ‘실내용 옷의 천국’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이벤트와 아틀리에 행사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ADD Paseo de Santa Gertrudis, 12, Santa Gertrudis de Fruitera

 

에스 토렌트 도로의 산 정상에서는 바다와 골짜기 그리고 섬의 녹음을 바라볼 수 있다.

 

LA PALOMA

 

 

이비자 중심지인 산 로렌조 마을에 자리한 레스토랑. 이탈리아의 채식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은 전통적인 장소로 여겨지는데, 이 섬의 고유한 정신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 친구 집 정원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듯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ADD Carrer Can Pou, 4, Sant Llorenc de Balafia

 

SES SALINES BEACH

 

 

“제가 좋아하는 해변이에요. 흰 모래와 터쿠아즈 블루의 물이 아름답죠. 엑스페리멘털 비치 Experimental Beach에서 세 살린 Ses Salines 공원을 가로질러 이 해변까지 걸어갈 수도 있어요. 그 자체가 작은 모험이에요!” 도로테가 말했다. 작은 산 뒤로 황홀한 핑크빛 염전 풍경이 펼쳐진다. 꼭 가봐야 할 곳이다.

 

HOTEL MONTESOL

 

 

이 섬의 첫 번째 호텔인 르 그란 호텔 몬테솔. 1930년대 건축 요소를 담은 파사드로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엑스페리멘털 그룹이 인수하고 도로테가 리노베이션한 이곳은 지역 사람들의 리듬에 맞춘 도시 호텔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테라스와 멋진 루프톱을 이용한다. 호텔 곳곳에서는 귀여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벽의 조개껍데기, 1970년대 바닥, 예술적인 암체어와 구불거리는 나무 테이블 등을 보게 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ADD Passeig de Vara de Rey, 2

 

ALFARERIA SA TEULERA

 

 

“이비자 출신의 도공이에요!” 도로테는 몬테솔 호텔을 장식할 때 이 지역의 제작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가족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이비자의 매력이 느껴지는 ‘외계인을 닮은 작은 조각’ 여러 점을 구입할 수 있었다.

ADD C/ Rio de la Plato, 32, Can Negre

 

SUNSET ASHRAM

 

 

“호스탈 라 토레 Hostal la Torre, 엑스페리멘털 비치와 함께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는 장소예요”라며 도로테가 알려줬다. 동굴집 같은 분위기의 이 레스토랑에서는 물 위에 떠 있는 듯 크고 둥근 플랫폼 끝에서 에스쿨 데 세스 푼세스 Escull de Ses Punxes 섬을 마주할 수 있다.

ADD Carr. De Cala Conta, s/n, Sant Jose de sa Talaia

 

LE PACHA

 

 

“이비자의 나이트클럽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제게는 이비자 클럽 하면 이곳이에요! 일요일 저녁에 이곳에서 디제이 솔로문을 알게 됐고, 힘든 월요일 아침을 수없이 겪었어요.” 도로테가 장난스럽에 말했다.

ADD Av. 8 de Agosto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산타게르트루디스 마을의 종탑. 이 교회는 18세기 말에 건축되었다.

 

“이비자 문화는 예술적이고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해요.”

 

ES TORRENT

 

 

테이블보를 깐 테이블, 빗질한 모래 바닥, 쿠션이 있는 암체어, 프라이빗 베이 Bay. 에스 토렌트는 마을 식당의 모습을 한 해변 레스토랑이다. 파에야와 이비자의 새우, 홍합, 바닷가재 그리고 조개와 굴을 맛볼 수 있다.


ADD
Plage d’Es Torrent, Sant Josep de sa Talaia

 

SA TRINXA

 

 

나무판에 그려 지붕에 설치한 간판이 이곳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기둥은 물속에 있고 천장은 대나무로 되어 있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거나 30개 정도의 파라솔 그늘에서 쉰다. 도로테처럼 음악을 들으며 차가운 마가리타를 마시러 이곳에 온다.

ADD Playa de Ses Salines, s/n, Sant Josep de sa Talaia

 

SLUIZ

 

 

섬 중심지에 자리한 6,000㎡의 넓은 숍. 나무 위의 컬러풀한 암소 조각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곳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엉뚱하고 괴상한 패션 및 데코 아이템을 판매한다.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ADD PM-804, s/n, Santa Gertrudis de Fruitera

 

FINCA LA PLAZA

 

 

“산타 게르트루디스에 있는 이 레스토랑에 자주 와요. 멋진 정원과 맛있는 음식이 있어요.” 도로테가 말했다. 18세기 집을 개조한 이곳에서는 참치와 리조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ADD Plaza de la Iglesia, 5, Santa Gertrudis de Fruitera

 

PLAGE BENIRRAS

 

 

주변에 어떤 건물도 없이 녹음만 펼쳐지는 길을 따라간다. 그런 다음 해변으로 걸어가서 눈앞에 펼쳐진 절벽 앞에서 감탄하면 된다. 도로테가 ‘이비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말하는 단 하나의 해변. 돌아오는 길에는 소나무 아래에서 모자와 목걸이, 다양한 장신구를 판매하는 히피 마켓을 볼 수 있다.

 

SANT JOAN DE LABRITJA

 

 

옛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의 골목길을 잠시 거닐다 일요일엔 핸드메이드 마켓에 꼭 들러야 한다. 그런 다음 기리 카페 Giri Cafe에서 아침을 먹어야 한다고 도로테가 조언한다. 밖에서 보면 심플한 동네 바 같지만 실내에 큼직한 방과 멋진 테라스를 숨기고 있다.

 

 

SES BOQUES

 

 

에스 쿠벨스 Es Cubells 언덕에서 길이 이어지다가 이내 바다로 사라진다. 숨막힐 듯한 풍경. 그 끝에 있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가스파초, 이베리코 햄, 피멘토스 데 파드론을 비롯한 스페인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ADD Playa de Ses Boques, Sant Josep de sa Talaia

 

EXPERIMENTAL BEACH

 

 

이비자에서 석양은 황홀한 보석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놓치면 안 된다. 도로테에게 석양 하면 생각나는 곳은 엑스페 비치다. “여전히 좋아하는 장소예요. 제가 꾸며서 그렇기도 하지만 2013년에 조금의 의심을 품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비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곳이 바로 여기랍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음악을 들으며 지는 해에 박수를 보내는 마법 같은 장소예요.”

ADD Camino Cap des Falco, 4856, Las Salinas

 

“태양과 흥겨운 분위기, 자유로움을 느끼러 이곳에 옵니다.”

CREDIT

editor

베랑제르 페로쇼 Berengere Perrocheau

photographer

야닉 라브루스 Yannick Labrou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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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톱에서 누리는 낭만

루프톱에서 누리는 낭만

루프톱에서 누리는 낭만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라파엘의 정원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개선문과 매우 가까운 16구에 위치한 라파엘 호텔은 1925년에 문을 연 이래 파리 인사이더들의 단골 모임 장소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고풍스러운 가구와 공예품, 벽화로 꾸며져 있어 세월의 중후함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라파엘 호텔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장소를 공개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개선문, 에펠탑 등 가장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루프톱 레스토랑 ‘르 자르뎅 뒤 라파엘 Le Jardin du Raphael’을 선보인 것이다. 콩코르드 광장과 마르세유에 각각 위치한 호텔 드 라 마린의 미모사 레스토랑, 포레스트 레스토랑을 만든 모마 그룹과 벤저민 파투가 힘을 모았다. ‘라파엘의 정원’을 뜻하는 이곳은 지중해풍 레스토랑으로 고풍스러운 목제 패널과 고급스러운 패브릭으로 장식된 로비를 지나 7층에 오르면 싱그러운 공중 정원을 만나게 된다. 디자이너 알렉시스 마빌은 황금빛 패브릭과 율동감이 느껴지는 철제 의자로 잠시 파리에서 지중해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스토랑의 요리 또한 훌륭하다. 민트를 곁들인 그리스식 요거트와 완두콩 수프, 신선한 염소 치즈, 문어 요리, 부야베스, 여름 송로버섯이 들어간 리가토니, 남프랑스의 치즈, 오렌지 블러섬 크림 브륄레 등 남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한데 어우러진 풍성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루프톱은 날씨와 행사 여부에 따라 오픈하지 않는 날도 있으니, 문의 후 방문할 것을 권한다.

 

 

ADD 17 Avenue Kléber 75016 Paris
WEB raphael-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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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 유람

산수화 유람

산수화 유람

우리 사회는 각기 다른 존재가 모인 하나의 풍경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드러내고 더불어 사는 삶을 은유한 강서경의 풍경 속으로.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M2 B1).

 

풍경화를 감상할 때 느껴지는 경이가 있다. 서양의 풍경화는 화려한 색채와 사실적인 묘사로 대자연이 그려낸,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 앞에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반면 동양의 풍경화, 그중에서도 산수화는 힘 있는 선과 여백의 깊이에서 대자연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함축된 기운이 느껴져 입을 꾹 다물고 음미하게 한다. 강서경 작가는 전통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구에 기반해 평면 회화를 시공간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를 통해 전시장 전체를 한 폭의 수묵화로 탈바꿈시켰다.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과 그 속에 함께하는 개인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이다. 전시 제목이자 신작의 영상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 二數大葉>의 ‘버들은’을 참조한 것으로,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으로 읽어낸 선인들의 비유를 가져왔다. 그 풍경을 장식한 요소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그녀가 만든 여백 사이를 거닐어본다. 진경 산수화는 상상과 이상에 기반한 풍경을 그린 관념 산수화와 달리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걸어보기도 한 실제 풍경을 그린 전통 풍경화다.

 

 

철, 실, 비단 등으로 구성된 ‘산’ 연작은 딱딱함과 부드러움, 채움과 비움이 공존하는 강서경 조각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신작이다. 작가는 따스한 봄볕의 색과 기운을 담은 봄 산, 싱그러운 푸르름을 뽐내는 여름 산, 암반과 단풍이 어우러진 가을 산, 백설의 미묘한 색과 반짝임을 포착한 겨울 산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관람 동선에 따라 계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산’ 연작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사계의 시간과 진경 산수화의 풍경을 몸소 느껴보도록 유도했다.

 

정井-버들 #22-01(2020~22).

 

M2의 B1에 들어서면 바닥과 벽으로 ‘낮’과 ‘밤’이 펼쳐진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산’ 연작처럼 자연의 순환 주기를 나타낸 작품이다. 빛과 어둠을 통해 하루의 순환을 상징했고, 두터운 물성을 지닌 카펫으로 시각화했다. 한편 바닥으로부터 낮게 떠 있는 모빌들이 빛에 반사된 윤곽을 드러내며 어두운 전시장을 수놓은 ‘산-아워스’는 알루미늄을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만든 추상 작품이다. 산의 능선, 해와 달, 인간의 형상을 연상시키며 색을 반전한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전시장을 풍경으로 펼쳐 보인다. 전시장 중앙에 높이 매달린 모빌 형태의 작품 ‘귀’는 회화 매체를 공감각적으로 확장한 강서경 작품의 특징이 잘 드러난 신작이다. 마치 바람 소리, 새의 지저귐, 풍경 속을 거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모두 감지하려는 듯 커다랗게 확대되어 있고, 보이지 않는 기류에 미세하게 반응하며 움직인다. 그 모양은 쌍을 이룬 귀가 하나로 붙은 것 같기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기도 하다.

 

버들 북 꾀꼬리(2021~23).

 

로비의 대형 미디어 월에서 펼쳐지는 신작 영상 ‘버들 북 꾀꼬리’는 전시 공간에 펼쳐놓은 작품들을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움직임과 소리를 더하고, 이를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산’과 ‘산-아워스’, ‘귀’ 등 산수화의 산세를 떠올리게 하는 조각들이 한데 어우러져 검은 사각의 화면을 채우고, 작품들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와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가는 꾀꼬리 같기도, 첩첩산중을 휘감아 흐르는 구름을 닮기도 했다. 강서경은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자리, 나와 함께 사는 다른 이들의 존재, 그들과 더불어 관계 맺는 ‘진정한 풍경’을 늘 고민해왔다. 그리고 비로소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관에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인 각각의 작품들처럼 나와 너,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장을 제시했다. 전시장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 사이사이 존재하는 여백을 직접 거닐어보면서 각자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으로 연결된 관계를 생각해보자.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자료제공: 리움미술관

CREDIT

assistant editor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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