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온 빛

지중해에서 온 빛

지중해에서 온 빛
회화 작가 아르노 부에이와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담은 도예 작품을 선보여온 이혜미 작가가 협업 전시를 진행한다. 서로의 작품을 따뜻하다고 표현하는 두 사람의 전시는 지중해의 빛을 닮았다.  
컵과 구스베리(La Tasse & Les Groseilles).
 

전시를 구상한 기획자이죠. 협업 전시를 구상한 계기가 있었나요?

박나래 이혜미 작가의 지중해 여행의 사진을 보다 제가 알고 있는 아르노 부에이 Arno Boueilh 작가가 오버랩됐어요. ‘화구를 챙겨 나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돌아왔다던 그의 여름과 혜미 작가의 산책길이 스치듯 지나갔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이 두 사람이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야가 다른 두 작가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박나래 회화와 도예라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아르노는 혜미 작가의 그릇을 유럽 구상주의 회화로 표현했고, 혜미 작가는 아르노의 회화 속 오브제를 그녀만의 해석으로 빚어냈죠. 전시를 기획하면서 두 작가가 지닌 탄탄한 내공과 서로에 대한 탁월한 예술적 공감 능력에 매우 놀라기도 했어요. 이번 전시명이 <테르멜레 Terre Mêlée>인데요, 서로 다른 토양의 어우러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서로의 작품을 처음 본 감상은 어땠나요?

아르노 부에이(이하 아르노) 제 딸이 혜미 작가의 찻잔을 보고 진주를 녹여 만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시적이죠? 맞아요. 그 잔에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셨는데, 형이상학적인 경험이었어요. 그녀의 작품은 조형적이며 모던, 클래식을 두루 아우르고 심지어 유용하기까지 하죠.

이혜미 작품을 보고 울림을 받을 때는 마음과 영혼이 따뜻하다고 느낄 때예요. 아르노의 작품이 그랬죠. 작품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느꼈고 저의 작업을 아르노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시간도 고마웠고요.

 
컵, 소서와 멜론(La Tasse, La Soucoupe & Le Melon D’eau).
 

전시 작품을 위한 정물 배치는 직접 했나요?

아르노 그럼요. 혜미 작가의 작품을 고전적인 방식의 정물화로 탐구하는 과정이었죠. 장소와 빛, 구도 등을 생각해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결정된 구도에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인공 조명 없이 자연의 빛으로만 작업했고요.

회화 속에서 특별히 끌린 사물이 있었나요?

이혜미 전시를 준비하며 아주 많은 고민을 했어요. 협업 전시이기에 저와 아르노 모두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업을 하면 좋으니까요. 아르노의 그림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니 작품 속에서 건축미와 장식적인 요소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렇게 그림 속의 이탤리언 자 Italian Jar가 주인공이 됐고, 하나는 최대한 비슷하게, 하나는 저만의 해석을 담아 작업했어요. 작업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네요!

전시는 공간의 영향도 많이 받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 헤아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기로 했나요?

이혜미 회화 작품이기도 하고 크지 않아 주제에 맞게 작품을 공간별로 배치하려고 했어요. 협업한 작품이 놓인 공간, 아르노의 매력적인 색감을 담은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 건축미가 돋보이는 작품이 놓인 공간 등 특히 아르노 작가의 청명한 색감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유독 색감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아르노 저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혜미 작가는 색상을 사용하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녀가 촬영한 작품 사진을 보면 표현하고 싶은 것이 꼭 무채색만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죠. 그녀의 작품이 모든 색을 담고 있는 오브제로 표현되길 바랐어요. 자연스러우면서 생동감 있는 색감의 정물을 함께 배치했고, 무엇보다 빛을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어요.

   

프랑스 출신이지만 나폴리에 살고 있어요.

아르노 자연, 특히 빛이 저를 나폴리로 이끈 것 같아요. 토스카나 출신인 어머니 덕분에 매년 여름을 그곳 별장에서 보냈고 점점 더 많은 이탈리아 지역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리고 마침내 자연과 빛, 구상, 아름다운 풍경이 유기적으로 혼재돼 있는 나폴리에 정착하게 됐어요.

갤러리 헤아의 두 번째 전시네요. 이전의 토마스 바저의 전시가 가구였다면, 이번에는 회화 작품이라 또 다른 매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혜미 이전 전시가 토마스 바저의 유쾌한 색감이 묻어나는 가구였다면 이번 전시는 아르노 부에이의 따뜻한 회화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 것이라고 기대해요. 아르노가 살고 있는 지중해에서는 한국인을 아시아의 ‘지중해인’으로 묘사한다고 해요. 그래서 아르노는 지중해의 풍경을 아시아에 있는 지중해의 나라, 한국에 가져온다고 생각하죠(웃음). 11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분이 아르노의 작품을 눈과 마음으로 느끼길 바라요.

 

INSTAGRAM @galerie_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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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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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테이블

유쾌한 테이블

유쾌한 테이블
세라믹 브랜드 무티나 Mutina가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바버&오스거비와 협업 10주년을 기념하며 작은 테이블을 선보인다. 두 팀이 가장 애정하는 미팅 장소였던 런던의 레스토랑 ‘Rivington Bar&Grill Restaurant’에서 이름을 따온 리빙톤 테이블이 바로 그것. 벽에 고정시켜 사용하는 두 가지 원형, 사각 테이블과 높이가 다른 세 가지의 독립형 테이블로 주조 기술을 사용해 제작한다. 서로 상반되는 유광 원색의 조합으로 활기차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WEB www.mutin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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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자에서 보낸 72시간

이비자에서 보낸 72시간

이비자에서 보낸 72시간
이비자의 석양과 자유로움에 매료된 실내 건축가 도로테 메리슈종과 함께한 72시간.  

  실내 건축가 도로테 메리슈종이 이비자에 처음 왔던 때는 2013년이었다. 그때는 이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랐다며 그가 입을 열었다. “이비자는 역사적으로도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단절된 곳이었어요. 이 섬 깊숙이 자유로운 정신이 스며들어 있단 걸 알게 되었어요.” 그는 달트 빌라 Dalt Vila란 마을을 알게 되었고, 이곳의 보헤미안 감성에 푹 빠져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마을은 흰색 모래가 깔린 멋진 해변에 있다. 이비자에 세컨하우스를 가진 그는 발레아르에서 몬테솔 Montesol 호텔을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곳을 현대적으로 바꿔 호텔 주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텔 1층에 자리한 카페에 지역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게 유도하는 설계가 우선이었다.  
4월에 문을 연 몬테솔 호텔. 객실을 장식한 파우더 핑크색 커튼 사이에 선 도로테 메리슈종.
  그는 ‘아유르베다 원칙’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로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비자는 언제나 인도 히피 문화와 함께한 곳이에요. 특이하고 진실된 이 섬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태양의 리듬에 맞춰 살고,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죠.” 그의 가벼운 발걸음을 따라 여행을 시작했다.  

PORTINATX BEACH

 

  소나무로 둘러싸인 바닷가, 수많은 레스토랑을 품은 이 만에는 해안 동굴이 많다. 직접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길이 바위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 해변을 좋아해요. 이비자 북쪽 해변에 자리하고 있어 배를 빌리거나, 반대쪽의 황량한 풍경까지 걸어갈 수도 있어요.” 도로테가 감탄하며 말했다.  

LE PETIT ATELIER N° 74

 

  뉘메로 74를 론칭한 타라 스페즈는 일명 푸피 Poupy의 부티크로 이비자에서 꼭 들러야 하는 장소다. 도로테에게 이곳은 ‘실내용 옷의 천국’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이벤트와 아틀리에 행사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ADD Paseo de Santa Gertrudis, 12, Santa Gertrudis de Fruitera

 
에스 토렌트 도로의 산 정상에서는 바다와 골짜기 그리고 섬의 녹음을 바라볼 수 있다.
 

LA PALOMA

 

  이비자 중심지인 산 로렌조 마을에 자리한 레스토랑. 이탈리아의 채식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은 전통적인 장소로 여겨지는데, 이 섬의 고유한 정신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 친구 집 정원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듯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ADD Carrer Can Pou, 4, Sant Llorenc de Balafia

 

SES SALINES BEACH

 

  “제가 좋아하는 해변이에요. 흰 모래와 터쿠아즈 블루의 물이 아름답죠. 엑스페리멘털 비치 Experimental Beach에서 세 살린 Ses Salines 공원을 가로질러 이 해변까지 걸어갈 수도 있어요. 그 자체가 작은 모험이에요!” 도로테가 말했다. 작은 산 뒤로 황홀한 핑크빛 염전 풍경이 펼쳐진다. 꼭 가봐야 할 곳이다.  

HOTEL MONTESOL

 

  이 섬의 첫 번째 호텔인 르 그란 호텔 몬테솔. 1930년대 건축 요소를 담은 파사드로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엑스페리멘털 그룹이 인수하고 도로테가 리노베이션한 이곳은 지역 사람들의 리듬에 맞춘 도시 호텔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테라스와 멋진 루프톱을 이용한다. 호텔 곳곳에서는 귀여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벽의 조개껍데기, 1970년대 바닥, 예술적인 암체어와 구불거리는 나무 테이블 등을 보게 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ADD Passeig de Vara de Rey, 2

 

ALFARERIA SA TEULERA

 

  “이비자 출신의 도공이에요!” 도로테는 몬테솔 호텔을 장식할 때 이 지역의 제작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가족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이비자의 매력이 느껴지는 ‘외계인을 닮은 작은 조각’ 여러 점을 구입할 수 있었다.

ADD C/ Rio de la Plato, 32, Can Negre

 

SUNSET ASHRAM

 

  “호스탈 라 토레 Hostal la Torre, 엑스페리멘털 비치와 함께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는 장소예요”라며 도로테가 알려줬다. 동굴집 같은 분위기의 이 레스토랑에서는 물 위에 떠 있는 듯 크고 둥근 플랫폼 끝에서 에스쿨 데 세스 푼세스 Escull de Ses Punxes 섬을 마주할 수 있다.

ADD Carr. De Cala Conta, s/n, Sant Jose de sa Talaia

 

LE PACHA

 

  “이비자의 나이트클럽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제게는 이비자 클럽 하면 이곳이에요! 일요일 저녁에 이곳에서 디제이 솔로문을 알게 됐고, 힘든 월요일 아침을 수없이 겪었어요.” 도로테가 장난스럽에 말했다.

ADD Av. 8 de Agosto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산타게르트루디스 마을의 종탑. 이 교회는 18세기 말에 건축되었다.
 

“이비자 문화는 예술적이고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해요.”

 

ES TORRENT

 

  테이블보를 깐 테이블, 빗질한 모래 바닥, 쿠션이 있는 암체어, 프라이빗 베이 Bay. 에스 토렌트는 마을 식당의 모습을 한 해변 레스토랑이다. 파에야와 이비자의 새우, 홍합, 바닷가재 그리고 조개와 굴을 맛볼 수 있다.


ADD
Plage d’Es Torrent, Sant Josep de sa Talaia

 

SA TRINXA

 

  나무판에 그려 지붕에 설치한 간판이 이곳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기둥은 물속에 있고 천장은 대나무로 되어 있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거나 30개 정도의 파라솔 그늘에서 쉰다. 도로테처럼 음악을 들으며 차가운 마가리타를 마시러 이곳에 온다.

ADD Playa de Ses Salines, s/n, Sant Josep de sa Talaia

 

SLUIZ

 

  섬 중심지에 자리한 6,000㎡의 넓은 숍. 나무 위의 컬러풀한 암소 조각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곳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엉뚱하고 괴상한 패션 및 데코 아이템을 판매한다.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ADD PM-804, s/n, Santa Gertrudis de Fruitera

 

FINCA LA PLAZA

 

  “산타 게르트루디스에 있는 이 레스토랑에 자주 와요. 멋진 정원과 맛있는 음식이 있어요.” 도로테가 말했다. 18세기 집을 개조한 이곳에서는 참치와 리조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ADD Plaza de la Iglesia, 5, Santa Gertrudis de Fruitera

 

PLAGE BENIRRAS

 

  주변에 어떤 건물도 없이 녹음만 펼쳐지는 길을 따라간다. 그런 다음 해변으로 걸어가서 눈앞에 펼쳐진 절벽 앞에서 감탄하면 된다. 도로테가 ‘이비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말하는 단 하나의 해변. 돌아오는 길에는 소나무 아래에서 모자와 목걸이, 다양한 장신구를 판매하는 히피 마켓을 볼 수 있다.  

SANT JOAN DE LABRITJA

 

  옛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의 골목길을 잠시 거닐다 일요일엔 핸드메이드 마켓에 꼭 들러야 한다. 그런 다음 기리 카페 Giri Cafe에서 아침을 먹어야 한다고 도로테가 조언한다. 밖에서 보면 심플한 동네 바 같지만 실내에 큼직한 방과 멋진 테라스를 숨기고 있다.  

 

SES BOQUES

 

  에스 쿠벨스 Es Cubells 언덕에서 길이 이어지다가 이내 바다로 사라진다. 숨막힐 듯한 풍경. 그 끝에 있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가스파초, 이베리코 햄, 피멘토스 데 파드론을 비롯한 스페인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ADD Playa de Ses Boques, Sant Josep de sa Talaia

 

EXPERIMENTAL BEACH

 

  이비자에서 석양은 황홀한 보석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놓치면 안 된다. 도로테에게 석양 하면 생각나는 곳은 엑스페 비치다. “여전히 좋아하는 장소예요. 제가 꾸며서 그렇기도 하지만 2013년에 조금의 의심을 품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비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곳이 바로 여기랍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음악을 들으며 지는 해에 박수를 보내는 마법 같은 장소예요.”

ADD Camino Cap des Falco, 4856, Las Salinas

 

“태양과 흥겨운 분위기, 자유로움을 느끼러 이곳에 옵니다.”

CREDIT
editor 베랑제르 페로쇼 Berengere Perrocheau
photographer 야닉 라브루스 Yannick Labrou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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