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한 지 1년 만에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획득한 강민철 레스토랑은 새로운 것을 찾아 탐구하는 천재의 실험실에 가까웠다.
아마도 강민철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최단기간에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자 가장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일 것이다. 2022년 오픈한 지 불과 1년 만에 첫 별을 단 데다 2023년에도 어김없이 하나의 별을 받았다.
이곳을 이끄는 강민철 셰프는 24살 즈음 무작정 해외로 떠나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 피에르 가니에르 등 세계 3대 프렌치 거장의 레스토랑을 모두 거치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아온 이다. 소위 ‘초엘리트 코스’를 밟은 강민철 셰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혹시 마요네즈가 불어인 거 아세요?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홍콩을 거쳐 자연스럽게 파리에 정착하게 됐어요. 양식의 모든 뿌리는 결국 프렌치에서 시작하더라고요.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일한 지 4년 정도 됐을 무렵 코로나19로 유럽이 셧다운됐어요. 한국을 떠난 지 20년 정도 됐을 무렵 돌아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는데, 13년 정도 됐을 때 갑작스럽게 들어오게 된 거예요.”
3년 전쯤 한국으로 돌아온 강민철 셰프는 한남동 쪽에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 중이었다. 허가를 비롯한 여러 법적 문제로 인해 예상보다 늦어졌고, 그 시간 동안 원 테이블 레스토랑 겸 작업실을 열어 연구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만든 것. 딱히 떠오르지 않아 이틀 만에 떠오른 상호명으로 강남구청에서 영업 신고를 마쳤다. 청담동 어느 빌라 지하에 자리한 강민철 레스토랑은 그렇게 문을 열었다. 간판도, 그 어떤 홍보도 없었지만 입소문만으로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미쉐린 별과 함께 찾아온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하나에 불과했던 테이블은 현재 세 개까지 늘어났다. 10여 명의 스태프가 함께 일하기엔 다소 비좁아 보이는 키친과 홀의 크기가 비로소 이해되는 부분이다.
오픈한 지 이제 갓 2년이 넘은 강민철 레스토랑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메뉴판이다. 9~12코스에 달하는 메뉴가 거의 매일 바뀌는 탓에 애초에 메뉴판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한 것.
“저희는 시즌별이나 체계적으로 메뉴를 바꾸지 않아요. 갑자기 생각나면 만들어보고 맛이 괜찮으면 손님 상에 올리는 식이에요. 그저께부터 내기 시작한 캐비어 비빔밥은 새벽 3시쯤 갑자기 떠오른 메뉴인데, 새벽 5시쯤 먼저 와서 만들어봤어요. 밥집에서 먹은 비빔밥을 어떻게 재해석해볼까 고민한 결과죠. 메뉴 구성이나 플레이팅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냐고 많이들 물으시는데요. 사실 명쾌한 답이 없어요. 미술관을 가거나, 공연을 보거나 하는 것도 전혀 없고요. 그냥 일상에서 느낌이 가는 대로 하는 거죠(웃음).”
강민철 레스토랑에는 대부분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비기, 시그니처 메뉴가 없다. 매일 같은 메뉴를 봐야 하는 게 지겨워서라는 대답을 내놓은 강민철 셰프는 스스로 ‘프렌치’를 하는 셰프라 정의 내리지 않는다. 다만 손님들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이곳에서 하길 바랄 뿐이다. 아늑한 동굴 같은 분위기를 주기 위해 장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뜬 아르마니 실크로 벽을 바르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창의적인 기물을 위해 기성품 대신 작가를 찾아 나서며, 양식 파인다이닝 하면 으레 예상하는 틀과 고정관념을 최대한 깨부수려 노력하는 이유다. 다만 화려하게 보이는 퍼포먼스를 넘어 손님들의 눈과 입이 강민철의 음식에 ‘압도되길’ 바란다.
코스의 흐름이나 식재료도 매일 바뀌는 탓에 한번은 고기를 기대하고 온 손님이 밥과 채소로 만든 메인 메뉴를 받아 들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지금껏 변함이 없다. “요즘 대부분의 한정식집 잡채에는 빨간색 파프리카가 들어가잖아요. 우리 고유 음식인데 파프리카라니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하더라고요.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틀이 깨지고 변한 거죠. 좋고 나쁨을 넘어 흐름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거예요. 저도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