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쿠다 후라
몰디브는 1,192개의 섬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형태로 인도와 스리랑카 남서쪽에 자리한다. 이중 고급 리조트가 들어선 산호 섬은 대략 100여 개로 어디에서 머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야말로 사실상 몰디브 여행의 전부가 되는 이유다. 몰디브로 향하는 직항은 코로나19 이후 재개되지 않아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11시간을 비행하고 드디어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 닿았다.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말레 공항 앞에는 버스정류장 대신 보트 선착장이 있었다. 고속 보트를 타고 20분간 물살을 가르고 달리면 쿠다 후라 포시즌스 리조트에 도착한다. 해변의 모래를 밟는 순간 ‘아, 여기는 다른 세상이구나’ 하는 게 느껴질 만큼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하다. 더구나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다는 마치 멀리서 온 이방인을 위해 축하 음악을 들려주는 듯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칠흑처럼 깜깜하지만 두근거림이 가미된 어둠이었다. 마치 선물 상자를 풀기 전 기분 좋은 긴장감이랄까. 바다로 향하는 커다란 창문을 열고 호텔에서 준비해준 뜨끈한 쌀국수와 레드 와인을 마시며 해가 뜬 몰디브의 바다를 상상했다. 날이 밝고 몰디브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익숙한 푸른 바다가 아닌 눈이 시릴 만큼 맑은 옥색이다. 속살까지 다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하늘까지 적시고 있는 것 같다. 바다를 향해 놓인 간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구름 속을 거니는 듯 나른하고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 들어가게 되는 프라이빗 수영장. 그곳에서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인도양 역시 황홀하다. 잠시 후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쿠다 후라의 객실은 크게 비치 방갈로와 워터 방갈로로 나뉜다. 몰디브 전통 마을처럼 꾸며진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비치 방갈로는 신비로운 색감의 열대 꽃과 독특한 수형의 야자수로 둘러싸여 있다. 무엇보다 워터 방갈로에는 바다로 향한 샤워 룸과 야외 샤워 시설이 마련되어 수영 후 과감한 풍욕도 즐길 수 있다. 워터 방갈로는 방향에 따라 동쪽에서는 일출과 월출을, 서쪽에서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본섬과 떨어진 또 하나의 작은 섬인 스파 아일랜드다. 오직 스파만을 위한 장소인데 몰디브 전통 목선인 도니 Doni로 이동하는 방식도 낭만적이다. 바다 위에 세운 스파 공간에서 침대 아래로 열대어가 떼지어 다니는 풍경을 보며 완벽한 힐링 타임을 가져본다. 쿠다 후라 역시 여느 리조트와 다르지 않게 다채로운 해양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선택한 돌핀 크루즈는 단연 최고였다. 파도에 뒤뚱거리는 배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만난 수십 마리의 돌고래는 보란 듯이 몸을 꼬아대며 점프한다. 스핀 돌고래다. 세상에는 어떤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자연 풍경이 있는데, 붉게 상기된 하늘과 솟아오르는 돌고래 모습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았다.TIPS
해가 뜨기 전 수영장 옆 데크에 모여 시작하는 선셋 요가에 참여해보자. ‘옴~’을 읊조리며 기운을 모으고 산티를 따라 1시간가량 요가를 마치면 온몸에 생기가 돈다. 눈앞에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일출 풍경과 함께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를 느끼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포시즌스 란다 기라바루
쿠다 후라보다 북쪽에 자리한 란다 기라바루로 향하는 길도 흥미롭다. 쿠사마 야요이의 도트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수상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정은 지상 낙원으로 입성하는 듯하다. 쿠다 후라와 란다 기라바루에서는 아일랜드 타임이라는 시차가 적용되는데, 란다 기라바루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 꿀 같은 시차가 실감된다. 이곳은 쿠다 후라보다 야생의 느낌이 강한데, 열대우림 속에 지어진 리조트라는 설명이다. 리조트에는 까마귀만 한 과일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는 얼굴이 귀엽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박쥐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신묘한 경험도 가능하다. 포시즌스 란다 기라바루는 쿠다 후라보다 네 배가량 큰 규모로 객실 103개, 총 네 개의 야외 풀장을 갖추고 있는 거대한 리조트다. 방갈로와 빌라들은 몰디브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열대나무 잎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나뉘어 있다. 비치 방갈로의 개인 전용 정원에는 5m 길이의 여유로운 수영장과 선데크 전망대가 자리한다. 비치 빌라는 터키옥으로 장식된 문과 몰디브 전통 산호초 벽을 지나 빌라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각 빌라에는 12m의 개인 전용 수영장과 야외에 마련된 거실 겸 다이닝 파빌리온이 있으며, 바닷가로 바로 연결되는 개인 전용 길도 있다. 란다 기라바루에서는 바닷길이 열리는 비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탤리언 레스토랑 블루 Blu에서 멀리 보이는 하얀 모래섬이 절경이다. 느긋하게 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투숙객의 이니셜이 새겨진 자전거에 올라 섬 이곳저곳을 다녀보는 색다른 경험도 추천한다. 바다 밑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인도양 한가운데 몸을 던져 스노클링을 즐겨도 좋다. 하얀 산호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는 작은 물고기들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산호가 없는 지역은 바다가 무척 깊고 그 아래 큼지막한 물고기들도 유유히 지나다닌다. 특히 매년 5월부터 11월 말까지는 만타가오리 시즌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서 해류를 섭취하고 있는 가오리의 모습을 관찰하며 수영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할 것. 리조트에는 총 네 곳의 레스토랑과 한 곳의 바가 있다. 카페 란다 Landda는 아침 뷔페와 점심, 저녁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알 바라캇 Al Barakat 레스토랑은 색다른 중동 음식을 선보이며 천장에 알록달록한 랜턴이 달려 있어 밤에 가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레바논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블루는 탁 트인 바닷가 앞에 자리 잡아 로맨틱한 전망이 일품인 곳. 레스토랑과 바를 겸하는 곳으로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으며 아침 식사를 위한 단품 요리도 제공한다. 란다 기라바루의 아유르베다 스파는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난 곳으로 치료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여행자도 꽤 많다고 한다. 고대 인도의 아유르베다에 입각해 인도 의사들이 상주하며 스파를 찾는 이들의 체질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물, 불 등 우주를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정확히 진단한 차크라를 바탕으로 개개인에 맞는 최적의 오일을 사용해 마사지한다. 원한다면 검사와 동시에 체질 분류와 생활 습관 전반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체질에 맞는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으니 메뉴판에 있는 표식을 잘 체크해보자.TIPS
포시즌스 호스피탈리티는 개개인에 맞춘 세심함으로 감동을 전해준다. 고객뿐 아니라 그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같아 보인다. 쿠다 후라와 란다 기라바루 두 곳의 리조트에서는 특히 산호 보호 단체인 리프스케이퍼스 Reefscapers와 협력해 여행자에게 자신의 이름 명찰을 단 산호를 기증하고 이들의 생장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린디스커버리센터에서는 다친 바다거북을 구조해 바다로 보내주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년간 포시즌스 리조트는 산호초를 키울 수 있는 산호틀을 2,000개가량 리조트 앞바다에 설치했고, 13년 동안 300마리 이상의 거북이를 구조, 200마리가량 바다로 돌려보냈다.WEB www.fourseasons.com/mald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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