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밤에 특히 잘 어울리는 짙은 위스키. 음식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조합으로 즐기는 위스키의 매력에 빠져보길.
전통의 멋을 담은 위스키, 광화문 더 발베니 바
130여 년 전통을 지켜온 싱글 몰트 위스키 발베니의 두 번째 바가 오픈했다. 아시아에 단 두 곳뿐인 발베니 바인 데다 음식과 함께 즐기는 위스키 페어링을 선보여 더욱 기대되었다. 강렬한 향으로 식전주나 식주후로 마시는 위스키이지만, 음식과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어 특별히 고심한 메뉴다. 먼저 위스키는 따뜻한 꿀과 바닐라의 풍미를 담은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을 추천받았다.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맛으로 어떤 음식과도 페어링하기 좋다.
크로스티니 플레이트와 송훈 칵테일
광화문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그니처 칵테일도 인상적이다. 발베니는 2021년부터 장인 정신의 가치를 소개하는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올해의 주제인 한국 전통 악기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을 선보인 것. 먼저 도자기 관악기인 송훈은 달항아리 잔과 생강 향으로 흙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에 레몬 생강청을 더하고, 당귀 잎을 올려 산뜻한 흙의 향을 입혔다. 상큼한 향으로 어떤 음식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장구는 칵테일 위에 올린 달고나를 깨먹는 방식으로, 전통 타악기인 장구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았다. 달달한 맛으로 음식과 페어링하기보다는 디저트처럼 즐기기를 추천한다.
제주산 딱새우 아뇰로티
위스키와 함께 페어링할 음식으로는 크로스티니 플레이트와 제주산 딱새우 아뇰로티를 주문했다. 바삭하게 구운 작은 빵 위에 토핑을 올려 먹는 크로스티니는 버섯과 문어, 무화과가 각각 두 피스씩 제공된다. 다채로운 맛으로 위스키와 함께 곁들이기 좋았다. 아뇰로티는 딱새우가 들어간 라비올리, 그 위로 훈연한 리코타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올렸다. 비스큐 소스에는 발베니를 넣어 부드러운 풍미를 더한 것이 특징. 크로스티니의 빵을 소스에 찍어 접시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세 가지 발베니와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 세트도 준비되어 있다. 발베니 14년, 16년, 21년 각각의 특징에 맞춰 준비된 핑거 푸드로 비교하면서 맛을 즐길 수 있다. 향긋한 술 한잔이 생각날 때 다시 방문할 예정.
INSTAGRAM @balvenie_kr
MZ를 위한 위스키 바, 개나리 위스키 한남
위스키는 내게 쉽지 않은 술이다. 도수가 워낙 높기도 하지만 위스키 특유의 중후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다소 부담스럽달까. 신사동에 이어 한남동에 2호점을 오픈한 개나리 위스키는 위스키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카페처럼 가벼운 분위기를 풍긴다.
탈리스커10년과 리얼 진저 하이볼
반면 위스키 리스트는 절대 가볍지 않은데 싱글 몰트, 버번, 테네시, 블랜디드, 아이리시, 재퍼니스 등으로 나뉜 리스트만 해도 대략 70여 종. 짐빔 소다나 진저 하이볼, 얼그레이 하이볼, 마가리타 하이볼 같은 기존 메뉴도 있지만, 모든 위스키의 온더록 가격에 1천원만 더하면 잘 어울리는 믹서를 더해 하이볼로 만들어준다는 점도 재미있다. 생강으로 직접 만든다는 리얼 진저 하이볼과 탈리스커 10년, 글렌피딕 12년, 러셀 10년을 한 잔씩 선택했다.
양꼬치 탕수육
개나리완탕
필수 주문이 아닌 터라 안주 종류는 많지 않은데, 아무래도 높은 도수의 위스키에 어울릴 법한 중식 베이스의 메뉴가 주를 이룬다. 시그니처인 양꼬치 탕수육과 개나리완탕, 무화과 플래터를 주문했다. 쯔란을 베이스로 해 향신료 내음이 물씬풍기는 양꼬치 탕수육은 맛있었지만, 메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내심 아쉬웠다. 들어갈 때만 해도 분명 텅 비어 있었는데, 8시가 넘어가자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MZ로 추정되는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요즘 위스키가 핫하다더니 정말이었네.
INSTAGRAM @gaenari_hannam
어른을 위한 빙수, 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
곱게 간 우유 얼음에 망고를 듬뿍 올린 망고 빙수부터 멜론을 썰어 넣은 멜론 빙수,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수박 빙수까지. 이외에도 딸기 빙수, 샤인머스켓 빙수, 카이막 빙수 등 유명 호텔에서는 시즌마다 이색 빙수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마치 유행처럼 자리 잡은 빙수 메뉴는 이제 호텔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에 웬 빙수 이야기냐 싶겠지만, 깊어가는 가을밤과 완벽한 조합을 자랑하는 빙수 메뉴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름하여 빙스키. 빙수의 성지인 신라호텔에서 새롭게 내놓은 ‘허니콤 아포가토 빙수’에 위스키를 페어링한 메뉴다.
허니콤 아포가토 빙수
빙스키는 우유 얼음 위에 진한 지리산 벌집꿀을 통째로 올린 허니콤 아포가토 빙수에 글렌피딕 15년과 글렌리벳 15년 한 잔으로 구성된다. 큼지막한 벌집을 입안 가득 머금고 차가운 우유 얼음을 한입 넣자 두 눈이 절로 감겼다. 달달함이 초과됐을 즈음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위스키 한 모금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특히 향긋한 오렌지 껍질과 자몽 향을 머금은 글렌리벳 15년이 허니콤의 달콤함과 어우러졌던 기억.
글렌피딕 15년과 글렌리벳 15년
그리고 커피, 말차, 팥,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쿠키 등 취향대로 빙수를 즐길 수 있는 곁들임 재료도 제공되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호텔 라운지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맛본 달콤, 쌉싸래한 빙스키의 조합은 단연 빙수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루키이지 않을까. 빙수 단품 가격은 6만8천원, 위스키 페어링 시 5만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이외에도 취향에 따라 스파클링 와인 2잔 혹은 스위트 와인 2잔, 와인 한 병 중 택할 수 있다. 빙스키는 12월 시즌 메뉴인 딸기 빙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깊어가는 가을밤을 짙고 달콤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TEL 02-2230-3388
을지로 위스키 & 디저트 바 필로소피 라운지
그동안 위스키를 마실 때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건, 멈출 수 없이 구미를 당기는 디저트의 매력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서울 을지로와 충무로 사이 구석진 골목길에 문을 연 위스키&디저트 바 ‘필로소피 라운지’도 그걸 잘 알고 있나 보다. 쑥 위스키, 밤 위스키, 백도 위스키 등 친숙한 재료를 인퓨징한 창작 위스키와 함께 어울리는 다채로운 디저트를 판매한다.
F&B 브랜딩 전문 회사 ‘현현’이 만든 곳이라 그런지 MZ들이 탐낼 만한 포토제닉한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올리브 그린 컬러를 포인트로 한 공간은 호텔 라운지처럼 말쑥하다. 독립적으로 분리된 테이블과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는 편하게 들르기 좋다. 위스키 봉봉, 위스키 샌드 등 위스키에서 모티프를 따온 메뉴도 눈에 꽂힌다. 위스키 샌드는 부드러운 식감의 비스킷 안에 브랜디에 절인 체리와 칼루아가 더해져 한입에 위스키를 머금은 듯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해 궁금증을 더했던 위스키,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와 페어링하니 단맛이 자연스레 씻기며 진한 셰리의 달콤함이 남았다.
위스키 샌드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미드나잇 파르페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요거트 젤라토 위에 버번 바닐라 시럽, 무화과가 담긴 독특한 조합이다. 필로소피 라운지의 시그니처인 마롱 쇼콜라 위스키를 곁들였는데, 위스키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밤 향이 신박하면서도 낯설다. 무화과와 밤, 위스키의 조합이라니. 익숙한 맛인데도 색다른 느낌이랄까. 개성 강한 피트 위스키도 디저트와 함께라면 잘 넘어간다. 짐 머레이의 ‘위스키 바이블 2010’에서 3위를 차지한 인도 피트 위스키 암룻 퓨전과 캐러멜 소스에 적신 버터 스카치 푸딩을 페어링하니 위스키가 친구를 제대로 만났다. 강한 요오드 향의 스파이스함이 발산되자 달달한 푸딩이 진가를 발휘한다. 피트 위스키가 부드러워지는 마법이다. 가을밤만큼 어울리는 안주가 더 있을까. 한잔에 뜨겁게 달아오르는 체온을 적당하게 식혀줄 쌀쌀한 날씨도 한몫한다. 그저 위스키 한 잔과 디저트 한 조각이면 충분할 뿐.
미드나잇 파르페
INSTAGRAM @pl_se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