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싱어 사전트의 패션&아트

존 싱어 사전트의 패션&아트

존 싱어 사전트의 패션&아트

초상화를 통해 1800년대 최신 유행 패션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보스톤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전경. Fashioned by Sargent Exhibition at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Ann and Graham Gund Gallery. © Museum of Fine Arts, Boston

화가의 이름은 몰라도 블랙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고개를 돌린 아름다운 여인의 그림은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여러 패션 매거진은 비슷한 옷을 입은 니콜 키드먼, 줄리안 무어와 함께 그림처럼 포즈를 취한 스페셜 화보를 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그림은 미국인이지만 평생을 유럽에서 보낸 존 싱어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1856~1925)의 ‘마담 X’라는 작품이다. 그의 아버지는 병약한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이후 의사를 그만두고 유럽 곳곳을 다니는 방랑자의 삶을 선택한다. 덕분에 사전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 정규교육 대신 부모님께 교육을 받으며 유럽 곳곳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자랐다.

특히 그가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그림이었다.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수채화로 남겼고, 특히 부유층의 초상화로 인기를 끌었다. 블랙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도 그중 하나로, 당대 프랑스 최고의 미녀로 꼽혔던 고트로 부인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이 전시회에 출품되면 더 큰 찬사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 그녀의 기대와 달리, 1884년 파리 살롱 전시에서 이 작품은 모두의 조롱거리가 된다. 흘러내린 어깨 끈, 딱 붙은 검은색 드레스, 창백하다 못해 파래 보이는 하얀 피부, 지나치게 높은 코, 평소 그녀에 대해 품고 있던 질투도 한몫 더해 심한 비평의 대상이 되었다.

 

1884년에 완성한 작품 ‘마담X’. John Singer Sargent, Madame X, 1884.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이 사건으로 상심한 작가는 파리를 떠나 런던에 정착하게 되고, 이 그림을 평생의 대작으로 간직하다 훗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판매한다(어깨 끈이 흘러내려 에로틱하다고 비판받았던 것을 의식했는지 다만 어깨 끈은 수정했다). 파리 전시회의 스캔들을 뒤로하고 수많은 부인을 화폭에 담으며 마침내 스페인의 대가 벨라스케스에 못지않은 초상 화가라는 인정을 받게 된다. 사전트는 부유한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종종 그들의 의상을 정해주기도 하고 혹은 멋지게 차려입은 옷을 변경하기도 했다. 왕족의 초상화를 그리던 벨레스케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단지 명령을 수행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위해 모델을 조율하는 감독과도 같은 포지션을 취했던 것이다. 평범한 인물이 마치 영화 속 캐릭터처럼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뿜어낼 수 있었던 것도 작가의 연출력 덕분이고, 어쩌면 그 힘 때문에 많은 부호가 사전트의 초상화 모델이 되기 위해 줄을 섰던 셈.

 

 

이처럼 사전트의 작품은 패션과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점을 주목한 전시 <사전트의 패션 Fashioned by Sargent>가 미국 보스톤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주 방문했던 보스톤은 1988년 미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 전시에는 50여 점의 대형 초상화와 작품 속 패션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의복,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인다. 영국 테이트브리튼과 협력한 이번 기획 전시는 보스톤(10월 8일~24년 1월 15일)에 이어 런던(24년 2월 21일~7월 7일)까지 이어지는데, 내년에 런던을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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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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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의 여행 초대장

파리지앵의 여행 초대장

파리지앵의 여행 초대장

다가오는 연말, 저 멀리 훌쩍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프랑스 백&트렁크 브랜드 모이나가 ‘파 라 루트’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행의 매력에 대한 찬사를 담아 모이나의 아이코닉한 캔버스 1920 트렁크를 재해석한 것.

모이나의 로고를 상징하는 모노그램 캔버스 위에 역사적인 트렁크를 상징하는 트래플 패치를 더해 각 여행지의 매력을 담았다. 아틀리에 장인들의 손 글씨와 작은 판화까지 더하니 여행지에서 보낸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기분이다. 이와 함께 골드와 실버로 빛나는 가죽 소재의 듀오 토트 BB, 스몰 레더 액세서리와 리틀 슈트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홀리데이 시즌의 매혹적인 매력을 더한다. 국내에서는 메종 모이나 신라와 모이나 신세계 강남점에서 만날 수 있다.

TEL 02-225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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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의 철학자

지금 이 시대의 철학자

지금 이 시대의 철학자

장르를 넘나들며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미스치프가 한국에 상륙했다.

MSCHF, Birkinstock(2021).

2011년 개관해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 핀 율 100주년 기념전,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등 흔치 않은 기획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림미술관. 2021년 친환경을 주제로 한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전을 마지막으로 잠시 휴관을 선언했던 대림미술관이 마침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늘 전 세계에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미스치프 MSCHF로 중무장한 채 말이다.

MSCHF, Satan Shoes(2021).

미스치프는 가브리엘 웨일리 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 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 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 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컬렉티브로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한정판 작품을 선보이는데, 장난짓(Mischief)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작품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면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그 가죽으로 버켄스탁 샌들 모양의 ‘버킨스탁’을 만들어 판매한다거나,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작품을 구매한 뒤 88개의 조각으로 각각 오려 되파는 방식으로 일곱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거나, 나이키 에어맥스 97의 에어솔에 실제 사람 피를 넣어 커스텀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판매하며 현대인의 물질적 소비 심리를 간파하는 식이다.

 

MSCHF, Key 4 All(2022).

 

이번 <MSCHF: Nothing Is Sacred>전은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라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터랙티브 게임부터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총 다섯 섹션으로 구분했다. 미스치프의 시각과 프로젝트가 담긴 여덟 권의 매거진을 감상할 수 있는 ‘Archive’를 시작으로 게임 형태로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투기 등을 낱낱이 까발린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개한 ‘Multiplayer’ 섹션이 이어진다. 세 번째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섹션에서는 거대 집단이 만들어낸 비합리적인 구조를 꼬집는다. 특히 자동차 한 대에 딸린 5,000개의 열쇠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한 뒤 차의 위치를 알아내면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한 ‘키포올 Key 4 All’ 프로젝트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차는 파손과 도난, 회수를 반복하며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뺏고 뺏기는 싸움으로 끝나는데, 미스치프는 이에 대해 공동 소유권과 공유 경제의 허상에 대한 실험이었음을 밝힌 것.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전경.

 

이어지는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에서는 앞서 예시로 든 리미티드 에디션 작품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마지막 ‘Nothing Is Sacred’ 섹션에서는 예술과 종교 등 성역이라 일컬었던 사회 인식에 도전장을 던지며 보기 좋게 꼬집는다.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신성함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Is Sacred)는 이 전시의 이름이자 주제처럼 말이다.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전경.

 

느낌표를 자아내는 미스치프의 작품은 지금의 사회와 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를 둘러싼 무거운 주제를 유쾌함으로 승화하는 모습에서 왜인지 모를 쾌감과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익숙함을 익숙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뒤집고 까발려 보기 좋게 박제까지 하는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가 아닐까. 가벼워 보이지만 의외로 무거운 이번 전시는 2024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자료제공: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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