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피플의 반려동물 이야기

리빙 피플의 반려동물 이야기

리빙 피플의 반려동물 이야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 명에 달하는 요즘, 저마다의 일상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또 하나의 가족으로 함께 살아간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섯 명의 리빙 피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경옥 작업실을 지키는 삼형제, 달봉이와 피스&볼트

 
새하얀 계단에 앉아 개미 오브제를 응시하는 피스의 모습이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벽면과 바닥, 천장까지 새하얀 신경옥 디자이너의 논현동 작업실. 새하얀 벽에 꼭 점을 찍은 듯 조용히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 피스는 이제 막 한 살이 되었다. “작년 빌라를 공사하는 현장에서 만났어요. 거친 공구랑 먼지가 날리는 현장 주위를 계속 맴도는 모습이 안쓰러워 돌보게 되었죠. 처음에는 몸무게가 300g도 안 될 만큼 작아서 병원에서 약도 못 먹일 정도였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임보(임시보호) 소식을 알리며 잠시 돌볼 계획이었지만 피스가 점점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며 정이 들었고, 그렇게 새내기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아프지 말고 평화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도 피스 Peace라고 지었다.  
달봉이 뒤로 침대에 누워 있는 볼트와 테이블 위에 앉은 볼트.
  그리고 6개월 뒤, 또 다른 현장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피스의 새로운 동생이 된 볼트다. “볼트는 5월에 작업실 근처 현장을 맴돌던 아이예요. 보통은 분양을 많이 받는 스노 뱅갈이라 누가 잃어버린게 아닐까 싶어 오랜 시간 주인을 기다렸어요. 결국은 피스 동생이 되어 두 마리 고양이를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  
신경옥 디자이너와 볼트. 6개월 전 길에서 데려온 볼트가 눈에 띄게 건강해져 기특하다.
  키우기로 결심한 이후, 이름을 고민하다 현장에서 만났으니 볼트라 지었다. 공교롭게도 형의 이름이 나사못을 뜻하는 피스와 발음이 같아 피스와 볼트 세트로 불린다. 부끄러움이 많은 형 피스와는 달리 동생 볼트는 호기심 많은 에너자이저다. 가구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궁금한 눈으로 여기저기를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궁금해하는 존재는 바로 작업실을 지키는 봉과장 달봉이다.  
김주현 디자이너와 ‘봉과장’ 달봉이.
  신경옥 작업실의 김주현 디자이너와 매일 함께 출근하는 달봉이는 이제 막 열 살이 된 골든 리트리버. ‘봉과장’이라는 애칭처럼 오랜 시간 작업실과 함께한 마스코트다. 그가 하는 일은 작업실에 오는 손님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 워낙 친화력이 좋아 복실복실한 털을 뿜으며 누구에게나 안기곤 한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워 같이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봉과장이라 불릴 만큼 사무실에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예요. 가장 좋아하는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거나 낮잠을 자다가도, 누군가 찾아오면 얼른 달려 나가 반겨주곤 해요.” 최근에는 새로 생긴 동생들과 친해지는 중이다. 예민한 피스와 활발한 볼트 사이에서 듬직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피스와 볼트, 달봉’S FAVORITE

   

1 달봉이가 오랜 시간 누워 있는 침대. 샛노란색의 기성 소파를 꺼려하는 달봉이를 위해 부드러운 펠트 소재로 커버링했다.
피스와 볼트의 애착 인형. 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직접 만들었다.
3 달봉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보관해두는 빈티지 수납장.

 

아빠 권중모 바라기 여섯 살 마리

 
연희동 작업실을 지키는 늠름한 마리.
  커다란 몸집에 비해 순하디순한 마리는 알래스칸 말라뮤트로 이제 갓 여섯 살이 됐다. 연희동에 자리한 권중모 작가의 작업실이 마리의 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7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 키우던 주인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파양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애견 호텔에 맡겨진 상태였는데, 워낙 대형견이라 입양이 쉽지 않았는지 곧 보호소로 가야 하는 운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데려로기로 결심했죠. 첫인상은 굉장히 시큰둥했고 들고 있던 간식에만 관심을 보였어요(웃음).”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지 4개월 된 마리와의 반려 생활이 시작됐다.     2019년에는 대학로 작업실을 떠나 한적한 연희동으로 이사했다. 마리를 위해서라도 매일 9~10시 사이에 출근하고, 오자마자 바로 산책에 나선다. 야외 배변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세 번은 산책을 나간다고. 권중모 작가가 작업에 몰두해 있을 때에는 주로 잠을 자거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마리는 시원한 타일 위나 출입문 앞에 앉아 있길 좋아한다. 특히 눈이 오는 겨울이 되면 밖에 나가는 것을 유독 기다린다고. 작품을 비롯해 한지, 금속 등 다양한 기물이 가득한 작업실에서 마리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연희동 산책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마리.
  “한창 성장기에는 작업실에 있는 종이 박스를 모조리 물어뜯어놨어요. 발송하려고 테이핑해놓은 박스에 휴지까지 다 뜯어놔서 출근하면 그걸 치우는 게 일상이었죠. 이갈이 때문이었는지 막상 크고 나니까 그 버릇이 없어지더라고요. 몸집에 비해 살고 있는 공간이 넓지 않고, 또 차를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 인적이 드문 시간 주변 공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해줘요.”  
시원한 타일 바닥은 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주로 작업실에만 있는 마리에게 권중모 작가는 하나의 큰 세계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미숙한 초보였던 권중모 작가도 이제는 마리와 교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로의 언어가 생겼고,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왜 지금 하울링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마리 덕분에 힘들 때 위로받기도 하고요, 이전에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마리가 없으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해요. 진정한 가족이 된 거죠.”  

마리’S FAVORITE

   

1 한쪽을 잡고 마리와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밧줄 장난감.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2 웬만한 장난감은 다 물어뜯어버리는 마리. 뾱뾱 소리가 나는 귤 인형은 언제나 마리의 침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3 털이 많은 탓에 더위를 많이 타 얼음물을 특히 좋아한다. 그릇은 권중모 작가가 직접 만든 것.

 

덴스크 쇼룸의 숨은 주인공 네 살 토리

 
데이베드에 앉아 반겨주던 토리의 모습. 쇼룸에 출근해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는 걸 가장 좋아한다.
  핀 율과 칼한센앤선의 가구 사이를 바쁘게 뛰노는 토리는 이제 네 살이 된 포메라니안. 덴스크 김효진 대표와 함께 출근하는 반려견이다. “워낙 에너자이저라 쇼룸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출근해요(웃음). 보통 출근하면 먼저 쇼룸을 한 바퀴 둘러본 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이리저리 살피곤 해요. 손님이 오면 반기러 먼저 뛰어 나가고요.”  
주변에서 인정하는 엄마 껌딱지 토리는 가구 사이를 바쁘게 뛰놀다가도 김효진 대표에게 달려오곤 한다.
  부드럽고 하얀 털만큼이나 푹신한 소파를 좋아하는 토리. 하지만 쇼룸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엄마 옆자리. 소파에 얌전히 앉아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도 김효진 대표와 자주 눈을 마주치곤 했다. 토리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엄마 껌딱지’다. “보통 10시에 토리랑 한 침대에서 같이 자요. 저랑 붙어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늦게 귀가하거나 술을 마시면 엄청 화내요. 그러면 소파나 침대 밑에서 혼자 자는데 그게 안쓰럽더라고요. 토리 덕분에 건강한 라이프를 살고 있습니다.” 김효진 대표는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키웠던 경험이 있지만, 가까웠던 친구들을 일찍 보내야 한다는 트라우마로 오랜 시간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토리가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주변에서 인정하는 엄마 껌딱지 토리는 가구 사이를 바쁘게 뛰놀다가도 김효진 대표에게 달려오곤 한다.
  “엘쎄드지 강정선 실장님의 반려견 수리와 자주 만나요. 그러다 보니 일상을 공유할 강아지를 다시 키우고 싶더라고요. 토리는 2개월 때 처음 만났어요. 미니종이라 정말 작았는데, 밤색과 황금색 털이 반반 나뉜 모습이 꼭 도토리 같더라고요. 그래서 토리라고 이름 지었어요.”  
복실복실한 토리의 털과 어우러지는 덴스크 쇼룸의 아늑한 무드.
  쇼룸에 출근하지 않을 때는 강아지 유치원에 등교한다. 플레이반에서도 독보적인 주인공일 만큼 힘이 넘친다. 똑똑하고 새침한 친구라 강아지 친구보다는 선생님과 노는 걸 좋아하는 것이 특징. “무척 활발하고 힘이 넘치는 친구지만, 혼자 노는 것도 잘해요. 소파에 얌전히 앉아서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때는 정말 사랑스럽죠. 낯선 사람에게는 새침하지만 친해지면 웃어줄 만큼 친화력이 좋은 게 매력이에요.”  

토리’S FAVORITE

   

1 토리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루이독의 빅 리워드 트리트. 브로콜리와 시금치, 호박이 들어간 미니볼 야채 맛이다.
2 토리의 집.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가 제작한 것으로, 친한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
3 고프의 픽처 도그 리쉬. 이탈리아 베라펠레 인증을 받은 베지터블 레더와 독일 프리미엄 아만의 실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마고 작업실의 겁쟁이 순찰대 두 살 진순이

 
마고 작가와 함께 작업실로 출근하는 진순이.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앞 자리를 가장 좋아한다.
  겁 많은 두 살 진돗개 진순이는 회화와 펠트 작업을 선보이는 마고 작가의 반려견이다. 평택에 있는 닭 특수 부위 집에 묶여 살던 어미가 낳은 4남매 중 가장 소심한 아이가 바로 진순이다.  
회화와 펠트 작품을 선보이는 마고 작가와 그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진순이.
  “구조자가 임시보호하고 있던 진순이를 4개월쯤 되었을 때 데려왔어요. 아주 어릴 적 골든 리트리버를 키운 이후 성인이 되어서는 쭉 진돗개만 임시 보호해왔어요.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큰 진돗개는 한국 입양이 힘들다고 해요. 진도는 보통 해외 입양을 가게 되는데, 그 관습을 단절하고 싶어 진돗개만 임보를 했어요. 그러다가 한 아이를 성공적으로 한국에 입양 보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파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후 앞으로 만나는 아이는 내가 직접 키워야겠다고 결심했고 때마침 진순이를 만난 거죠.”  
과일 모양의 펠트 모빌 작업.
  진순이는 4남매 중 가장 작고 겁이 많고 소심하고 또 모든 것이 느린 친구였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마고 작가는 주로 진순이와 함께 작업실로 출근한다. 진순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큼지막한 강아지 러그가 깔려 있는 곳. 또 햇살이 들이치는 창가를 좋아한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활동량이 많은 진순이는 매일 뒤에 있는 낙산으로 기본 한 시간 정도 산책에 나선다.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진순이의 모습.
  겁 많고 소심해 보이지만 이래봬도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임명 받은 순찰견이다.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 반려견 순찰대가 되었다. 초록색 조끼를 입고 동네 순찰을 돌며 사소한 문제를 신고하는 임무를 받았다.  
책상 아래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바쁜 연말만 잘 보내고 나면 산으로 들로 놀러 갈 계획이에요. 내년에는 영국 여행도 함께 가보려고요. 강아지한테 너그러운 유럽에서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갤러리도 함께 가고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 생각이에요.” 장시간 비행을 잘 견뎌줄지 걱정이라 지금부터 훈련에 돌입할 예정. 드넓은 영국의 공원에서 마음껏 뛰놀 진순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진순이’S FAVORITE

   

1 진순이와 격하게 놀아줄 때 사용하는 터그 놀이 장난감. 간식을 숨겨놓고 찾게 하는 등 후각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2 터그 장난감만큼이나 진순이가 애정하는 공이다. 여느 강아지처럼 공놀이를 참 좋아한다.
3 진순이를 그린 그림. 처음으로 진순이를 그려봤는데, 괜스레 슬프고 애틋한 감정이 들어 그리기가 꽤나 어려웠다.

 

선물가게 포에지의 영업 부장 다섯 살 네리

 
과천의 작은 선물 가게 포에지. 이곳에서 판매하는 아름다운 오브제처럼 네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과천의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작은 선물 가게 포에지를 운영하고 있는 성보람 대표의 반려견이다. 네리는 다섯 살 추정의 암컷 코커 스패니앨 종으로 길고 고운 금빛 머릿결을 지녔다. 지금의 소녀같이 우아한 모습과 달리 목에 줄이 묶여 방치되어 있던 강아지다.  
엄마 품을 가장 좋아하는 무릎 강아지 네리.
  “네리를 구조해준 사람이 브랜드 광고 촬영차 청주에 갔다 데려왔어요. 아주 짧은 목줄에 묶여 옴짝달싹 못한 채 있었다고 해요. 밥그릇에는 음식이 말라붙어 있었고요.” 구조 당시 네리는 근육 하나 없이 삐쩍 야윈 상태였다. 그 당시 두 살 정도였는데, 이미 출산한 경험도 있었다고.  
기다려! 한마디에 멈춰 있다.
  “사실 네리와 정말 닮은 작은 코커 스패니얼 두 마리를 키웠어요. 열아홉 살 된 엄마와 열세 살짜리 딸이었는데, 몇 해 전 딸아이가 먼저 떠나고 정확히 1년 뒤에 엄마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그런데 그 달에 지금의 네리를 만난 거죠.” 전에 키우던 강아지와 너무나 닮은 네리의 모습에 성보람 대표는 첫눈에 운명이라 느꼈고 입양신청서를 잔뜩 보냈다. 그렇게 네리는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왔다.  
포에지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오로지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희소성을 지녔다.
  선천적으로 눈 안에 물이 차는 병을 앓고 있는 네리는 녹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 워낙 인형같이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무서워하던 네리가 이제서야 조금 발랄해지고 의사표현도 하기 시작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성보람 대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매일 울었어요. 그런데 문득 내가 마치 네리를 곧 죽을 강아지처럼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아지들은 눈이 안 보여도 다른 감각만으로도 행복하게 산다고 해요. 두 눈이 되어줄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있는데 무슨 걱정일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네리와 성보람 대표의 모습.
  돌봄이 필요한 네리는 늘 가게로 함께 출근한다. 네리의 역할은 영업부장. 원체 순한 성격으로 네리를 보러 놀러 오는 이도 많다. 또 창밖을 보는 것을 좋아해 네리를 보고 우연히 들어오는 손님도 더러 있다. “네리는 저와 같은 INFP인 것 같아요(웃음). 관종끼가 살짝 있으면서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부담스러워해요. 집에서도 도그 티비를 틀어주면 혼자 방 안에서 보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아주 얌전한 딸 같은 아이죠. 또 털이 날리는 타입이라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주곤 하는데, 이 땋은 머리가 네리를 더욱 소녀스럽게 만들어요.” 큰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든든한 엄마, 아빠 곁이라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을 테다. 건강하고 행복한 네리의 앞날을 기원한다.  

네리’S FAVORITE

   

1 얌전하지만 공놀이를 할 때는 180도로 변한다. 네리가 가장 좋아하는 테니스공. 스프링거 제품.
2 텍스타일 디자이너 파이브콤마와 포에지가 협업해 만든 러그. 이 러그에 누워 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3 산책 시 필수 아이템인 미니 트래블 보틀. 물병을 부드럽게 누르면 물이 그릇에 가득 차 사용하기 편리하다. 스프링거.

 

스튜디오 트루베 왕자님 두 살 루카

집과 사무실, 유치원, 운동장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루카.
  루카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트루베 조규진 대표의 반려견이다. 평소 바쁜 스케줄에 워킹맘 역할까지 소화해내는 그에게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은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삶. 하지만 남편과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만나러 간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루카는 푸들과 닥스훈트가 교배된 닥스푸의 일종인데, 얼룩처럼 번지는 블루멀 Blue Merle 패턴이 있어 흔치 않은 외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직접 지었다. 빛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루체에서 파생된 남자아이 이름이자 천사의 이름이기도 한 루카로.     “사실 처음에는 제가 일부러 정을 안 주려고 하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은 매주 토요일마다 남양주에 있는 강아지 운동장에 출근 도장을 찍어요. 아마 저희가 출석률 1위일걸요? 이미 가는 길을 알고 있어서 차가 막히면 운전을 빨리 하라고 낑낑대요(웃음). 한 세 시간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데, 루카뿐 아니라 저와 남편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에요.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니까요.” 만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가족의 중심에는 언제나 루카가 있다. 루카가 유치원에 가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부러 외부 미팅을 잡고,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사무실에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조규진 대표는 루카가 사무실에서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집도 직접 디자인했다.     “디자이너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공간에 어울리는 집이었으면 했어요. 검색을 많이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더라고요. 특히 중형견이라 선택지가 정말 없었어요. 몸이 긴 루카를 위해 사선으로 디자인하고, 지붕을 평평하게 만들어 책이나 컵을 올려둘 수 있게 했죠. 친환경 도료로 색을 칠하고, 세탁이 쉽도록 면 쿠션도 만들어 넣어줬어요.” 루카 집을 본 지인들이 의뢰해오기도 한다고. 이뿐 아니라 일요일이 되면 루카 전용 화식을 직접 만드는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루카특식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루카로 인해 삶이 변했다고 말하는 조규진 대표.
  조규진 대표는 루카를 만나고 나서 삶에 대한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한 존재를 다시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사명감도 있지만 루카에게 얻는 것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루카 덕분에 웃음이 참 많아졌어요.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집에 안 들어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다 자요. 참 의리가 있달까요.”  

루카’S FAVORITE

   

1 인형의 팔을 꾹 누르면 삑삑 소리가 나는 다람쥐 인형.
2 손으로 잡고 함께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장난감.
3 건드리면 찍찍 소리가 나는 장난감으로 특히 그 소리를 좋아한다. 조이서 Joyser 브랜드는 아빠가 와디즈 펀딩을 통해 구매한 것.

CREDIT
포토그래퍼 임태준, 이현실
TAGS
그림 같은 러그

그림 같은 러그

그림 같은 러그
매번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러그 브랜드 CC-타피스가 또 한번의 협업 컬렉션을 공개했다.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사용해 낭만적인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과 만난 것. 그가 이끄는 브랜드 샤토 올란도를 모티프로 재해석해 출시한 이번 컬렉션은 네 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19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기하학 패턴을 기반으로 식물 줄기를 닮은 줄무늬, 정물화를 그려놓은 듯한 꽃 일러스트로 네 개의 디자인은 각각 포레스트 그린, 헤이즐넛, 초콜릿 그린, 마룬 컬러로 출시됐다.    

WEB www.cc-tapis.com

CREDIT
에디터

TAGS
지중해에서 온 빛

지중해에서 온 빛

지중해에서 온 빛
회화 작가 아르노 부에이와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담은 도예 작품을 선보여온 이혜미 작가가 협업 전시를 진행한다. 서로의 작품을 따뜻하다고 표현하는 두 사람의 전시는 지중해의 빛을 닮았다.  
컵과 구스베리(La Tasse & Les Groseilles).
 

전시를 구상한 기획자이죠. 협업 전시를 구상한 계기가 있었나요?

박나래 이혜미 작가의 지중해 여행의 사진을 보다 제가 알고 있는 아르노 부에이 Arno Boueilh 작가가 오버랩됐어요. ‘화구를 챙겨 나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돌아왔다던 그의 여름과 혜미 작가의 산책길이 스치듯 지나갔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이 두 사람이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야가 다른 두 작가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박나래 회화와 도예라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아르노는 혜미 작가의 그릇을 유럽 구상주의 회화로 표현했고, 혜미 작가는 아르노의 회화 속 오브제를 그녀만의 해석으로 빚어냈죠. 전시를 기획하면서 두 작가가 지닌 탄탄한 내공과 서로에 대한 탁월한 예술적 공감 능력에 매우 놀라기도 했어요. 이번 전시명이 <테르멜레 Terre Mêlée>인데요, 서로 다른 토양의 어우러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서로의 작품을 처음 본 감상은 어땠나요?

아르노 부에이(이하 아르노) 제 딸이 혜미 작가의 찻잔을 보고 진주를 녹여 만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시적이죠? 맞아요. 그 잔에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셨는데, 형이상학적인 경험이었어요. 그녀의 작품은 조형적이며 모던, 클래식을 두루 아우르고 심지어 유용하기까지 하죠.

이혜미 작품을 보고 울림을 받을 때는 마음과 영혼이 따뜻하다고 느낄 때예요. 아르노의 작품이 그랬죠. 작품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느꼈고 저의 작업을 아르노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시간도 고마웠고요.

 
컵, 소서와 멜론(La Tasse, La Soucoupe & Le Melon D’eau).
 

전시 작품을 위한 정물 배치는 직접 했나요?

아르노 그럼요. 혜미 작가의 작품을 고전적인 방식의 정물화로 탐구하는 과정이었죠. 장소와 빛, 구도 등을 생각해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결정된 구도에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인공 조명 없이 자연의 빛으로만 작업했고요.

회화 속에서 특별히 끌린 사물이 있었나요?

이혜미 전시를 준비하며 아주 많은 고민을 했어요. 협업 전시이기에 저와 아르노 모두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업을 하면 좋으니까요. 아르노의 그림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니 작품 속에서 건축미와 장식적인 요소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렇게 그림 속의 이탤리언 자 Italian Jar가 주인공이 됐고, 하나는 최대한 비슷하게, 하나는 저만의 해석을 담아 작업했어요. 작업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네요!

전시는 공간의 영향도 많이 받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 헤아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기로 했나요?

이혜미 회화 작품이기도 하고 크지 않아 주제에 맞게 작품을 공간별로 배치하려고 했어요. 협업한 작품이 놓인 공간, 아르노의 매력적인 색감을 담은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 건축미가 돋보이는 작품이 놓인 공간 등 특히 아르노 작가의 청명한 색감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유독 색감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아르노 저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혜미 작가는 색상을 사용하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녀가 촬영한 작품 사진을 보면 표현하고 싶은 것이 꼭 무채색만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죠. 그녀의 작품이 모든 색을 담고 있는 오브제로 표현되길 바랐어요. 자연스러우면서 생동감 있는 색감의 정물을 함께 배치했고, 무엇보다 빛을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어요.

   

프랑스 출신이지만 나폴리에 살고 있어요.

아르노 자연, 특히 빛이 저를 나폴리로 이끈 것 같아요. 토스카나 출신인 어머니 덕분에 매년 여름을 그곳 별장에서 보냈고 점점 더 많은 이탈리아 지역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리고 마침내 자연과 빛, 구상, 아름다운 풍경이 유기적으로 혼재돼 있는 나폴리에 정착하게 됐어요.

갤러리 헤아의 두 번째 전시네요. 이전의 토마스 바저의 전시가 가구였다면, 이번에는 회화 작품이라 또 다른 매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혜미 이전 전시가 토마스 바저의 유쾌한 색감이 묻어나는 가구였다면 이번 전시는 아르노 부에이의 따뜻한 회화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 것이라고 기대해요. 아르노가 살고 있는 지중해에서는 한국인을 아시아의 ‘지중해인’으로 묘사한다고 해요. 그래서 아르노는 지중해의 풍경을 아시아에 있는 지중해의 나라, 한국에 가져온다고 생각하죠(웃음). 11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분이 아르노의 작품을 눈과 마음으로 느끼길 바라요.

 

INSTAGRAM @galerie_hea

CREDIT
에디터

writer 신진수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