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마리아주

겨울밤의 마리아주

겨울밤의 마리아주

어느 추운 겨울 밤, 속을 뜨끈하게 달래줄 네 가지 술과 기물의 마리아주.

WHISKEY NIGHT
스모키한 피트 위스키

1,2 주석 디테일이 돋보이는 시르미오네 Sirmione 위스키 디켄터와 글라스는 모두 코지타벨리니.
3 올리브가 담긴 샷 글라스는 박형진 작가 작품으로 FLUX.
4 법랑 소재 접시는 김윤진 작가 작품으로 Workshop Y.
5 크리스털 소재의 루이스 락 텀블러 온더락 위스키 글라스는 글랜캐런.
6 석화를 올린 오발 트레이는 코지타벨리니.
7,8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누드 파리 컬렉션 위스키 디켄터와 온더락 글라스는 모두 글랜케런.
9 클래식한 디테일을 지닌 얼음집게는 코지타벨리니.
10 굽 형태의 글라스 접시는 박형진 작가 작품으로 FLUX

CHAMPAGNE NIGHT
입 안 가득 경쾌한 샴페인 버블

1 주물 손잡이가 돋보이는 와인 버킷은 윤여동 작가 작품.
2 부드러운 곡선 라인의 크리스털 샴페인 글라스 마세나 플루트는 바카라.
3 치즈와 과일을 올린 화이트 접시는 모두 아스티에드 빌라트.
4 구조적인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크리스털 샴페인 글라스인 밀 누이 플루티시모는 바카라.
5 얇은 스템을 지닌 크리스털 샴페인 글라스인 샤토 바카라 플루트는 바카라.

RED WINE NIGHT
잘 익은 베리 풍미의 와인

1 투명 유리에 선 패턴을 넣은 필리그리 글라스 Filigree Glass 홑씨 시리즈의 와인 디켄터는 이태훈 작가 작품으로 1200point Glass Studio.
2 튤립 모양의 고블렛 잔은 파올라씨 제품으로 챕터원.
3 기하학적 도형을 조합한 글라스는 조 콜롬보가 디자인한 카락터 karakter 제품으로 루밍.
4 스템 부분에 하얀 선 패턴을 그려 넣은 필리그리 글라스 Filigree Glass 홑씨 시리즈 글라스잔은 이태훈 작가 작품.
5 과일이나 올리브를 위한 작은 포크는 코지타벨리니.
6 바삭한 파트 아 슈 위에 달콤한 바닐라 크림과 캐러멜 슈를 올린 디저트 생토노레는 엘라보레.

RICE WINE NIGHT
쌀의 섬세한 단맛과 과실 향의 청주

1 둥그런 곡선이 돋보이는 화병은 백경원 작가 작품.
2,3 포도를 올린 흑자 굽접시와 은으로 마감한 흑자 잔은 소사요 작품으로 뷰로 파피에.
4 말린 무화과와 호두를 올린 작은 앞접시는 나채현 작가 작품.
5 잔을 올린 흑자 디저트 접시는 소사요 작품.
6,7 청주가 담긴 미니 고블렛 잔과 긴 원형 고블렛 잔은 박성극 작가 작품.
8 말린 과일 크래커를 담은 흑자 디저트 볼은 소사요 작품.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stylist

문지윤, 황남주(뷰로 드 끌로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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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헤이 나와의 우주를 품은 전시

코헤이 나와의 우주를 품은 전시

코헤이 나와의 우주를 품은 전시

작고 미세한 세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을 품고 있다. 거대한 우주를 펼쳐낸 코헤이 나와의 세계는 저마다의 소우주를 상상하게 만든다.

PixCell-Ow, Cushion, Trivet, Table(2023).

우리는 제각기 다른 별을 품고 살아간다. 가장 작은 우주인 개개인은 무수히 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수많은 변형을 거치며 저마다의 우주를 만든다. 그리고 각각의 소우주들이 모여 이루어진 세상은 때로는 폭발적인 영감의 에너지를, 때로는 고요한 소멸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성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온 코헤이 나와 Kohei Nawa는 각자가 품은 우주에 주목한다. 세포가 뿜어내는 생명력, 서로 얽히며 발생하는 왜곡과 변형은 작가에게 오랜 관심사였다.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Cosmic Sensibility(우주적 감성)>에서는 작가의 깊은 사유와 더불어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을 여러 관점으로 구상해 선보인다.

Biomatrix(W)(2023).

페이스 갤러리 전 층을 가득 채운 이번 전시는 제각기 다른 소재와 형태로 만든 다섯 개의 연작을 통해 다양한 우주의 모습을 조망한다. 코헤이 나와의 우주는 어두운 1층 공간에서 먼저 시작된다. 고요한 전시장에는 퐁퐁 솟아오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바닥에 길게 놓인 캔버스에 실리콘 오일이 흐르며 방울이 맺혔다 터지고 주위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특유의 점성으로 반복되는 움직임을 따라가는 여정은 무한한 생명의 순환을 연상케 한다.

Cosmic Sensibility 3층 전시 전경.

2층에서는 생명의 움직임을 무한히 증식한 크리스털로 표현한 그의 대표작 ‘픽셀 PixCell’ 연작이 이어진다. 뿔 달린 사슴의 표면을 영롱한 크리스털 구로 가득 덮은 작품 ‘픽셀 더블 디어 PixCell-Double Deer’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픽셀은 디지털 최소 단위인 픽셀 Pixel과 생물학적 세포인 셀 Cell을 결합한 그만의 언어로,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가진 픽셀과 세포의 성향을 주목한 것. 제각기 다른 크기의 구슬 혹은 세포들은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며 표면 아래의 형태와 색을 왜곡시킨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개입하며 진실과 정보가 변이되는 과정을 떠올린다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과 사물을 함께 조합해 좀 더 진화한 ‘픽셀’ 연작을 만날 수 있다. 라디오와 TV, 흔들의자 같은 일상 사물은 신비로움을 자아낸 박제된 사슴보다 더욱 친숙하면서도 기이하게 다가온다.

Ether #94, #95, #96, #97(2023).

마지막 전시장에서는 세포의 운동이 드디어 강렬하게 폭발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한 역동적인 순간을 형상화한 ‘스파크 Spark’ 연작은 이번 전시에서 첫선을 보이는 신작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표면 전체가 검은색으로 마감된 막대를 엮어 만든 뾰족한 형상은 가까이에서 감상할수록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뒤집어쓴 고슴도치 같은 모습에 더욱 역동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 벨벳과 탄소섬유로 만들어 빛을 흡수하는 모습이 마치 블랙홀처럼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빛을 반사하는 투명한 크리스털 작품과 대비되어 더욱 돋보인다.

PixCell-Bantam, Chair(2023)/PixCell-Coyote#8(Aurora, 2023).

더불어 소개되는 ‘리듬 Rhythm’ 연작은 여러 크기의 3D 레진을 벨벳으로 뒤덮어 2차원의 평면에 재구성한 작품이다. 조명 각도에 따라 길이도 형태도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서로 다른 시점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작고 미세한 움직임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관점은 수많은 우주적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이 만들어갈 소우주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전시는 2024년 1월 6일까지.

자료제공: 페이스 갤러리 사진제공: Sangt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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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

청담동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

청담동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

디저트의 한계를 넘어 다채로운 맛과 테크닉을 경험할 수 있는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 이야기.

왼쪽부터 시계방향 겨울 시즌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아뮤즈 구성. 능이버섯 커드를 채운 머시룸 에끌레어, 단호박 크레페, 비트 딸기 타르타르, 매생이 감태 크래커, 바닐라 잼을 넣은 콜리플라워 타르트, 샤르트뢰즈 젤리를 넣은 당귀 방아 타르트.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 깊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소위 ‘오픈 빨 웨이팅’을 감내하고 얻어낸 디저트는 대부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비주얼만 좋은 식당들은 예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했고, 결국 믿고 먹는 오래된 디저트 숍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 에 없었다. 최근 청담동에 눈에 띄는 디저트 숍이 문을 열었다. 바로 프렌치 디저트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이는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다.

엘라보레 입구에서 김요솔 셰프가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들을 만날 수 있다.

김요솔 셰프는 7년간 파리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2023년 6월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 이처럼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오픈한 디저트 레스토랑이라니 가볼 수밖에.

다섯 가지 조리 방법을 활용해 만든 버터넛 마카다미아 수프. 한 그릇 안에 버터넛 수프와 크림, 떡, 칩, 발효 겔, 크루통이 차곡차곡 쌓인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다이닝 코스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작은 편이에요. 보통 1코스, 많으면 2코스 정도인데 제가 표현하거나 쓸 수 있는 재료가 너무 한정적이더라고요. 디저트에도 다양한 재료와 테크닉을 쓸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풀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힘은 들겠지만요.”

엘라보레의 김요솔 셰프.

엘라보레의 메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진다. 과일, 크림, 버터, 설탕, 바닐라 빈 등 익숙한 재료 대신 콜리플라워, 당귀, 방아, 버섯, 매생이, 감태, 버터넛, 연근 같은 식재료가 코스마다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후’ 디저트를 벗어나 하나의 단독 카테고리로서 디저트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싶은 김요솔 셰프의 바람이 들어 있다. 10여 개의 디저트 코스가 이어지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승전결의 흐름. 웰컴 드링크를 시작으로 식욕을 돋워주는 한 입 크기의 아뮤즈와 샴페인이 이어진다.

활짝 피어 있는 흰 꽃이 연상되는 시그니처 메뉴 쌀 꽃.

 

섬세한 흐름과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디저트의 세계.

이후 긴 코스에 지치지 않도록 염도와 산도, 당도의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코스 중반에는 리프레시를 위한 소르베, 메인으로는 포만감을 줄 수 있는 구황작물이 등장한다. 마지막은 위스키와 함께 달콤한 캐러멜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한다. 이처럼 조화로운 하나의 코스를 만들기 위해선 질감과 온도까지 섬세한 조율이 필수. 완벽한 흐름의 구성을 위해 토요일의 런치를 제외하고 디너 코스만 운영하는 이유다.

자연 발효로 만든 더덕 효소에 재스민 꽃을 인퓨징해 은은한 아로마를 더한 웰컴 드링크. 더덕 시럽에 조린 배 정과와 함께 낸다.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엘라보레 매장. 빈티지 바카라 잔과 크리스토플 커트러리를 사용한다.

“주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향신료를 더하거나 발효, 인퓨징을 통해 그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요. 예를 들어 우리 시그니처 디저트인 쌀 꽃은 쫀득함과 구웠을 때의 바삭함을 모두 살리려고 했어요. 리치 머랭 안에 발효해서 만든 리치 겔과 은은한 팔각 아이스크림, 구운 쌀 퍼프, 쫀득한 쌀 크림, 마지막으로 아주 얇게 만든 쌀 튀일을 꽃잎처럼 올려 마무리하죠. 나이프로 자를 때 바사삭 소리와 촉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에 집중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동 소재의 빈티지 도구들은 김요솔 셰프가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것.

엘라보레 Élaboré는 프랑스어로 ‘심사숙고해 구상하다, 정성을 들여 만들어내다’라는 뜻을 지닌다. 매 순간 잘 완성된 접시를 손님에게 전하려 하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그는 요즘 매일 새벽에 퇴근을 불사할 만큼 새로운 메뉴 개발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한국 제철 식재료로 발효하는 재미에 푹 빠져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중.

캐슈넛 버트를 이용한 푀이타주 위에 연근 캐슈넛 프랄린 아이스크림, 연근 가나슈를 넣고 얅게 구운 연근 칩을 올린 메뉴.

“오픈한 지 두 달이 됐는데 오시는 손님 층이 정말 다양해요. 70대 할머니 두 분이 오시기도 했고, 고등학생이 친구랑 왔다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하고요.(웃음) 파인다이닝 셰프들도 꽤 많이 오셨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좋은 날 한 끼 정도는 디저트로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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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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