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며 지금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10을 선정했다.
6. 먹으며 소비하는 명품
구찌 오스테리아
치솟는 물가로 인해 양극화되고 있는 소비 시장의 판도는 명품 브랜드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평소에는 아끼다가도 쓸 때는 확실하게 쓰자는 인식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다이닝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되었다. 뉴욕 티파니앤코 플래그십 매장에 미쉐린 스타 셰프 다니엘 뵐루 Daniel Boulud와 함께 문을 연 블루 박스 카페부터 해롯 백화점에 문을 연 프라다 카페, 루이 비통이 파리 유명 페이스트리 셰프인 막심 프레데릭 Maxime Frédéric과 손잡고 본사에 오픈한 카페와 초콜릿 전문점 등이 대표적 예.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은 국내에서도 피에르 상, 알랭 파사르, 이코이 등 세계적인 셰프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미쉐린 3스타 마시모 보투라 셰프와 한남동에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도 빼놓을 수 없는 럭셔리 다이닝. 한식 파인다이닝 옳음에서는 내년 2월까지 불가리와 함께 컬러 젬스톤에서 영감을 받은 디너 코스를 선보인다고 하니 그 여정을 함께 떠나봐도 좋겠다.
루이 비통
7.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아만사라
지난해 부킹닷컴(Booking.com)이 한국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이 명상과 정신 건강을 위한 여행을 떠나거나 조용한 휴양지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을 예정이라 답했다. 이에 부합하듯 많은 여행 업계에서 올해 트렌드로 오프그리드 Offgird를 꼽았는데, 이는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조용히 심신을 치유하는 진정한 웰니스 여행을 의미한다.
아만사라
태국 코사무이의 옛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카말라야 리조트(Kamalaya Koh Samui)는 천혜의 자연에서 균형 잡힌 테라피와 체험을 통해 디톡스와 정신적 건강 회복을 탐구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세계적인 프리미엄 리조트 아만 Aman에서도 올해를 건강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각종 명상과 회복 전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특히 유네스코 보호 유적지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문턱에 자리한 아만사라에서는 고대 나무 사이를 걸으며 자연에 몰입하는 삼림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자리한 아만타카에서는 다양한 대체의학과 명상 요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말라야 리조트
8. 늘 새로운 과거의 아카이브
메탈릭 소재로 주목받은 파코 라반과 새로운 홈 컬렉션을 선보인 H&M 홈의 메탈 커튼과 플레이 카드.
메탈릭 소재로 주목받은 파코 라반과 새로운 홈 컬렉션을 선보인 H&M 홈의 메탈 커튼과 플레이 카드.
‘뉴트로’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지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새로운 과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한 듯 보인다. 디젤과 자크뮈스 등 Y2K를 앞세운 패션 브랜드가 힙한 브랜드로 주목받고, 종적을 감췄던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리빙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빠른 호흡을 자랑하는 리빙 브랜드 이케아와 H&M 홈에서 이번 시즌 나란히 1970대 감성을 자극하는 신제품을 출시한 것.
놀은 1950년대 플로렌스 놀이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를 올해 다시 출시했다. © Knoll
창립 80주년을 맞아 이케아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해 선보인 뉘틸베르카드 Nytillverkad 컬렉션은 과감한 패턴과 화려한 컬러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H&M 홈은 1970년대 기하학 프린트와 메탈릭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파코 라반 Paco Rabanne과 손을 잡았다. 반짝이는 파티 드레스의 메탈릭 스팽글을 커튼으로 재해석하는 등 금속 소재의 다양한 홈 데코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이케아의 80년 아카이브에서 꺼낸 뉘틸베르카드 컬렉션. © Ikea
이케아의 80년 아카이브에서 꺼낸 뉘틸베르카드 컬렉션. © Ikea
이외에도 1950년대 피에르 잔느레가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인도 찬디가르 시청을 위해 디자인했던 까시나의 캐피톨 콤플렉스 Capitol Complex 소파, 플로렌스 놀 Florence Knoll이 1954년에 선보인 라운지 체어 ‘모델 31’과 ‘모델 33’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금 나타났다.
1950년대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캐피톨 콤플렉스 소파를 올해 까시나가 재출시했다. © Cassina
9. 유쾌한 뷰티 라이프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의 다양한 운동 도구. 핸드 블로운 글라스 소재의 캐틀벨과 순모 매트, 스웨덴산 자작나무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채롭다. © Chef Deco
건강관리를 즐겁게 하는 이들을 일컫는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족을 위한 신제품으로 유통 업계는 뜨겁다. 그 중심에는 제로 Zero 열풍이 자리한다. 무설탕 탄산음료에 이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무설탕 주류, 제로 아이스크림과 과자까지 칼로리와 당을 줄인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의 다양한 운동 도구. 핸드 블로운 글라스 소재의 캐틀벨과
순모 매트, 스웨덴산 자작나무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채롭다. © Chef Deco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의 다양한 운동 도구. 핸드 블로운 글라스 소재의 캐틀벨과
순모 매트, 스웨덴산 자작나무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채롭다. © Chef Deco
이와 더불어 올해 이너뷰티 브랜드의 론칭도 뜨거웠다. 내면의 치유와 건강을 책임지는 바니스뉴욕 뷰티부터 구미 형태를 통해 비오틴, 콜라겐, 비타민C, 아르기닌 등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슬로우글로우, 뷰티 브랜드 달바에서 새롭게 론칭한 이너뷰티 브랜드 비거너리까지.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의 다양한 운동 도구. 핸드 블로운 글라스 소재의 캐틀벨과 순모 매트, 스웨덴산 자작나무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채롭다. © Chef Deco
이 정도 먹었으면 이제 운동을 할 차례. 올해 스웨덴의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 Chef Deco는 수공예를 기반으로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모두 충족하는 운동 도구를 선보였다. 순모로 만든 터프티드 요가 매트와 명상 쿠션부터 유리 소재의 케틀벨, 스웨덴산 자작나무로 만든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양하다.
먹기 좋은 구미 형태로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슬로우 글로우.
10. AI와 공존하는 사람들
김지현 작가의 ‘Nostalgic Future’. © 김지현
오픈 AI의 챗 GPT, 구글의 바드, 미드저니 등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림, 사진, 디자인 등 거의 대부분의 창작 영역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도출해낸 것. AI와 관련된 논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2023 소니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 Boris Eldagsen은 수상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가 출품한 사진이 AI를 활용해 만들어낸 가짜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미지들을 프롬프터그래피 Promptography라 부르길 원했는데,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툴인 프롬프트와 사진을 결합해 만든 단어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도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 Homo Prompt를 꼽았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이 보유한 고유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AI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상이 아닐까. 생성형 AI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가는 호모 프롬프트, 김지현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지현 작가의 ‘Blossom Delights(Pizza)’. © 김지현
INTERVIEW AI 디자이너 김지현
AI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아직은 생소한데,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전까지는 포토샵이나 3D 툴을 활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생성형 AI 툴을 활용하여 프롬프트를 작성해 입력하고 수정하며 원하는 이미지를 제작하는 작업이다. AI를 통한 작업은 프롬프트를 통해 디자인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명령어 문장을 입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요청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는데, 그게 곧 AI 디자이너/아티스트의 정체성이자 작업 무드를 결정짓는다.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신기술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이미지 생성형 AI 툴을 사용해본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에 비현실적인 상황을 자주 상상하곤 하는데 그 이미지들을 제작하는 데 생성형 AI 툴이 최적이었다. AI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작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꾸준히 작업물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 아이즈샵과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 세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논란을 일으킨 보리스 엘다크센의 AI 사진. © Boris Eldagsen ‘PSEUDOMNESIA | The Electrician’, Promptography, 0222, Courtesy Photo Edition Berlin
작품 주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정하게 되나?
대개 하나의 단어나 문장에서 시작한다. 평소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나 나에게 필요한 상태, 도달하고 싶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기록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작업물을 보면 마치 일기장 같기도 하다.
AI작품과 관련된 논쟁이 많은데, 작가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나?
과도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논쟁인 것 같다. 아직 정의되어야 할 부분도,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시대가 변화할 때 동반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AI 관련 규율을 포함한 다양한 것을 함께 조율하고 만들어 나가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예상하는 AI 디자인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AI는 모든 방면에서 활용될 것이고 디자인 세계에서도 예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와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작업은 인간이 하되, 그 외의 세부적인 구현을 AI가 도맡아 하는 모습을 예상해본다. AI를 잘 다루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능력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김지현 작가의 ‘Spring’. © 김지현
INSTAGRAM @an_real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