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며 지금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10을 선정했다.
1.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본질
무엇인가를 늘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는 언제나 뜨겁다. 제로웨이스트, 최소한의 가공 등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재료라는 문제에 당도하게 된다. 디자인 업계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를 시작한 듯 보인다.
뉴욕현대미술관 (Moma)에서 내년 7월 7일까지 열리는 전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Moma 컬렉션 중 80여 점의 디자인 작품을 엄선한 뒤 40여 명에 달하는 디자이너가 재료의 선택부터 재활용, 업사이클링, 폐기까지 재료의 전체 수명주기를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디자인이 담당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할에 질문을 던질 예정. 런던에 위치한 갤러리 푸미 Fumi에서도 재료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가구 디자이너 맥스 램 Max Lamb이 스튜디오에 쌓여가는 잉여 소재였던 택배 박스를 종이 테이프와 밀가루 접착제, 나사 등으로 고정해 만든 가구 시리즈를 선보인 것. 일회용으로 저평가됐던 재료를 기능적이면서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가구로 변형시킨 그의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2. 패션과 리빙의 완벽한 시너지
패션과 리빙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단순히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리빙 아이템을 넘어 의외의 협업이 지속되고 있는 것. 최근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과 베딩, 잠옷 등을 선보이는 덴마크 홈 리빙 브랜드 테클라 Tekla의 협업이 눈길을 끈다. 두 브랜드가 공유하는 장인 정신과 가치를 반영해 버켄스탁은 홈 리빙 분야로, 테클라는 신발의 세계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번 가을 프리미엄 벽지와 페인트를 선보이는 영국 브랜드 패로&볼 Farrow&Ball이 현재 뉴욕 패션계의 샛별로 불리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Christopher John Rogers와 손잡고 선보인 캡슐 컬렉션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한 첫 협업이었기 때문. 12가지의 새로운 컬러 페인트와 벽지 패턴은 그의 뿌리인 루이지애나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와 리빙의 만남은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랏 Kvadrat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벨기에 패션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와 함께 선보인 셰이커 시스템과 홈 액세서리가 그 예. 옷과 리빙 아이템을 벽에 걸 수 있도록 고안한 셰이커 바는 기능과 미학의 완벽한 시너지를 이룬다.
3. 누구나 향유하는 미디어 아트
2021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자리한 초대형 스크린에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고래가 나타났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 프로젝트는 한국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인 에이스트릭트 a’strict의 작품. 이후 몇 년 사이 미디어 아트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훌쩍 높아졌다.
내년 2월까지 밀라노 폰타치오네 프라다에서 열리는 <파라벤티 Paraventi: 17세기에서 21세기까지의 병풍>전에서는 과거의 유물인 병풍과 현대 예술가들이 만든 디지털 스크린 사이의 시간적 서사를 탐구하며 과도기인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난 6월 도산대로에 문을 연 카니랩은 국내 최초의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레스토랑. 20m 길이의 대형 미디어 스크린을 통해 바다 위를 항해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1월에 갤러리 현대와 알타바 그룹이 협업해 강동구 고덕동에 오픈한 라이트룸 서울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오픈한 전시장은 가로 18.5m, 세로 26m, 높이 12m의 규모. 팝아트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로 풍성한 음악과 조명,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와 함께하는 듯한 완벽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4. 다가올 내연기관의 종말
지난 11월 현대차그룹은 유럽연합의 유로 7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해 202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 엔진을 제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강력한 법안을 발의했고 영국과 프랑스, 중국, 미국 또한 2030년 전후로 내연기관 신차 판매의 금지를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순수 전기차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난여름 롤스로이스가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로 선보였던 스펙터를 비롯해 11월 28일부터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는 볼보의 소형 SUV EX30, 같은 달 BMW에서 선보인 7시리즈 최초의 순수 전기 M 모델 뉴 i7 M70 xDrive까지. 특히 볼보 EX30은 출시 전부터 영국 일간지 이 선정한 ‘올해의 자동차’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5. 피지털 공간의 확대
피지털 Phygital은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 Physical과 디지털 Digital의 합성 신조어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의미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트렌드를 이끄는 MZ와의 소통을 위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 서울 성수동은 피지털 공간의 각축장이라 할 수 있다.
올해 9월 한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편집숍 EQL이 연무장길에 성수 ‘EQL GROVE’의 문을 연 것도 그중 하나. 장 줄리앙의 대형 오브제와 벽화로 꾸민 2층 규모의 공간에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약 100여 개가 입점했다.10월에는 무신사가 전개하는 29CM에서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 ‘TTRS’ 플래그십을 오픈했다. 628㎡의 공간에 가구, 키친&다이닝, 조명 등 프리미엄 리빙에 집중한 85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것. B&B이탈리아부터 마린 몽타구, 뉴텐던시, 아뜰리에벨지 등 유럽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아고, 빌라레코드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