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2

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2

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2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며 지금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10을 선정했다.

6. 먹으며 소비하는 명품

구찌 오스테리아

치솟는 물가로 인해 양극화되고 있는 소비 시장의 판도는 명품 브랜드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평소에는 아끼다가도 쓸 때는 확실하게 쓰자는 인식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다이닝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되었다. 뉴욕 티파니앤코 플래그십 매장에 미쉐린 스타 셰프 다니엘 뵐루 Daniel Boulud와 함께 문을 연 블루 박스 카페부터 해롯 백화점에 문을 연 프라다 카페, 루이 비통이 파리 유명 페이스트리 셰프인 막심 프레데릭 Maxime Frédéric과 손잡고 본사에 오픈한 카페와 초콜릿 전문점 등이 대표적 예.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은 국내에서도 피에르 상, 알랭 파사르, 이코이 등 세계적인 셰프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미쉐린 3스타 마시모 보투라 셰프와 한남동에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도 빼놓을 수 없는 럭셔리 다이닝. 한식 파인다이닝 옳음에서는 내년 2월까지 불가리와 함께 컬러 젬스톤에서 영감을 받은 디너 코스를 선보인다고 하니 그 여정을 함께 떠나봐도 좋겠다.

루이 비통

7.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아만사라

지난해 부킹닷컴(Booking.com)이 한국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이 명상과 정신 건강을 위한 여행을 떠나거나 조용한 휴양지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을 예정이라 답했다. 이에 부합하듯 많은 여행 업계에서 올해 트렌드로 오프그리드 Offgird를 꼽았는데, 이는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조용히 심신을 치유하는 진정한 웰니스 여행을 의미한다.

아만사라

태국 코사무이의 옛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카말라야 리조트(Kamalaya Koh Samui)는 천혜의 자연에서 균형 잡힌 테라피와 체험을 통해 디톡스와 정신적 건강 회복을 탐구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세계적인 프리미엄 리조트 아만 Aman에서도 올해를 건강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각종 명상과 회복 전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특히 유네스코 보호 유적지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문턱에 자리한 아만사라에서는 고대 나무 사이를 걸으며 자연에 몰입하는 삼림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자리한 아만타카에서는 다양한 대체의학과 명상 요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말라야 리조트

8. 늘 새로운 과거의 아카이브

‘뉴트로’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지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새로운 과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한 듯 보인다. 디젤과 자크뮈스 등 Y2K를 앞세운 패션 브랜드가 힙한 브랜드로 주목받고, 종적을 감췄던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리빙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빠른 호흡을 자랑하는 리빙 브랜드 이케아와 H&M 홈에서 이번 시즌 나란히 1970대 감성을 자극하는 신제품을 출시한 것.

놀은 1950년대 플로렌스 놀이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를 올해 다시 출시했다. © Knoll

창립 80주년을 맞아 이케아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해 선보인 뉘틸베르카드 Nytillverkad 컬렉션은 과감한 패턴과 화려한 컬러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H&M 홈은 1970년대 기하학 프린트와 메탈릭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파코 라반 Paco Rabanne과 손을 잡았다. 반짝이는 파티 드레스의 메탈릭 스팽글을 커튼으로 재해석하는 등 금속 소재의 다양한 홈 데코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이케아의 80년 아카이브에서 꺼낸 뉘틸베르카드 컬렉션. © Ikea

이케아의 80년 아카이브에서 꺼낸 뉘틸베르카드 컬렉션. © Ikea

이외에도 1950년대 피에르 잔느레가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인도 찬디가르 시청을 위해 디자인했던 까시나의 캐피톨 콤플렉스 Capitol Complex 소파, 플로렌스 놀 Florence Knoll이 1954년에 선보인 라운지 체어 ‘모델 31’과 ‘모델 33’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금 나타났다.

1950년대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캐피톨 콤플렉스 소파를 올해 까시나가 재출시했다. © Cassina

9. 유쾌한 뷰티 라이프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의 다양한 운동 도구. 핸드 블로운 글라스 소재의 캐틀벨과 순모 매트, 스웨덴산 자작나무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채롭다. © Chef Deco

건강관리를 즐겁게 하는 이들을 일컫는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족을 위한 신제품으로 유통 업계는 뜨겁다. 그 중심에는 제로 Zero 열풍이 자리한다. 무설탕 탄산음료에 이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무설탕 주류, 제로 아이스크림과 과자까지 칼로리와 당을 줄인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올해 이너뷰티 브랜드의 론칭도 뜨거웠다. 내면의 치유와 건강을 책임지는 바니스뉴욕 뷰티부터 구미 형태를 통해 비오틴, 콜라겐, 비타민C, 아르기닌 등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슬로우글로우, 뷰티 브랜드 달바에서 새롭게 론칭한 이너뷰티 브랜드 비거너리까지.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의 다양한 운동 도구. 핸드 블로운 글라스 소재의 캐틀벨과 순모 매트, 스웨덴산 자작나무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채롭다. © Chef Deco

이 정도 먹었으면 이제 운동을 할 차례. 올해 스웨덴의 아티스트 듀오 셰프 데코 Chef Deco는 수공예를 기반으로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모두 충족하는 운동 도구를 선보였다. 순모로 만든 터프티드 요가 매트와 명상 쿠션부터 유리 소재의 케틀벨, 스웨덴산 자작나무로 만든 워크아웃 박스까지 다양하다.

먹기 좋은 구미 형태로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슬로우 글로우.

10. AI와 공존하는 사람들

김지현 작가의 ‘Nostalgic Future’. © 김지현

오픈 AI의 챗 GPT, 구글의 바드, 미드저니 등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림, 사진, 디자인 등 거의 대부분의 창작 영역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도출해낸 것. AI와 관련된 논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2023 소니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 Boris Eldagsen은 수상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가 출품한 사진이 AI를 활용해 만들어낸 가짜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미지들을 프롬프터그래피 Promptography라 부르길 원했는데,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툴인 프롬프트와 사진을 결합해 만든 단어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도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 Homo Prompt를 꼽았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이 보유한 고유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AI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상이 아닐까. 생성형 AI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가는 호모 프롬프트, 김지현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지현 작가의 ‘Blossom Delights(Pizza)’. © 김지현

INTERVIEW AI 디자이너 김지현

AI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아직은 생소한데,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전까지는 포토샵이나 3D 툴을 활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생성형 AI 툴을 활용하여 프롬프트를 작성해 입력하고 수정하며 원하는 이미지를 제작하는 작업이다. AI를 통한 작업은 프롬프트를 통해 디자인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명령어 문장을 입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요청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는데, 그게 곧 AI 디자이너/아티스트의 정체성이자 작업 무드를 결정짓는다.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신기술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이미지 생성형 AI 툴을 사용해본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에 비현실적인 상황을 자주 상상하곤 하는데 그 이미지들을 제작하는 데 생성형 AI 툴이 최적이었다. AI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작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꾸준히 작업물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 아이즈샵과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 세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논란을 일으킨 보리스 엘다크센의 AI 사진. © Boris Eldagsen ‘PSEUDOMNESIA | The Electrician’, Promptography, 0222, Courtesy Photo Edition Berlin

작품 주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정하게 되나?

대개 하나의 단어나 문장에서 시작한다. 평소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나 나에게 필요한 상태, 도달하고 싶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기록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작업물을 보면 마치 일기장 같기도 하다.

AI작품과 관련된 논쟁이 많은데, 작가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나?

과도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논쟁인 것 같다. 아직 정의되어야 할 부분도,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시대가 변화할 때 동반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AI 관련 규율을 포함한 다양한 것을 함께 조율하고 만들어 나가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예상하는 AI 디자인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AI는 모든 방면에서 활용될 것이고 디자인 세계에서도 예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와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작업은 인간이 하되, 그 외의 세부적인 구현을 AI가 도맡아 하는 모습을 예상해본다. AI를 잘 다루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능력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김지현 작가의 ‘Spring’.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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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1

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1

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1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며 지금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10을 선정했다.

1.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본질

사라져가는 멕시코 원주민의 옥수수 품종 껍질을 장식용 패널로 만드는 페르난도 라포세 Fernando Laposse의 작품. Fernando Laposse. Totomoxtle. 2017. Corn Husk Panels. © Fernando Laposse

무엇인가를 늘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는 언제나 뜨겁다. 제로웨이스트, 최소한의 가공 등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재료라는 문제에 당도하게 된다. 디자인 업계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를 시작한 듯 보인다.

택배 박스로 가구를 만든 맥스 램. Photo by Tom Jamieson. © Gallery FUMI

뉴욕현대미술관 (Moma)에서 내년 7월 7일까지 열리는 전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Moma 컬렉션 중 80여 점의 디자인 작품을 엄선한 뒤 40여 명에 달하는 디자이너가 재료의 선택부터 재활용, 업사이클링, 폐기까지 재료의 전체 수명주기를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디자인이 담당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할에 질문을 던질 예정. 런던에 위치한 갤러리 푸미 Fumi에서도 재료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갤러리 푸미에서 열린 맥스 램의 전시 전경. © Gallery FUMI

가구 디자이너 맥스 램 Max Lamb이 스튜디오에 쌓여가는 잉여 소재였던 택배 박스를 종이 테이프와 밀가루 접착제, 나사 등으로 고정해 만든 가구 시리즈를 선보인 것. 일회용으로 저평가됐던 재료를 기능적이면서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가구로 변형시킨 그의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2. 패션과 리빙의 완벽한 시너지

크바드랏과 프라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가 함께 선보인 셰이커 시스템. © Kvadrat

패션과 리빙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단순히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리빙 아이템을 넘어 의외의 협업이 지속되고 있는 것. 최근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과 베딩, 잠옷 등을 선보이는 덴마크 홈 리빙 브랜드 테클라 Tekla의 협업이 눈길을 끈다. 두 브랜드가 공유하는 장인 정신과 가치를 반영해 버켄스탁은 홈 리빙 분야로, 테클라는 신발의 세계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번 가을 프리미엄 벽지와 페인트를 선보이는 영국 브랜드 패로&볼 Farrow&Ball이 현재 뉴욕 패션계의 샛별로 불리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Christopher John Rogers와 손잡고 선보인 캡슐 컬렉션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한 첫 협업이었기 때문. 12가지의 새로운 컬러 페인트와 벽지 패턴은 그의 뿌리인 루이지애나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것이다.

패로&볼과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가 함께 만든 캡슐 컬렉션. © Farrow&Ball

패션 디자이너와 리빙의 만남은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랏 Kvadrat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벨기에 패션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와 함께 선보인 셰이커 시스템과 홈 액세서리가 그 예. 옷과 리빙 아이템을 벽에 걸 수 있도록 고안한 셰이커 바는 기능과 미학의 완벽한 시너지를 이룬다.

패로&볼과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가 함께 만든 캡슐 컬렉션. © Farrow&Ball

3. 누구나 향유하는 미디어 아트

지난 11월 고덕동에 정식 개관한 라이트룸 서울. 2024년 5월까지 호크니의 전시가 열린다. © Lightroom Seoul

2021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자리한 초대형 스크린에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고래가 나타났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 프로젝트는 한국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인 에이스트릭트 a’strict의 작품. 이후 몇 년 사이 미디어 아트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훌쩍 높아졌다.

폰타치오네 프라다 Centuries>전의 전경. Photo by DSL Studio. © Fondazione Prada

내년 2월까지 밀라노 폰타치오네 프라다에서 열리는 <파라벤티 Paraventi: 17세기에서 21세기까지의 병풍>전에서는 과거의 유물인 병풍과 현대 예술가들이 만든 디지털 스크린 사이의 시간적 서사를 탐구하며 과도기인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난 6월 도산대로에 문을 연 카니랩은 국내 최초의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레스토랑. 20m 길이의 대형 미디어 스크린을 통해 바다 위를 항해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0m 대형 미디어 스크린이 설치된 레스토랑 카니랩의 모습. © Kani Lab

11월에 갤러리 현대와 알타바 그룹이 협업해 강동구 고덕동에 오픈한 라이트룸 서울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오픈한 전시장은 가로 18.5m, 세로 26m, 높이 12m의 규모. 팝아트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로 풍성한 음악과 조명,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와 함께하는 듯한 완벽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4. 다가올 내연기관의 종말

포르쉐는 내연차와 전기차를 혼합 생산하기 위해 약 3천5백억원을 투자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 공장을 대규모로 증개축할 계획이다. © Porsche

지난 11월 현대차그룹은 유럽연합의 유로 7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해 202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 엔진을 제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강력한 법안을 발의했고 영국과 프랑스, 중국, 미국 또한 2030년 전후로 내연기관 신차 판매의 금지를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순수 전기차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11월 28일부터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는 볼보의 EX30. © Volvo

지난여름 롤스로이스가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로 선보였던 스펙터를 비롯해 11월 28일부터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는 볼보의 소형 SUV EX30, 같은 달 BMW에서 선보인 7시리즈 최초의 순수 전기 M 모델 뉴 i7 M70 xDrive까지. 특히 볼보 EX30은 출시 전부터 영국 일간지 이 선정한 ‘올해의 자동차’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5. 피지털 공간의 확대

29CM의 오프라인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 TTRS.

피지털 Phygital은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 Physical과 디지털 Digital의 합성 신조어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의미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트렌드를 이끄는 MZ와의 소통을 위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 서울 성수동은 피지털 공간의 각축장이라 할 수 있다.

11월 28일부터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는 볼보의 EX30.

올해 9월 한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편집숍 EQL이 연무장길에 성수 ‘EQL GROVE’의 문을 연 것도 그중 하나. 장 줄리앙의 대형 오브제와 벽화로 꾸민 2층 규모의 공간에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약 100여 개가 입점했다.10월에는 무신사가 전개하는 29CM에서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 ‘TTRS’ 플래그십을 오픈했다. 628㎡의 공간에 가구, 키친&다이닝, 조명 등 프리미엄 리빙에 집중한 85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것. B&B이탈리아부터 마린 몽타구, 뉴텐던시, 아뜰리에벨지 등 유럽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아고, 빌라레코드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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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뉴 코리안 프렌치

김은희의 뉴 코리안 프렌치

김은희의 뉴 코리안 프렌치

더 그린테이블 14주년을 맞은 김은희 셰프가 공간 사옥에서 또 한번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왼쪽부터 바질 아이스크림, 사블레 쿠키 위에 배와 대추로 만든 잼을 넣은 바닐라빈 무스 케이크, 사과에 녹두 전분을 넣어 굳힌 궁중병과, 우리밀로 만든 약과.

파인다이닝의 오너 셰프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 종일 좁고 뜨거운 주방에서 많은 스태프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은 물론, 메뉴의 특성상 날카로운 긴장 상태를 늘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된 이 업계를 오래 버티는 여성 셰프가 그래서 더욱 드물다. 더 그린테이블의 김은희 셰프는 그 드문 이들 중 하나다.

 

1970년대 김수근 건축가가 지은 공간 사옥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올해로 14년 차를 맞이한 그는 셰프로는 다소 늦은 20대 중반에 요리계에 입문해 누구보다 열정 가득한 길을 걸었다. 머리가 하얗게 셀 만큼 바빴던,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보낸 3년이 10년 같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2009년 방배동에 더 그린테이블을 처음 오픈했을 당시, 그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자연주의 프렌치 셰프로 주목받았다. 방배동에서 7년을 보내고 옮긴 압구정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의 미쉐린 플레이트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압구정에서 7년째를 맞이한 2023년,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또다시 레스토랑 이전 기회가 찾아왔다.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을 알린 김은희 셰프.

 

“사실 올해 특별한 이전 계획은 없었어요. 다만 압구정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즐겨 찾는 동네가 되면서 그린테이블 분위기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주방에서 늘 내려다보던 대추나무가 베여서 사라진 거예요. 그 나무 때문에 이사했는데 말이죠! 그 순간 아, 이제 이사를 갈 때가 되었구나 싶었어요. 마침 지금 같은 건물에 있는 합 신용일 셰프님이 원서동에 자리한 이곳을 소개해주신 거예요. 한식 공간이 있던 자리인데 2년간 비어 있었다고요.”

 

구운 가지와 옥광밤으로 만든 수프와 메밀로 만든 타르트 위에 참치와 단감을 올린 아뮤즈 부쉬.

김은희 셰프의 요리에서 식재료에 대한 탐구는 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요리를 시작할 때부터 제철 식재료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 농장을 누볐고, 경동시장을 제 집 드나들 듯 다녔다. 식재료의 가짓수도 점차 늘어나 샐러드에만 최소 30종이 넘는 채소를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용하고 남은 채소로 장아찌와 피클, 청을 담그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발효에 관심이 생겼다.

 

궁중 고조리서에서 영감을 받은 전복 만두. 봄에 염장해둔 거제도 죽순과 소고기를 전복 사이에 다져 넣고 쪘다.

 

힘이 들어도 주방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은희 셰프.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따라가다 보니 결국 한식이었어요. 그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고 나서야 제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어요. 8년 전부터 사찰 요리부터 궁중 요리까지 본격적으로 한식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다 보니 음식이 점점 변하더라고요. 2년 전쯤에야 비로소 제가 평생 하고 싶은 요리를 찾았어요. 몸과 마음이 편한 코리안 프렌치. 쉽게 말해 밸런스가 좋고 소화도 잘돼서 다음 날 일어났을 때 개운한 음식이요.”

 

창덕궁 멍이 가능한 레스토랑 뷰.

 

은은한 수묵화 같은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메뉴는 사실 압구정 시절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한식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콩피 같은 프렌치 테크닉이 숨어 있고, 반대로 프렌치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메뉴에는 한식 고조리서에서 영감을 받은 조리법이 숨어 있는 그런 메뉴가 주를 이뤘다. 그가 이름 붙인 코리안 프렌치는 아직 컨템포러리 카테고리에 가깝지만 재퍼니즈 프렌치처럼 언젠가 하나의 분야로 인정받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우엉, 토란, 초석잠, 돼지감자 등 뿌리채소를 우린 육수에 익힌 보리와 유귀농 귀리를 넣고, 30분간 천천히 구운 연근을 올린 시그니처 메뉴.

 

원서동에 자리한 더 그린테이블에 앉으면 병풍처럼 에워싼 유리창 너머로 계절의 변화와 창덕궁 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1970년대 한국 현대 문화 예술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 공간사옥. 바로 옆에는 아라리오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배가된다. “삼면이 창이라 의외로 인테리어를 손댈 부분이 많지 않았어요. 엔알디자인팩토리 김나리 소장님께 부탁드려 한국적인 분위기의 가구를 짜 넣고, 기물을 채워 넣었어요. 제가 창덕궁 멍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는데, 낮 풍경이 정말 황홀해요. 밤에는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니까요. 손님들도 이 기분을 누려보셨으면 해요.”

 

한국적인 분위기의 기물로 채운 내부.

 

김은희 셰프는 10여 년 전부터 국내 도예 작가의 식기를 사용해왔다. 예쁜 접시를 발견하면 작가를 찾기 위해 수소문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흔치 않은 선택이었지만, 손님들이 식사하는 동안 음식과 기물의 아름다움으로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 이사할 때마다 점차 줄어드는 주방의 사이즈도 결국 손님을 향한 마음의 결과다.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더 그린테이블 전경.

 

“셰프는 연예인 같기도 하고 예술가 같기도 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누군가가 찾아와주길 기다리면서 끊임없이 정진해야 하거든요. 며칠 전에 직원에게 ‘셰프님은 아직도 주방에서 일할 때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물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정말 많았지만, 본인의 의지대로 꾸준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무엇인가 단단해져 있는 게 우리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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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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