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
디저트의 한계를 넘어 다채로운 맛과 테크닉을 경험할 수 있는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 이야기.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 깊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소위 ‘오픈 빨 웨이팅’을 감내하고 얻어낸 디저트는 대부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비주얼만 좋은 식당들은 예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했고, 결국 믿고 먹는 오래된 디저트 숍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 에 없었다. 최근 청담동에 눈에 띄는 디저트 숍이 문을 열었다. 바로 프렌치 디저트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이는 디저트 레스토랑 엘라보레다.
김요솔 셰프는 7년간 파리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2023년 6월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 이처럼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오픈한 디저트 레스토랑이라니 가볼 수밖에.
“한국은 외국에 비해 다이닝 코스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작은 편이에요. 보통 1코스, 많으면 2코스 정도인데 제가 표현하거나 쓸 수 있는 재료가 너무 한정적이더라고요. 디저트에도 다양한 재료와 테크닉을 쓸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풀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힘은 들겠지만요.”
엘라보레의 메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진다. 과일, 크림, 버터, 설탕, 바닐라 빈 등 익숙한 재료 대신 콜리플라워, 당귀, 방아, 버섯, 매생이, 감태, 버터넛, 연근 같은 식재료가 코스마다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후’ 디저트를 벗어나 하나의 단독 카테고리로서 디저트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싶은 김요솔 셰프의 바람이 들어 있다. 10여 개의 디저트 코스가 이어지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승전결의 흐름. 웰컴 드링크를 시작으로 식욕을 돋워주는 한 입 크기의 아뮤즈와 샴페인이 이어진다.
이후 긴 코스에 지치지 않도록 염도와 산도, 당도의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코스 중반에는 리프레시를 위한 소르베, 메인으로는 포만감을 줄 수 있는 구황작물이 등장한다. 마지막은 위스키와 함께 달콤한 캐러멜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한다. 이처럼 조화로운 하나의 코스를 만들기 위해선 질감과 온도까지 섬세한 조율이 필수. 완벽한 흐름의 구성을 위해 토요일의 런치를 제외하고 디너 코스만 운영하는 이유다.
“주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향신료를 더하거나 발효, 인퓨징을 통해 그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요. 예를 들어 우리 시그니처 디저트인 쌀 꽃은 쫀득함과 구웠을 때의 바삭함을 모두 살리려고 했어요. 리치 머랭 안에 발효해서 만든 리치 겔과 은은한 팔각 아이스크림, 구운 쌀 퍼프, 쫀득한 쌀 크림, 마지막으로 아주 얇게 만든 쌀 튀일을 꽃잎처럼 올려 마무리하죠. 나이프로 자를 때 바사삭 소리와 촉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에 집중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엘라보레 Élaboré는 프랑스어로 ‘심사숙고해 구상하다, 정성을 들여 만들어내다’라는 뜻을 지닌다. 매 순간 잘 완성된 접시를 손님에게 전하려 하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그는 요즘 매일 새벽에 퇴근을 불사할 만큼 새로운 메뉴 개발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한국 제철 식재료로 발효하는 재미에 푹 빠져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중.
“오픈한 지 두 달이 됐는데 오시는 손님 층이 정말 다양해요. 70대 할머니 두 분이 오시기도 했고, 고등학생이 친구랑 왔다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하고요.(웃음) 파인다이닝 셰프들도 꽤 많이 오셨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좋은 날 한 끼 정도는 디저트로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