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트리엔날레의 화제작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호주가 점점 현대미술의 새로운 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견인하는 행사는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트리엔날레(NGV Tiennale)다. ‘동시대 미술의 강력하고 역동적인 스냅샷’을 추구한다는 기치 아래, 현재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설치 작품, 론 뮤엑의 대형 해골 조각 99개 등 슈퍼 스타 작가들과 함께 화려하게 시작을 열었다. 2020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쉽게도 팬데믹으로 관광 수혜는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화제작인 레픽 아나돌의 대형 미디어 작품은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지난해 뉴욕현대미술관 로비에 연중 내내 설치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세 번째 행사를 맞아 ‘마법, 물질, 기억’이라는 테마에 맞춰 30여 개국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120여 명 초청해서 100여 개의 한층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한데, 그들 중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도 꽤 있다. 리움 미술관에서 전시한 덕분에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 올가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가 예정된 엘렘그린&드라그셋, 스페이스K에서 개인전을 연 라이언 갠더 등이 그 예다. 그 외에도 올가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회고전을 앞두고 있는 오노 요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대형 색실 덩어리 설치로 주목받은 쉐일라 힉스, 거대한 흑인 조각으로 세계 미술계의 신예 스타로 떠오른 토마스 J 프라이스, 로코코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로 미술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플로라 유코노비치, 그리고 한국 작가 유귀미 등이 있다.
참여 작품 중 상당수는 이미 선보인 것이지만, 멜버른 관람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해석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관람객 참여를 전제로 한 영국 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전시장 벽에는 테니스 공 8000개가 줄 맞춰 전시되어 있는데, 관람객은 자신의 테니스 공을 가져와서 벽에 전시된 새 테니스 공으로 교체해갈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런던에서 선보였을 때, 작가는 관람객이 낡은 공을 가져와서 새 공으로 바꿔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관람객 대부분이 자신의 테니스 공에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화해 새 공으로 교환해갔다. 그들이 원한 것은 자신의 ‘작품’을 유명 갤러리에 전시할 ‘기회’였던 것이다.
미술관의 의뢰로 새롭게 제작된 작품도 있다. 폴란드 출신의 아그니에즈카 필랏의 작품인데, 머리는 없고 네 다리가 있는 로봇이다. 로봇은 집과 같은 공간을 자유롭게 다니며 그림을 그린다. AI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때이니만큼 관람객에게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를 모은다.
올해 새롭게 더해진 행사는 1월 19일부터 28일까지 약 열흘간 진행되는 ‘트리엔날레 엑스트라’다. 미술관이 매일 밤 11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며, 샴페인과 DJ가 함께하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공연, 토크를 진행한다. 야간 프로그램이 현대미술에 아직 낯선 일반 성인이나 직장인 등을 타깃으로 준비했다면, 주말 혹은 낮 시간을 선호하는 패밀리 관람객을 위해선 장 줄리앙과 함께 별도의 어린이 존을 구성했다. 게다가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 오는 4월까지 전시를 진행하므로 그 시기에 맞춰 호주 방문 기회를 노려보거나, 아예 2026년 12월 말, 10주년을 맞이하는 제4회 트리엔날레를 보며 호주에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것이다.
사진제공: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