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표면을 문지르고 물감을 흡수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묵은 감정을 해소한다. 최윤희 작가의 캔버스는 매일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래된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한 문장, 잠시 잊고 있던 묵은 감정이 우리 몸 어딘가에 존재하다 갑작스레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윤희 작가는 이러한 내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 안에 있지만 표현하지 않은 것, 혹은 표출되지 못한 감정이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지 궁금했다.
“나를 이루는 다양한 존재,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이 갔어요. 다양한 감정, 소리, 호흡이 오가는 순간도 보이지는 않지만 저의 내면에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 흔적을 추적해가는 여정을 표현한 거죠.” 지난겨울, 지갤러리에서 선보인 2인전 <두꺼운 피부>에서 그는 내면의 풍경을 수많은 레이어와 깊은 입체감으로 표현했다. 비정형적으로 흐르는 반투명한 얼룩과 엉킨 실타래 같은 가느다란 선은 이리저리 뒤섞이며 압축된 시간을 담은 신체의 풍경이 된다.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표현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단순히 물감을 발라 질감을 살리기보다는 캔버스에 온전히 스며드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감정을 소화시키는 과정과 닮았다. “물감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캔버스부터 가공해요. 얇게 바르다 보니 천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두드러지더라고요. 그 위로 표면이 매끄러워질 때까지 물감을 문지르며 채워나가요.”
이 과정에서 물감은 본래 색을 드러내기보다 캔버스에 얇게 스며들며 변한다. 물감이 마르면 그 위로 또 다른 물감을 올린다. 색이 섞이면서 또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오랜 시간이 지나 물감의 자국만 남은 듯한 형상을 비춘다. 때로는 문장이나 단어를 그림의 어딘가에 메모한다. 물감으로 덮여 관객에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작업 과정에서 떠오르는 감정을 자연스레 해소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감정 위로 또 다른 기억이 채워지듯 켜켜이 쌓인 물감은 깊은 내면을 바라보게끔 한다.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이다 보니 나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작업실로 출근해 작업을 하죠.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 짧더라도 매일 꾸준히 작업하기로 결심했어요.” 최윤희 작가의 일상은 그의 작품과 닮아 있었다. 한 겹씩 문지르는 과정을 반복해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듯, 매일 똑같은 하루를 지구력 있게 꾸준히 채워나간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되는 의외의 순간을 기다린다.
요즘은 오는 6월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길이 6m의 대형 캔버스에 작업을 한다. 기존 작업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인데, 가능한 한 내면 감정을 가장 크게 펼쳐내려 한 듯하다. “매일의 시간을 그리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감정이든 작업이든 물고 늘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 과정 자체가 자연스레 녹아 있는 작품을 그려나가고 싶어요.”
SPECIAL GIFT
최윤희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 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