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맑은 한식 다이닝, 온류
쌀쌀한 계절이면 더욱 생각나는 맑은 청주.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청량감을 만끽하고자 담백한 한식 맛집을 찾았다. 서울숲 카페 거리에 위치한 온류는 발효와 숙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한식을 선보인다. 맛있는 음식에 어울릴만한 전통주와 와인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복순도가 손막걸리, 고흥 유자주, 니모메 감귤주 등 상큼한 향의 전통주가 많았다. 또 한국 증류주를 이용해 만든 전통주 하이볼이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깔끔한 맛이 페어링하기 좋을 것 같아 청주 ‘서설’을 주문했다. 새벽에 흩날려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눈이 떠오르는 맛이다. 은은하게 피어나는 과일 향 끝에 부드러운 단맛과 깔끔한 목넘김이 좋았다. 안주는 시그니처 메뉴 두 가지를 추천받았다. 먼저 ‘트러플 검은깨 한우 육회와 오차즈케’는 부드럽고 고소한 한우 암소 육회에 꽃처럼 아름다운 컬리플라워와 비트잼을 올리고, 트러플 향이 가득한 검은깨 간장 소스를 더했다. 바삭한 찹쌀 튀김을 더해 식감을 살린 것이 인상적이다. 함께 내오는 밥과 곱창김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육회를 적당히 덜어 김에 싸 먹다가 남은 밥에 육회를 올리고, 고기 육수를 부어 오차즈케를 만들 수 있다. 트러플 간장 소스가 생각보다 간간하기 때문에 따뜻한 국밥처럼 마무리하면 좋다. 함께 주문한 ‘대파퓨레 들기름 파스타’는 퓨레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졌다. 바삭한 돌문어와 깻잎 튀김을 올려주는데, 비주얼과 맛까지 충족시킨 오감이 즐거워지는 식사였다.INSTAGRAM @onryu_seongsu.official
가볍게 즐기는 우리 전통주, 경주이씨
몇 년 사이 전통주는 확실히 젊어졌다. 만드는 이들도, 패키지도, 마시는 이들도 모두 젊어졌다. 그만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 된 것이다. 뚝섬역 근처에 자리한 주점 경주이씨는 이런 요즘 세태를 잘 담아냈다. 성수동에 자리한 한식 오마카세 청주한씨의 세컨드 브랜드 격인데, 코리안 타파스 컨셉트로 바 형태의 10여 좌석이 전부다. 포션이 적기 때문에 안주 가격도 착하다. 숯불 위에서 구워주는 구이(1만5000원대)와 전(8000원대) 위주의 메인 안주와 사이드 안주(6000원대)로 구성돼 있다. 전통주 리스트도 꽤나 다양하다. 크게 막걸리와 청주 약주, 증류주로 나뉘는데 가격(7000원~4만원대)은 부담 없는 전통주가 주를 이룬다. 주인장 추천을 받아 산미가 좋은 너디 막걸리와 드라이한 동진강 생약주를 주문했다. 바질을 넣은 너디 막걸리는 예상 외로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요즘 가장 핫한 막걸리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주는 반건조 볼락구이와 제육구이, 애호박갈치전, 미나리새우전, 양배추계란전으로 다양하게 시켜봤다. 주문하자마자 즉시 철판 위에서 구워주는 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지글지글, 고소한 전 냄새가 잔칫집에 온 듯했다. 모임 2차로 전통주에 간단한 안주를 즐기고 싶다면 아마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INSTAGRAM @lee_koreanpub
압구정동 안주 오마카세, 구들
전통주와 철판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압구정동 한식 다이닝 구들. 안주로 제공되는 주안상 코스는 구들이 자랑하는 9가지 한식 메뉴로 구성돼 있다. 원한다면 전통주 소믈리에가 음식에 맞게 준비해주는 우리 술 페어링도 경험할 수 있다. 탁주를 비롯해 과실주, 청주 등 각종 전통주가 진열된 바 자리에 앉자 요리만큼이나 술이 기대됐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부터 형형색색의 색깔까지 술병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혹적이다. 술 빛깔 또한 다채로워 어떤 건 주스 같고, 또 어떤 건 딸기 우유 같기도 했다. 코스가 나오기 전에 붉은 자태가 매력적인 홍국쌀 막걸리 ‘술취한원숭이’를 골랐다. 달착지근한 맛일까 싶었는데 한 모금에 담백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산미와 단맛이 적거나 강하지 않고 마실수록 부드러우니 누구나 편하게 마시기 좋을 듯하다. 소반에 올려 나온 성게알과 육회, 미니 감자전 등 가벼운 한입 거리와 잘 어울렸다. 코스는 철판을 활용한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미니술빵버거는 술빵을 철판에 따끈하게 구워 촉촉하고 쫄깃한 맛을 살렸다. 치즈를 얹은 패티와 함께 먹으니 입에 착 붙는다. 철판요리 집이지만 제철 해산물을 결합한 퓨전 메뉴로 한식 다이닝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방어 숙성회와 꼬막국수는 신선한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 술맛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코스는 뒤로 갈수록 매콤함을 드러내는데 볶음국밥이 그중 하나다. 밥에 표고버섯, 파, 고추장을 함께 넣어 철판에 볶아 내는데, 맵기가 안주로 먹기 적당하다. 어느 정도 먹고 나면 그 위에 육수를 부어주는데 한 그릇 ‘원샷’ 하면 흡사 해장국처럼 속이 확 풀린다. 다만, 막걸리를 마시다 보니 배가 금세 차서 국밥 메뉴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 기대 이상으로 많이 나오는 코스 음식에 뜻밖의 잔반이 생기고 말았다. 오마카세 치곤 매우 푸짐한 것이 전라도 한정식 집에서나 볼 법한 넘치는 인심이다.INSTAGRAM @goodle_bang
캐주얼 한식당, 카나비 용산
지난 몇 년간 신용산 일대의 가장 핫한 브런치 카페로 떠오른 어프로치의 이수형 셰프가 모던한 레스토랑을 컨셉트로 오픈했다. 런던 소호의 카나비 스트리트에 있을 법한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인 카나비 용산이다. 이곳 시그니처 메뉴는 자반고등어와 멸치육수로 맛을 낸 구운 고등어 국수. 슴슴한 국물에 도톰하고 쫄깃한 면의 식감이 좋았다. 분명 해장할 게 없었음에도 속을 편안하게 풀어준 음식이다. 언젠가부터 와인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 종종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김치볶음밥’ 메뉴를 올리기 시작했다. 카나비 용산 역시 김치볶음밥 메뉴가 있어 그 맛의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주문해보았다. 이곳의 포인트는 묵은지와 베이컨을 넣어 만든 볶음밥에 두툼한 스크램블 에그를 곁들인 것. 입에 착 감기는 기분 좋은 자극적인 맛이다. 잘게 잘라 튀겨내듯 볶아 올린 베이컨과 담백한 아보카도, 포슬포슬한 스크램블이 꽤나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앞서 맛본 메뉴를 단번에 제친 것이 있었으니···.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한우 타르타르다. 거대한 뼈의 정체는 소 뼈 안에 있던 골수를 굽고 간해 만든 본매로우다. 골수가 굳기 전에 작은 스푼으로 비벼서 타르타르와 함께 김에 싸 먹는다. 한껏 기대를 품고 맛보았다. 하지만 날것의 타르타르에 육향을 가득 머금은 기름진 골수로 호불호가 엇갈릴 듯한데, 분명 비주얼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카나비 용산의 큰 특징은 한국 증류주로 만든 하이볼과 맥주, 와인 등의 다양한 이색 주종을 갖추고 있는 것. 어떤 술을 주문할지 살짝 고민했지만, 창녕 단감으로 빚은 아이스 와인풍의 과실주인 단감명작을 택했다. 단감의 살짝 떫은 맛이 단맛과 어우러져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낮은 도수(7도)라 점심 시간대 주스처럼 홀짝홀짝 마시기 좋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어둑한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볼 생각이다.INSTAGRAM @carnaby_se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