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
밍글스 강민구 셰프
한식을 다룬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인생의 큰 원동력 하나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책을 쓰면 밍글스 밖에서도 사람들과 한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아티장 Artisan 출판사와 4년간 준비했다고 들었다.
아티장 출판사는 레스토랑 ‘노마 Noma’의 헤드셰프 르네 레드제피, ‘프렌치 런드리 French Laundry’의 셰프 토마스 켈러 등의 책을 작업한 미국 출판사다. 두 셰프의 책은 평소 내가 아주 좋아했다. 해외 수많은 독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영문으로 된 세계적 유통망을 가진 출판사여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하면서 책을 만들어나갔다. 원활한 번역을 위해 미국에서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나디아 조와 음식비평가 조슈아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장이라는 넓고도 좁은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한식 바탕의 요리를 하면서 장이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장을 새롭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장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정확한 명칭이나 분류법 등 한국인에게도 여전히 장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부족한 상황임을 실감했다. 장 중심으로 진행하면 한식의 근본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장을 해석했는가?
전 세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장을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한식은 물론 다양한 서양식 요리에도 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장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명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레시피를 60여 가지 담았다. 호박선, 어만두, 된장 양갈비, 된장 크렘뷔렐레 같은 밍글스의 시그니처를 캐주얼하게 풀어냈다. 닭도리탕, 만두전골, 떡갈비 같은 일상적이지만 멋스러운 한식, 그리고 간장 라구 파스타나 고추장 풀드 포크 샌드위치, 된장 후무스처럼 장을 넣어 새로운 매력을 표출하는 서양식 메뉴도 담았다.
이 책은 어떤 이들이 읽으면 좋은가?
이 책은 파인다이닝 밍글스를 소개하는 책이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요리를 즐기고 한식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의 매력에 빠져들면 좋겠다. 또한 우리 장이 전 세계인에게 더욱 사랑받기 바란다.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로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식에 대한 관심을 체감하는가?
실제 엄청나게 체감한다. 해외 미디어와 푸디들이 행사를 위해 직접 연락을 주기도 하고, 홍콩이나 프랑스에서 팝업도 하는 등 컬래버레이션하러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10년 전 밍글스에서 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The Korean Cookbook>
아토믹스 박정현, 샘표 최정윤 셰프
아토믹스의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되려 한식 책을 역제안했다고 들었다.
박정현 출판사 파이돈 Phaidon은 주로 세계 유명 레스토랑이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요리책을 낸다. 아토믹스는 아직 어리고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는 레스토랑이라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한식 이야기는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아토믹스의 뿌리이기도 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 보았다.
두 사람이 함께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는가?
박정현 한국인의 먹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오래 연구하고 고민해온 최정윤 셰프가 적합한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그는 샘표 우리맛연구 중심에서 식재료, 요리법, 문화 등 한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10년 넘게 해왔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을 텐데, 집필 과정은 어땠는가?
최정윤 제안받은 시점부터 출판까지 약 3년 반이 걸렸다. 책을 쓰는 2년 동안 매주 월요일 미팅을 했다. 책 쓸 때 가장 고민한 것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누가 읽을 것인지, 두 번째는 한식이란 무엇인지였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어떤 한식을 다루는가?
최정윤 레시피북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한식과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 사람들이 현재 매일 먹는 음식과 그것을 즐기는 방법, 그리고 그에 담긴 역사가 담겨 있다. 한국 음식에 관심 있는 글로벌 독자가 주 타깃이다. 한국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해보기 위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입문서 같은 책이다. 쉬우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레시피를 담으려 했다. 재료도 해외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했다.
전반적인 한식 소개를 시작으로 발효, 밥, 반찬, 후식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마지막에 명인 파트가 따로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최정윤 명인들이 평생을 걸고 대를 이어서 한식에 헌신한 덕분에 오늘날의 한식이 만들어졌다. 그들의 요리를 통해 한식의 깊이와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식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장부터 김치, 갈비, 후식과 개성음식, 제주음식, 반가요리, 사찰요리, 그릇까지 모두 다뤘다. 명인들을 인터뷰하고 촬영하는 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해외에서 최근 한식에 대한 인기를 더욱 실감할 것 같다.
박정현 전 세계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젊은 한국 셰프들의 국내외 활약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나라의 문화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여러 분야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진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류 영화나 드라마를 접한 후 한식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한류 음악을 좋아해 한국 아티스트가 먹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