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의 가장 상징적인 창조물 E클래스가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지금은 다이내믹한 주행으로 골목골목을 내달리는 ‘펀카’를 타고 있지만, 나중에 세단을 타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 차를 떠올릴 것이다. 오랜 명성과 판매 기록이 입증하는 차,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다. 최근 7년 만의 풀체인지 모델 출시로 장안의 화제인 11세대 신형 ‘더 뉴 E클래스’를 직접 만나고 왔다. 1946년 첫 탄생한 E클래스는 전 세계적으로 17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표 프리미엄 세단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이번 모델은 모든 영역에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친 티가 난다. 더 뉴 E클래스 변화의 핵심은 더욱 스포티하고 개성 강해진 외관 디자인, 몰입도를 한층 강화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향상된 주행 성능, 높은 수준의 안전 및 편의 사양이다. 이번에 살펴본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아방가르드 등 총 7개 라인업 중 E300 4MATIC AMG 라인.
사람처럼 첫인상이 중요하니, 우선 외관부터 꼼꼼히 살펴봤다. 스포츠카보다는 클래식한 위용을 뽐내고, 중후한 세단보다는 날렵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램프의 변화다. 주변 크롬 트림에 탑재된 ‘발광 라디에이터 그릴’과 디지털 라이트의 조화가 우아하다. 이번 모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무래도 후면부의 삼각별 리어램프일 것이다. 그냥 대놓고 삼각별을 새겨놓았으니 말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벤츠 마니아라면 반길 만하다. 벤츠 고유의 삼각형을 형상화한 삼각별 디자인으로 더 뉴 E클래스만의 차별성과 새로운 스타일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더욱 뚜렷해진 존재감은 도로 위에서 톡톡히 빛날 것이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긴 보닛의 조합, 이전 세대보다 20mm 더 길어진 휠베이스로 실내 공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인테리어도 살펴보자. 아니 이게 진짜 E클래스 맞아? 운전석 보드를 가득 메운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심지어 조수석까지 스크린을 설치하다니. 요즘 스크린 확대가 유행이라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디스플레이 비중을 크게 늘린 앞 좌석은 14.4인치 고해상도 LCD 중앙 디스플레이와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MBUX 슈퍼스크린을 탑재했다. 특히 내년에 선보일 전용 운영 체제 MB.OS의 선행 버전이 포함된 MBUX 슈퍼스크린은 중앙 디스플레이와 이어진 새로운 형태의 스크린이다.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스포티파이 Spotify부터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 틱톡, 앵그리버드 등 제3자 개발 앱의 다운로드 및 구동이 가능해 마치 아이패드를 펼쳐놓은 듯하다. 이제 주행의 필수가 된 네비게이션 앱 또한 이번 모델에서 최초 지원된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TMAP 사용이 가능하니 거추장스러운 휴대폰 거치대도 필요 없다.
이뿐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국만을 위해 에센셜 Essential, FLO, 멜론, 웨이브 Wavve 스트리밍을 지원한다. 중앙에 내장된 셀프 카메라를 통해 줌 화상 회의가 가능하고 휴대폰 만질 필요 없이 뉴스, 게임, 음악 등을 즐길 수 있으니 진정한 인포테인먼트 시대가 다가옴을 실감할 수 있다. 안전성을 고려해 드라이브 중에는 운전자 시야에선 콘텐츠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자동 스크린 시스템 또한 세심하다. 운전자가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경험도 보물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다. 승차하면 몸으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개인화된 차량 설정을 지원하는 ‘루틴 Routine’ 기능이다. 온도 설정, 앰비언트 라이트, 오디오, 주차 카메라 등의 기능을 원하는 대로 저장해 자리에 앉는 즉시 내 루틴대로 바뀐다.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바로 공명을 통해 온몸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다. 차내 스피커로 만족하기 쉽지 않은데, 곡을 누르자마자 선명한 저음과 고음의 음색이 실내에 울려 퍼졌다. 돌비 애트모스 Dolby Atmos의 360° 사운드를 통한 총 17개 고성능 프리미엄 스피커가 울림을 인상적으로 묘사한다.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가 시시각각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하니 청음실을 방불케 한다.
E클래스가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이유는 고급 세단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정숙성’과 주행 능력의 밸런스를 지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더 뉴 E클래스가 완전 변경 속에서도 일관되게 가져가는 건 도로 위에서의 정숙성이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세대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통해 시동을 걸 때 최대 17kW의 힘을 추가로 제공해 부드럽고 신속한 엔진 시동을 돕는다. 그리고 글라이딩, 부스팅, 회생 제동 등을 제공해 순수 전기 차량처럼 고요한 정숙성을 선사한다. 특히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세밀하게 설계된 차체 형태와 방음재도 동급 최고의 정숙성을 구현하는 데 한몫을 한다. ‘안전’에도 각별한 진심이 느껴지는 건 모델에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 최신 버전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다. 앞차와의 간격 유지 및 자동 속도 조절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최대 100km/h의 속도 범위 내에서 도로 위 정지된 차량에 반응하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추가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됐다. 아이폰 및 애플 워치로 문을 잠글 수 있는 디지털 키 기능 등 다채로운 편의 사양도 눈길을 끈다. 8년 연속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의 자리를 지킨 10세대 E클래스의 바통을 이은 더 뉴 E클래스의 탄생은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