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요코 오노
시대를 너무 앞서버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요코 오노가 들려주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존 레논의 아내, 평화주의자, 여성 예술가 ‘요코 오노’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제대로 본 적 없이 풍문으로만 들어본 그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회가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노는 1933년 일본 도쿄에서 부유한 은행가이자 피아니스트던 부모 슬하에서 태어나 고급 교육을 받았고, 1952년 뉴욕으로 건너가 먼저 이민 와 있던 가족과 합류한다. 음악과 문학을 공부하고, 존 케이지 등 플럭서스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아티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인 음악가 이치야나기 토시, 미국인 영화제작자 앤서니 콕스와 두 차례 결혼 및 이혼한 바 있으며, 존 레논과의 결혼은 세 번째다.
오노와 레논의 만남은 그녀가 전시회, 심포지엄 등으로 런던에 초청받아 머물던 기간에 일어났다. 오노 전시회에는 관객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 위의 돋보기로 작은 글씨를 읽는 작품이 있었는데, 레논이 이에 참여하며 ‘YES’라는 단어를 읽으면서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둘은 서신을 교환하며 각자의 작품과 음악을 보내주었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를 주도하며 연인이 되었다. 1969년 존 레논이 이혼 후 오노와 결혼하면서 신혼여행 대신 일주일간 침대 위에서 벌인 평화 캠페인은 이 부부 예술가의 여러 활동 중 가장 유명한 퍼포먼스다. 1980년 존 레논이 팬에 의해 암살당한 뒤, 그녀는 세계 각지를 다니며 평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간다.
여기까지가 잘 알려진 오노의 일생이다. 그녀의 그림이나 조각, 그리고 음악에서 방송 기획에 이르기까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70년간의 작품 활동을 조명하는 것은 전시회의 과제일 것이다. 전시회에는 그녀의 활동을 담은 사진, 영상, 다큐멘터리, 녹음 등 희귀한 자료가 많지만 관객은 한가로이 거닐며 사진 찍을 틈이 없다. 작품 대부분이 ‘구름이 떨어지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처럼 관객을 참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소원을 적어 나무에 매다는 <위시 트리>를 거쳐 입장한 다음에는 ‘안녕하세요. 요코입니다’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전화 자동응답기가 생기기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깨끗한 전시장 안에 놓인 하얀 ‘난민 보트’에 낙서를 남기거나, 이라는 작품에서는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거나 벽을 따라 일렬로 붙어 있는 캔버스에 어머니 사진을 붙여야 한다.
오노에 대한 재평가는 1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검은 페도라를 쓴 여든의 작가가 마이크를 잡은 채 ‘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는 퍼포먼스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나버린 작가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고, 시대를 앞서 활동해준 그녀가 고맙기도 하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자유는 관객들이 느끼는 만족감의 원천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격려, 바로 이 점이 요코 오노가 명성을 얻은 비결일 것이다. 전시 <요코 오노: 마음의 음악(Yoko Ono: Music of the Mind)>의 제목은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온 그녀 자신의 삶을 나타내는 것인데, 그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어다보게 되는 셈이다. 전시는 오는 9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