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를 계획 중이라면 여길 주목하자. 공간에 머무는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호텔 8곳.
개성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감각이 묻어나는 호텔 리스트.
낭만이 서린 역사, Grand Hotel Son Net
스페인 마요르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에라 데 트라문타나 산기슭에 자리한 손 넷. 17세기부터 개인 저택으로 활용하던 맨션이 1998년 호텔로 전환하며 전 세계 저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안식처로 각광을 받았다. 손 넷은 지난해 새로운 리노베이션을 통해 6개의 전용 테라스가 있는 풀사이드 코티지를 포함한 31개 객실로 다시 태어났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렌조 카스틸로 Lorenzo Castillo는 앤티크 벽난로, 나무 천장, 돌바닥, 기둥 등 기존 건물이 지닌 모습을 최대한 복원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한 분위기를 한층 세련되게 풀어냈다. 풍부한 질감이 전해지는 패브릭 소재 가구와 앤티크 러그, 금테로 장식한 조각상, 17세기 프레스코화 등 골동품으로 가득 채운 역사적 공간 속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해보라.
WEB sonnet.es
300년에 걸친 동화, Cowley Manor
영국 첼튼엄
당구,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 Mr. Tripper
회의를 열 수 있는 다목적룸.
1695년에 지어져 역대 영국 왕들이 소유했던 부동산으로 알려진 코울리 매너. 무려 20만㎡에 달하는 이 호텔은 실제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2023년 디자이너 도로시 메이리치존 Dorothy Meirichjohn에 의해 36개 객실과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춘 호텔로 탈바꿈했다. 그는 기존 건물이 지닌 고전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적절하게 믹스매치했다. 호텔 곳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바둑판 패턴, 숨겨진 작은 문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역 내에서 기른 신선한 허브와 과일, 채소로 메뉴를 만드는 레스토랑과 바 또한 놓쳐서는 안 될 핫플레이스. 100% 천연 식물과 에센셜 오일을 통해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스파, 실내외 수영장, 7개 연못,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가 드리운 드넓은 정원까지, 동화 속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바둑판 패턴이 돋보인다.
아늑한 분위기의 룸 전경. © Mr. Tripper
WEB www.cowleymanorexperimental.com
콘란과 이브 생 로랑의 조우, Villa Mabrouka
모로코 탕헤르
아름다운 정원을 에워싼 수영장. © Andrew Montgomery
1층에 마련된 라운지 모습. © Andrew Montgomery
모로코 북쪽 끝,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북대서양 항구도시 탕헤르에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콘란 Jasper Conran이 호텔을 열었다. 빌라 마브루카는 예전에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와 함께 살던 개인 주택이었다. 재스퍼 콘란은 이곳을 인수한 뒤 가장 먼저 지붕과 전기, 배관 등을 최신식 시설로 단장했다. 이후 아름다운 정원을 비롯해 1940년대 모더니즘 건축의 단정함을 유지하면서도 영국의 전통과 그의 현대적 취향을 곳곳에 불어넣었다. 모로코와 지중해식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3개와 객실 12개, 수영장 2개도 새롭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야자수, 양치식물, 장미 등 6500종 넘는 식물과 나무가 살아 숨쉬는 정원을 복원하고 재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호텔보다는 집처럼 편안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기 바랐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자연광, 바다와 하늘의 푸른빛이 방 안까지 넘실거린다.
콘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마라케시 스위트룸 전경. © Andrew Montgomery
WEB villamabrouka.com
레트로와 클래식 사이, Chateau-Royal
독일 베를린
1920년대 아르누보 풍으로 꾸민 객실. © Felix Brueggemann
베를린 중심부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샤토 로얄은 1850년과 1910년대에 지어진 두 채의 기존 구조물에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새 건물을 지어 올려 완성한 곳이다. 이러한 시대적 다양성 덕분에 틀에 박히지 않은 레이아웃과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호텔이 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리나 크로마이어 Irina Kromayer가 맡은 93개 객실은 각기 다른 26개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가구와 조명은 브랜드 제품이 아닌 빈티지와 제작한 것이 대다수다. 그는 복고풍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1920년대 아르누보 풍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두운 컬러의 목재와 유색의 대리석, 벨벳으로 풀어낸 인테리어는 20세기 초 베를린에 경의를 표한다.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전경. © Felix Brueggemann
톤 다운된 컬러의 목재를 사용해 빈티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Felix Brueggemann
WEB www.chateauroyalberlin.com
호기심의 캐비닛, The Fifth Avenue Hotel
미국 뉴욕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로비 모습. © William Abranowicz
객실 안은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 자개 등 다채로운 장식물로 가득하다. © William Abranowicz
메디슨 스퀘어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마주한 곳에 자리한 더 피프스 애비뉴 호텔은 르네상스 시대의 낭만주의와 화려함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화려한 벽면 패널, 반짝이는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 호랑이 줄무늬 러그, 장미색 실크로 감싼 엘리베이터 로비, 신화 속에 등장하는 동식물로 수놓은 벽지 등 무수히 많은 장식물로 가득 차 있다. 인테리어는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웨덴 디자이너 마르틴 브루드니스키 Martin Brudnizki가 맡았다. 1907년 지어진 석회암 건물에 24층 유리 타워를 증축해 완공한 호텔에는 객실을 153개 갖췄다. 이 외에도 2층 천장까지 나무가 뻗어 있는 카페 카멜리니 Café Carmellini도 주목할 만하다. 아르데코 풍의 호화로운 공간 속에서 셰프 앤드류가 선보이는 토스카나식 고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객실 안은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 자개 등 다채로운 장식물로 가득하다. © William Abranowicz
객실 안은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 자개 등 다채로운 장식물로 가득하다. © William Abranowicz
객실 안은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 자개 등 다채로운 장식물로 가득하다. © William Abranowicz
WEB www.thefifthavenuehotel.com
현대의 바우하우스, R48 Hotel and Garden
이스라엘 텔아비브
기존 구조물을 살리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들인 객실 모습. © Amit Geron
기존 구조물을 살리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들인 객실 모습. © Amit Geron
1930년대 번영기를 누리던 텔아비브에는 유럽에서 이주해온 모더니즘 건축가들로 북적였다. 그때 지어진 바우하우스 건축 양식의 건물이 2023년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보수를 담당한 건축 스튜디오 AN+는 이스라엘 보존청의 지도하에 최대한 기존 외관을 보존해냈다. 11개 객실과 스위트룸 리노베이션은 파리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스튜디오 리에거 Studio Liaigre의 손을 거쳤다. 새하얀 벽에 심플한 나무 소재를 주로 활용하고 곳곳에 노란색, 녹색 등의 포인트 컬러를 더했다. 야외 조경에는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디자인한 세계적 원예가 피트 아우돌프 Piet Oudolf가 힘을 보탰다. 옥상에는 그가 디자인한 정원과 수영장이 자리한다. 원예에 대한 자연주의적 접근법을 사용하는 그는 다년생 식물과 지역에서 자라는 올리브나무 등을 옮겨 심었다. 호텔 곳곳에서는 섬세하게 셀렉한 이스라엘 지역 예술가들의 컬렉션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피트 아우돌프가 꾸민 정원과 옥상 수영장의 모습. © Amit Geron
WEB r48.co.i
도심 속 안식처, Palazzo Ripetta
이탈리아 로마
바일론 칵테일 바의 전경. © Palazzo Ripetta
20세기 초 아르데코 양식을 느낄 수 있는 객실 모습. © Palazzo Ripetta
스페인 광장 부근에 자리한 팔라초 리페타는 수녀원으로 사용되었던 17세기 건물을 개조해 오픈한 부티크 호텔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우스타 가에타니 Fausta Gaetani는 곡선 몰딩, 상감 패널 같은 20세기 초 아르데코 양식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27개 스위트룸을 포함한 78개 객실에는 1920년대 역사와 예술이 깃들어 있다. 전반적으로 밝은 톤에 악센트를 더해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품위가 느껴진다. 객실뿐 아니라 F&B 파트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이탈리아 정통 요리를 선보이는 산 바일론 San Baylon 레스토랑과 안뜰에 자리한 비스트로 피아체타 리페타 Piazzetta Ripetta, 바일론 Baylon 칵테일 바까지. 손님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0세기 초 아르데코 양식을 느낄 수 있는 객실 모습. © Palazzo Ripetta
곡선 몰딩과 상감 패널 등으로 클래식한 분위기가 풍기는 로비. © Palazzo Ripetta
WEB www.palazzoripetta.com
기하학 원더랜드, Villa Palladio Jaipur
인도 자이푸르
지역 전통 화가가 그린 각종 패턴으로 꾸민 로비 라운지 모습. © Villa Palladio Jaipur
인도의 전통 건축 양식을 믹스한 외관. © Villa Palladio Jaipur
서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자이푸르는 예로부터 붉은 벽돌과 대리석을 이용해 높은 벽과 탑, 복잡한 문양 등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발전시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카노타 호수 언덕에 자리한 빌라 팔라디오는 붉은 색감에 격자무늬와 줄무늬, 체커보드, 헤링본 등 다채로운 기하학 패턴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부티크 호텔이다. 스위스계 이탤리언 기업가 바르바라 미올리니 Barbara Miolini의 상상 속 디자인을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리 아너 아우데얀스 Marie Anne Oudejans가 고스란히 구현해냈다. 9개 스위트룸은 상감 대리석 바닥과 고딕 양식 창문, 자수 시트, 프레스코화로 장식했고, 처마와 아치형 문에는 지역 전통 화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꽃, 식물, 동물 패턴을 수놓았다. 히비스커스 꽃이 만발한 울타리 뒤에는 무굴제국의 둥근 아치형 디자인이 돋보이는 파티오와 수영장이 자리한다. 줄무늬 사탕이 떠오르는 선베드에 누워 캄파리 칵테일 한잔 하면 어떨까.
귀여운 자수 디테일이 새겨진 침대. © Villa Palladio Jaipur
다양한 기하학 패턴으로 꾸며진 수영장. © Villa Palladio Jaipur
WEB www.villa-palladio-jaip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