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in Paris

Dining in Paris

Dining in Paris
요즘 젊은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는 재패니즈 이탤리언 레스토랑 더블을 소개한다.
© Mickaël A. Bandassak
파리는 미식의 도시다. 세계 각국 사람이 모여드는 국제도시인 만큼 다양한 요리의 장이기도 하다. 최근 젊은 파리지앵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는 프랑스 요리보다 이탈리아,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미국 등의 요리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만국 요리 박람회에 방문한 느낌이 들곤 한다. 특히 이탈리아와 일본 요리를 애정하는 파리지앵 덕분에 오히려 본국보다 더 맛난 요리를 맛볼 수 있을 정도다.
© Mickaël A. Bandassak
© Mickaël A. Bandassak
이번에 소개하는 레스토랑 더블 Double은 이탈리아 요리와 사랑에 빠진 일본인 셰프 아마카와 츠요시가 두 나라의 장점과 프랑스에서 배운 경험을 모두 조합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오사카 출신의 츠요시는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위해 밀라노와 나폴리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 후 런던과 코펜하겐을 거쳐 2017년 파리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철학을 담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 Mickaël A. Bandassak
지난 1월 오픈한 레스토랑 더블은 타일과 나무, 벽돌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편안한 공간으로서, 누군가와 친밀한 시간을 나누고 싶은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일식과 이탈리아 요리가 절묘하게 공존한다. 오픈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입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어 재방문하는 이도 늘고 있다. 12개 좌석으로 꾸며진 아담한 곳이니 방문하기 전에 꼭 예약할 것. 다만, 레스토랑 위치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몽마르트르 뒤쪽에 있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관광지를 벗어나 파리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거리 중 한 곳이 몽마르트르의 라마르크 Lamarck 거리다. 늦은 오후 몽마르트르를 방문해 과거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아 이곳 저곳을 산책해보자.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라마르크 거리로 내려와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식전주를 한잔 즐겨도 좋겠다. 이어 더블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면 파리에서 보낸 가장 알찬 오후가 되지 않을까.
© Mickaël A. Bandassak

ADD 87 rue Lamarck, Paris 18ème
WEB www.double-paris.fr
INSTAGRAM @double.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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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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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예술의 재발견

남미 예술의 재발견

남미 예술의 재발견
올해 열리는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에 역사상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 출신 총감독이 선정됐다. 그 어느 때보다 남미 예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조나 마코 아트페어 전경.
2024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정된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Adriano Pedrosa는 현재 상파울로 미술관장이다. 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남미 출신 예술가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높다. 자연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남미 관련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로 그는 <도처에 있는 외국인들 Foreigners Everywhere>이란 테마를 제시하며 이민자와 망명자, 특히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를 이동한 예술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어디를 가든 우리는 외국인을 만나게 되고, 또한 어디에 있든 우리 모두는 외국인(이방인)이라는 의미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시에 참여하는 브라질 작가 베아트리즈 밀헤이지즈의 일본 테시마 섬 공공미술 설치. © Yoshikazu Inoue
이러한 기대감의 첫 수혜는 지난 2월 막을 내린 조나 마코 Zona Maco 아트페어의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5일간 8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는데, 지난 키아프, 프리즈 서울 방문객 규모와 비슷하다. 멕시코의 원로 기하추상 작가 에두아르도 테라사스 Eduardo Terrazas, 파라과이 도예작가 훌리아 이시드레스 Julia Isídrez, 패션과 아트의 경계를 오가는 멕시코 작가 바르바라 산체스-카네 Bárbara Sánchez-Kane 등이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 작가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조나 마코는 2003년 컬렉터 셀리카 가르시아 Zélika Garcíia에 의해 창립되어 지난 20여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 현대미술을 장려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작품. © Mario Juarez
올해는 20회를 맞아 25개국 212개 업체가 참가했고, 상금 10만 달러를 내건 미술상도 제정했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멕시코시티로 모이며 새로운 지점을 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브리엘 오로스코 Gabriel Orozco를 비롯하여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 Abraham Cruzvillegas 등을 소개하는 쿠리만주토 갤러리, 호세 다빌라 Jose Dávila를 비롯한 멕시코 작가를 소개하는 OMR 갤러리 등이 주목할 만한 로컬 갤러리. 최근에는 시카고와 파리에서 주목받는 갤러리인 마리안 이브라힘도 이곳에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의 작품. © Rob Corder
멕시코시티가 남미의 아트마켓에서 가장 주목받는 데에는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동부는 뉴욕을 중심으로, 서부는 LA를 중심으로 아트페어가 활성되었다면, 멕시코시티는 미국 중부 주요 도시의 컬렉터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적절한 요충지다. 올해 아트페어에서도 주요 참여 갤러리 및 고객층은 미국 및 남미 대륙이 중심이었다. 팝 초현실주의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작가 마크 라이덴 Mark Ryden은 과달루페 성모를 주제로 그린 그림에 멕시코시티(CDMX)라는 제목을 붙여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남미도 한국만큼이나 외부 세력이 쉽게 침투하기 어려운 ‘쎈’ 문화권으로 평가된다. 3월 아시아 홍콩, 6월 스위스 바젤, 12월 미주 마이애미로 세계 아트페어를 석권 중인 아트바젤이 9월 남미를 노리며 호시탐탐 ‘아트바젤 위크’를 상파울로 등지에서 테스트해보았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아트페어가 없는 남미 대륙에서 조나 마코는 당분간 이 지역의 가장 큰 아트페어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신 작가의 기원. © 한원미술관
한편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 중 본 전시에 참여하는 김윤신 작가가 바로 아르헨티나에서 활동 중이다. 1984년 우연히 여행을 떠났다가 아르헨티나에 반해 미술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30여 년째 머무르며 작업을 펼친 작가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세우기도 했다. 87세 이방인 여성 예술가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총감독이 제시한 테마를 제대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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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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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시 파리에서의 시간

메르시 파리에서의 시간

메르시 파리에서의 시간
파리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메르시의 CEO 아서 거비가 <메종>을 초대했다. 진정한 파리지앵의 철학과 그가 예찬하는 삶의 예술은 메르시 매장과 아파트 ‘르 피에 아 테르’ 곳곳에 아름답게 스며들어 있었다. 5일간 직접 머무르며 온몸으로 경험한 메르시에서의 시간.
파리 마레 지구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메르시. 이곳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빨간 빈티지 자동차가 방문객을 반긴다.
14년 전, 파리 마레 지구에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메르시. 이제는 메르시의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이 빨간 자동차를 처음 본 때를 상기시켜 보니 10년 전쯤 되는 것 같다.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마레 지구를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메르시는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파리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작은 명소처럼 말이다. 내게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던 메르시를 다시 찾아 이곳의 CEO 아서 거비 Arthur Gerbi를 만났다. 메르시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사러 온다는 의식보다는 삶과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싶다는 아서 거비.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세운 메르시만의 독특한 전략과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파리 시내에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 풍광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메르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메르시는 ‘어떻게 하면 일상 생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집, 라이프스타일, 예술적 삶을 돌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와비사비 Wabi-sabi’와의 조화를 기반으로 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단순히 브랜드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감동시키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을 만끽하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기 더없이 좋은 메르시의 북카페.
진정한 파리지앵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보여준 메르시의 CEO 아서 거비.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메르시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나요?

메르시는 파리의 본모습을 빠르게 체험할 수 있도록 관광객이 아닌 파리지앵을 대상으로 합니다. 파리의 많은 상점이 대부분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의 정반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메르시는 변치 않는 타임리스를 지향합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만의 가치를 보존하며, 이를 통해 세상을 앞서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별한 마케팅을 내세우지 않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에서인가요?

메르시는 마케팅이 개인마다 가진 정체성을 부정하고 일관된 모습을 강요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가지만 동시에 개인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패션 스토어처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메르시는 패션에 관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매일 연구하는 유일한 주제는 ‘어떻게 하면 일상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입니다.

상품을 큐레이션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메르시에는 정말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좋은 품질의 브랜드와 함께 영속적인 제품을 제안함으로써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장려합니다. 코트 하나를 사더라도 사계절 입을 수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과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여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입니다. 메르시는 그러한 가치를 중시합니다.

예를 들면 지속 가능성과 환경을 고려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메르시는 빈티지 제품을 꾸준히 제안해왔습니다. 환경을 고려한 소비와 함께 영속적인 제품을 제안하고 킨츠키 같은 수리 기술을 활용하여 빈티지 제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은 우리가 지닌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구와 조명, 테이블웨어를 비롯한 각종 패브릭 제품과 의류까지 만나볼 수 있다.
가구와 조명, 테이블웨어를 비롯한 각종 패브릭 제품과 의류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1층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돔 형식의 높은 둥근 지붕이 있는 1층은 매장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공간입니다. 메르시 팀의 공동 아이디어를 통해 전시가 기획되며, 전시는 보통 1~2개월 정도 진행됩니다. 각 전시마다 그 분위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노력을 기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진전 ‘파시피크 Pacifique’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프래그런스 브랜드 로라 제임스 하퍼의 파운더인 라미 멕다치 Rami Mekdachi의 사진전입니다. 그는 메르시의 친구이자 캔들과 향수 컬렉션을 만든 주인공이며 아이코닉한 장소를 촬영하는 사진가로도 유명합니다. ‘파시피크’전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유쾌하게 만드는 요소들에 관한 전시입니다. 태평양 연안에서 직접 공수한 음악, 향기, 이미지와 에너지를 통해 기쁨과 영감이 넘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그와의 협업은 마치 한겨울 속 파리에 비추는 한 줄기 햇살처럼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진 전시 ‘파시피크’. 프래그런스 브랜드 로라 제임스 하퍼의 파운더인 라미 멕다치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진 전시 ‘파시피크’. 프래그런스 브랜드 로라 제임스 하퍼의 파운더인 라미 멕다치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메종>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떤 테이블 위에 어떻게 식기를 차려놓아야 할지, 어느 자리에 컵을 놓아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어느 일본 작가의 말처럼 서랍을 비우고 최소한의 옷만 유지해보세요. 이러한 과정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요일에 시장에 가서 꽃을 사고, 토마토를 사는 일은 큰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이것이 우리가 전하고 싶은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핵심 가치입니다.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아파트를 꾸미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러한 단순하고 신중한 행동이 분명 기쁨과 만족을 줄 것이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삶의 예술은 복잡한 것이 아니니까요.
현재 진행 중인 사진 전시 ‘파시피크’. 프래그런스 브랜드 로라 제임스 하퍼의 파운더인 라미 멕다치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르 피에 아 테르에서 보낸
파리지앵 라이프

모자를 닮은 황금빛 제르바소니 조명이 거실의 중심을 잡고 있다.
19세기 후반, 정확히 1870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보존을 위한 일부 수리만 이뤄졌을 뿐 단 한 번도 공사한 적이 없다. 마치 멈춰 있는 타임캡슐처럼 말이다. 놀라운 역사를 품은 115㎡의 ‘르 피에 아 테르 Le Pied à-terre’ 아파트는 메르시만의 큐레이션을 통해 완성된 새로운 놀이터다. 곳곳에 역사적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뜻밖의 행운을 마주하듯 욕실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벽난로, 선반 등이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유지되어 있었다. 주방 바닥에 깔린 300개의 테라코타 타일 또한 당시 모습 그대로다. 일부 손상되거나 유실된 곳은 콘크리트를 메워 보완했지만 분명 본래 모습이다. 이는 메르시가 고집한 두 가지 주요 컨셉트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
19세기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가구가 조화를 이룬 다이닝.
편안함과 아늑함을 중심으로 완성한 침실. 1950년대 빈티지 옷장을 침대 헤드보드로 활용한 점이 재미있다.
첫째, 본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그 고유함을 강조할 것. 예외의 경우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 이를 보완했다. 둘째, 그 과정에서 복제품이나 모조품, 혹은 위조품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배제시킨다. 메르시만의 디자인 철학은 단단하고 견고한 일관된 철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아서 거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이 바로 메르시의 본질입니다. 르 피에 아 테르 아파트는 메르시의 정신을 쉽게 표현하는 방법이었을 뿐이에요. 많은 사람이 매장에 들어와서 구경하지만, 그들은 아마 그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아파트는 메르시가 무엇인지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한 가지 재미있었던 기억은, 19세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사용성을 고려한 구조와 숨어 있는 수납이었다. 내부 벽면 곳곳에 장이 숨겨져 있었는데, 마치 보물찾기하듯 하나씩 열어본 기억이 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수납 공간을 설계해 사용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모두 만족시켰다. 거실은 블랙&화이트, 다이닝은 짙은 청록&우드, 올리브 색상으로 물들인 복도 등 공간마다 색상의 변주를 준 점도 재미있었다. 또 이곳을 채우고 있는 가구와 조명, 작은 소품 하나까지에서 메르시가 내세우는 삶의 예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를 내던 원목 바닥과 코끝을 감싸는 차가운 기운이 익숙해질 즈음 서울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 햇살을 듬뿍 머금은 거실에서 마신 커피 한잔의 여유가 너무나 그립다.
1870년대에 사용된 스테인드글라스를 그대로 살린 욕실.
테라코타 타일 색상에 맞춰 레드 컬러로 장식한 빈티지 감성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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