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희조는 일상 도처에서 만나는 물건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친구, ‘어딘’에 주목했다.
“‘일상의 조각들’ 시리즈로 정물화를 시작했어요. 사물들과 함께 있을 때 취향이나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 좋아하는 만년필로 일기를 쓰는 과정 등이 나를 만드는 시간이죠.” 거실의 식탁, 일요일의 커피, 그릇에 담긴 과일 등 이희조 작가는 특유의 평면적 조형 작업을 통해 일상의 조각들을 제시한다. 따스한 색감과 단순화한 형태를 들여다보면 우리 주위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이다. 작가는 사물과 함께하는 매일의 순간이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느꼈고, 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화를 통해 영향을 받고 정체성이 형성되기도 하잖아요. 나아가 다양한 관계를 통해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가고요. 이런 순간이 제 삶을 지탱해주는 동시에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순간을 그는 퍼즐로 비유했다. 소유한 물건, 가본 장소, 만나온 사람 등은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다가와 우리 삶을 채운다. 한편으론 자신의 그림이 보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퍼즐이 되기를 기대한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스토리를 대입할 수 있도록 형태와 색감을 단순화하는 이유다. “특정 대상을 연상시키지 않아야 작품에 더 이입하기 쉽다고 생각했어요. 컵, 책 등 일상도구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물을 위해 형태를 단순화해요. 원, 원기둥, 원뿔, 육면체들은 누군가에겐 문으로, 또 어떤 이에겐 포스트잇으로 비추더라고요. 그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복잡한 형태와 함께 색감도 덜어냈다. 시각적으로 대비가 크지 않아야 그림을 오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만의 따스한 색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기 바라는 배려였다. 채도와 명도를 덜어내는 대신 질감을 그려넣었다.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과 얇은 선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나무칼로 한땀한땀 파내어 조각한 판화같이 느껴지는 이유다. 하나하나 붓으로 캔버스를 채워가는 과정은 작가에게 짧은 순간이 모여 삶을 이루는 과정처럼 여겨졌다. “회화는 여러 가지 색을 즉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매체인데, 판화는 하나의 색을 사용해요. 학사로 판화를 전공해서인지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보다는 하나의 색을 만들어 전체를 깐 뒤, 다음 색을 준비하죠. 색과 질감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일상 같아요.”
정물화와 함께 인물화도 주목을 받았다. 볼드한 매스감과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인물은 작가가 상상의 인물로 그린 ‘어딘 Auden’이다. “어딘은 ‘오랜 친구’라는 뜻이에요. ‘나에게 가장 오랜 친구는 나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름을 붙였어요. 그래서인지 자화상으로 봐주기도 해요. 이 인물을 바라보는 이들이 누구든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누군가’의 자화상이죠.”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빵과 커피를 즐기며, 연필을 깎고, 그림을 그리는 어딘은 작가 모습인 동시에 우리 일상이기도 하다. 그 모습이 허구적인 소설이 아닌 수필처럼 보이기 바란다는 작가는 어딘에게 누구나 쉽게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보기 바란다.
4월 5일부터 PBG 한남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The House Essay>는 어딘이 펼쳐갈 이야기의 시작이다. “‘모든 일의 출발점은 가정이다’라는 문장을 책(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저자 버지니아 사티어)에서 읽고서 ‘어딘의 이야기를 집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집 안의 소소한 모습을 담아낼 계획입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죠.” 어딘의 이야기는 문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마치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에게 익숙한 주방, 마당, 침실 등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집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익숙한 사물과 인물을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표현할 것이다. “어딘이라는 인물이 그저 작품 속 등장인물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작가 입장에선 그가 앞으로 더 재미있는 세상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바라거든요. 집에서 시작했으니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계획이에요.” 호기심 가득한 어딘의 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모든 어딘의 일상을 응원하며.
SPECIAL GIFT
이희조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 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