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즐기기 좋은 브런치 맛집 네 곳.
산미 러버를 위한 데니시 브런치, 애시드하우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산미는 음식 맛을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산미를 좋아하는 편이다. 커피는 아프리카 계열의 원두를 고르거나 빵도 사워도우 위주의 하드 계열을 고르는 이유. 강남구 신사동에서 내 취향에 꼭 맞는 브런치 가게를 찾았다. 이름도 애시드 하우스 Acid House다. 낮에는 브런치 위주 메뉴를, 저녁에는 내추럴 와인과 어울리는 메뉴를 선보인다.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우드 톤의 인테리어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큰 호불호 없이 산미를 대표하는 레몬, 라임, 사워도우, 그릭요거트 등이 조화롭게 녹아 들어 있었다. 1인 1음료 주문해야 하는 터라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유기농 포도주스를 선택했다. 각종 티와 커피, 맥주, 와인, 논알코올 음료까지 선택의 폭이 넓었다. 메뉴는 그릭요거트 위에 반숙란과 칠리오일, 구운 케일을 올려 사워도우와 곁들이는 칠리 에그, 레몬 버터와 새우, 바질을 곁들여 먹는 레몬 바질 파스타, 빵 위에 버섯과 치즈를 올려 구운 사워도우 피자를 주문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재료임에도 산미 덕분인지 자꾸 손이 갔다. 무엇보다도 큰 기대 없이 선택한 레몬 바질 파스타가 의외의 수확이었다. 약간의 금액을 더하면 기장 화이트 엔초비를 추가할 수 있는데, 통통한 새우와 레몬이 함께 어우러져 감칠맛이 폭발하니 꼭 추가하길. 친절한 응대에 행복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비건 브런치 바, 핀치브런치바
붐비는 가로수길의 메인 거리를 지나 조용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소박한 매력의 브런치 레스토랑, 핀치브런치바가 자리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점심에는 가벼운 계절 과일과 채소로 요리한 브런치 메뉴를, 저녁에는 내추럴 와인과 즐기기 좋은 스몰 플레이트를 판매한다. 방문에 앞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이곳 메뉴의 시그니처는 비트 후무스 샐러드. 비트의 고운 핑크빛으로 물들인 후무스를 커다란 접시에 듬뿍 담은 후 그 위에 레몬 드레싱한 방울토마토와 완두콩을 올렸다. 사진만큼이나 실물도 무척 예뻐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차가운 메뉴인 후무스 샐러드와 함께 따뜻한 요리를 하나 더 주문했다. 노릇하게 구운 사워도우에 샬럿 오일에 콩피한 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을 넣은 버섯 오픈 샌드위치. 신선한 홀스래디시와 두유 사워크림을 올려 마지막 장식을 마무리했다. 음료는 청순한 꽃향에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은 엘더플라워 에이드를 주문했다. 메뉴 하나하나 섬세하게 공들인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어찌나 훌륭한지. 비린 맛 없이 채소의 달고 담백한 맛을 잘 구현해냈다. 핀치브런치 바는 몸에 좋은 비건 음식뿐 아니라 친환경적 활동도 지향하고 있다.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빨대를 제공하며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직접 용기를 가져와야만 후무스를 테이크아웃해갈 수 있다. 일회용 용기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사로잡는 핀치브런치바. 언젠가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 내추럴 와인과 함께 디너 메뉴도 맛보려 한다.
올데이 브런치&비스트로, 봉비방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에 브런치 카페 ‘봉비방 Bon vivant’이 새로 생겼다. 내추럴 와인바로 유명한 ‘뮤땅 MUTIN’이 최근 오픈한 올데이 브런치 카페(종일 브런치를 제공하는 카페)인데,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린 샐러드부터 홈메이드 브리오슈, 메이플 시럽에 푹 적신 프렌치 토스트까지 프랑스식 브런치 메뉴와 요리의 풍미를 올려줄 시그니처 칵테일,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다채롭게 보유하고 있다. 우선 식전 입맛을 깨워줄 미모사 칵테일을 주문했다. 오렌지주스와 스파클링 와인이 들어가 싱그러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데, 미모사 꽃처럼 노란색이 곱게 섞여 봄 기운이 생동하는
듯하다. 스몰 디시로 나온 프랑스식 대파 요리는 샴페인 비네그레트 소스가 어우러져 상큼한 맛이 돋보일 뿐 아니라 4시간 이상 수비드로 뭉근하게 끓인 대파의 식감이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 내추럴 와인과 브런치의 조합은 과연 어떨까. 시원한 허브 향이 매력적인 내추럴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봤다. 내추럴 와인 특유의 풍부한 산미가 익힌 대파의 단맛과 찰떡 궁합이다. 직접 구워 만든 브리오슈는 녹진한 버섯 베샤멜 소스가 가득 스며 있어 첫 입에 사르르 녹는다. 극강의 부드러움은 아침잠이 덜 깬 몽롱한 정신이 반짝할 정도로 짜릿했다. 이곳에서 세이버리 포테이토 츄로스는 꼭 맛봐야 할 메뉴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포슬포슬한 감자의 식감이 무척 이색적인데 짭짤한 간이 반주를 부른다. 안주 메뉴로도 손색없으니 내추럴 와인바에서 시작한 봉비방의 DNA가 드러나는 셈이다. 그래서 이곳은 낯선 내추럴 와인의 신세계로 입문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엄선한 와인 리스트에서 호기심 가는 것을 하나둘 고르다 보면 내추럴 와인에 푹 빠질 것이다. 반려동물 동반과 단체 방문도 가능하니, 이번 주말에 한번 들러보자.
건강한 호주식 브런치, 윰드
듁스커피, 골든피스, 온6.5 등 트렌디한 F&B 문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모여 브런치 카페를 오픈했다는 소식에 발 빠르게 다녀왔다. 페블컴퍼니의 이기훈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 리브미 컴퍼니의 최용수 디렉터와 함께 2023 멜버른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ALT 파스타 바의 스타 셰프 한민호가 의기투합해 오픈한 윰드 Ummd. ‘You made my day’의 이니셜을 딴 윰드는 하루를 완성시켜준 고마운 이들에게 전하는 인삿말이다. 매장에 들어서니 테이블 아래 서랍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핸드폰은 잠시 내려놓고, 마주본 이와 대화를 유도하는 다정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들이 지향하는 ‘건강한 아침 문화‘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운 한 끼다. 메뉴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 호주식 브런치와 음료로 가득하다. 이른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들을 위한 얼리버드 메뉴가 돋보였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판매하며, 요거트와 무슬리, 아사히 볼 등 아침에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 과일을 가득 올린 그릭요거트인 헝 요거트는 바닐라와 메이플 시럽을 더해 부드럽게 하루를 시작하기 좋았다. 동결 건조 과일을 올려 쫄깃한 식감을 더한 점이 독특했다. 함께 주문한 윰드 브렉퍼스트는 오픈 오믈렛과 베이컨, 소시지가 담긴 클래식한 메뉴다. 시판용 토마토케첩 대신 직접 만든 새콤한 토마토 소스가 나온다. 그린 채소를 좀 더 즐기고 싶다면 구운 채소를 올린 오픈 토스트 웜 그린을 추천한다. 사워도우 위에 전남 해남의 곱슬 케일과 브로콜리를 올렸다. 함께 곁들인 달콤한 땅콩호박 퓨레와 산뜻한 취나물 페스토가 입맛을 돋운다. 올리브유에 살짝 볶은 샐러드가 느끼할 수 있는데 닭 안심 구이의 매콤함이 밸런스를 맞춰준다. 구운 채소 아래의 사워도우는 미리 커팅되어 있어 먹기에도 좋았다. 음료 메뉴도 다채로웠다. 아침마다 그린 채소와 과일을 갈아 내오는 생과일 주스와 프로틴 스무디는 물론 찻잎과 함께 우려낸 블랜드 필터 커피 아아 Ah-ah, 생강 당근 셀러리를 농축해 즐기는 진저 샷 등 이색적이면서 건강한 음료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펫 프렌들리 매장이니 반려동물과 함께 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