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폴랑과의 15년 전 약속

마야 폴랑과의 15년 전 약속

마야 폴랑과의 15년 전 약속

지난 5월 9일, 서울 도산대로 아티스트 컴퍼니 사옥에서 ‘스타링 피에르 폴랑’전이 오픈했다. 피에르 폴랑과 그의 가족 그리고 전시 기획자로 나선 배우 이정재 이야기.

피에르 폴랑의 방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보네르 드 주르 Bonheur de Jour(1982)와 시에즈 쿠륄 Siège Curule(1982).

리빙룸에 배치된 파란색 머시 룸, Mushroom(1960) 체어.

F444(1963) 옆에 서 있는 마야 폴랑.

피에르 폴랑 Pierre Paulin의 부인 마야 폴랑 Maia Paulin을 만난 건 2009년, 피에르 폴랑이 세상을 떠난 바로 그 해였다. 나는 당시 한국에는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그러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일대기를 그의 사망을 기리며 한 번은 꼭 기록하고 싶었다. 피에르 폴랑의 가구 중 일 부를 제작하던 아티포트 Artifort를 통해 마야 폴랑의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 남편을 잃은 지 얼마 안 되어 상심이 클 줄 알았기에 이메일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마야 폴랑에게서 이메일이 도착했다. ‘기사 작성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을 도와주면 되겠느냐’는 짧은 한 문장이었다. 나는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피에르 폴랑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함께한 생애는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튿날 장문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내가 이제껏 받아본 이메일 중 가장 긴 글이었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연애 편지를 받은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그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며 지난 세월을 한번쯤 기록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내 취재는 운 좋게도 그 소중한 시간대를 파고든 것이다. 나는 곧바로 유럽으로 가서 마야를 만났다. 그녀의 집은 남프랑스, 세벤느 Cévennes 어느 산의 맨 꼭대기, 차로 40여 분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했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 산 정상에 정착한 그들은 아무것도 없던 그 땅에 집을 하나둘 지으며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피에르 폴랑과 마야 폴랑이 함께 지은 세벤느 어느 산 위의 집.

집 주변 산의 곳곳에는 먼 산과 석양을 바라보기 위한 벤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부부는 이곳에 앉아서 매일 달라지는 하늘과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곤 했다.

2009년의 마야 폴랑과 그의 아들 벤자민 폴랑.

집 곳곳에는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한 의자와 테이블로 가득했다. 마야가 점심상을 차렸다. 산 아래는 분명 맑은 하늘이었는데 마야의 주방 창으로 드라마틱한 구름이 넓게 깔려 마치 구름 위에서 식사하는 기분이었다. 마야가 갑자기 내게 말했다. “한국에서 피에르 폴랑의 전시를 한번 기획해보면 어때?” 이후 우리는 많은 노력을 했지만 수많은 작품을 한국으로 가져와 전시한다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야심 찬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나 포기할 즈음, 우연히 세벤느로 마야를 다시 만나러 갔다. 이번에는 마야가 말을 꺼냈다. “사람들의 가구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과는 다르니 다시 한 번 전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 길로 그녀의 아들 벤자민 폴랑 Benjamin Paulin을 만났다. 벤자민은 아버지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한 가구들을 새롭게 제작하고, 사장된 프로토타입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폴랑, 폴랑, 폴랑 Paulin, Paulin, Paulin’이라는 가족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문득 집 가구가 편안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은 그 사이 영화와 음악, 그리고 미술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문화 예술인들이 주목하는 도시로 발돋움해 있었다. 많은 대화 끝에 벤자민은 서울을 오겠다고 했고, 2023년 9월 프리즈 서울 기간에 서울을 방문해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전시 가능성을 타진했다.

피에르 폴랑의 방.

현관문을 열면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한 계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실이자 작업실이기도 했던 공간, 거실 끄트머리에 텅그체어(1967)가 놓여 있다.

벤자민은 “서울 전시가 매우 특별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공신력 있는 조력자가 있으면 좋겠다”며 배우 이정재를 언급했다. 훌륭한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미술과 디자인을 사랑하는 그와 함께 컬래버레이션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정재는 기꺼이 이 전시 기획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사실은 피에르 폴랑의 팬이에요. 오래전부터 구매하고 싶은 가구도 있었고요. 피에르 폴랑의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어요. 폴랑의 자유롭고 아름다운 가구 자태에 매혹되었는데, 그가 젊은 디자이너일 것이라 상상했죠. 그런데 1950년대부터 활동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놀랄 수밖에요.” 그 후 줌미팅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전시 방향을 세웠다. 이정재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이런저런 생각을 교환했다. 그의 사옥 1층과 지하 1층 전시장을 내주며 전시를 준비하는 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시 주제는 영화인 이정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완성됐다.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배우이자,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 이정재. 그는 수많은 영화에 등장한 피에르 폴랑 가구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정재는 피에르 폴랑의 가구를 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지극히 현대적인 형태이기에 아무 장소에나 쉽게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뜻밖의 장소에서 폴랑의 디자인을 만나게 될 때마다 폴랑 가구가 주변 공기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데 감탄하게 돼요. 제게 폴랑의 가구는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이자 공간의 여백을 생각하게 하고, 공간 속에 들어가 멋진 캐릭터 역할을 하는 존재처럼 여겨져요. 가구의 유기적 곡선과 순수한 디자인적 상상으로 인해 과거의 시대적 배경을 머금고 있는 반면, 근미래 모습과도 근사하게 어우러지죠. 시대와 형식, 사조를 불문하고 폴랑의 가구는 한옥과 어우러질 때는 포근한 감성을 자아내고, 미니멀한 공간에서는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마음껏 뿜어내며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아티스트 컴퍼니 지하 1층, 폴랑이 퐁피두 대통령을 위해 디자인한 엘리제 프로그램의 엘리제 테이블과 체어 1971.

아티스트 컴퍼니 지하 1층, 폴랑이 퐁피두 대통령을 위해 디자인했던 엘리제 프로그램의 알파 컬렉션 1971.

아티스트 컴퍼니 1층에는 폴랑의 가장 대표적인의자들과 카테드랄 테이블 1981이 전시되어 있다.

1950~70년대에 주로 만들어진 폴랑의 가구는 당시 사람들에게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유기적 미학과, 기능적 측면 모두에서 새로운 디자인 시대의 도래라 할 만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의 큰 시각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사람 중 다수는 폴랑이 제시한 새로운 형태를 받아들이는 데 다소 어려워하고 미래적인 비전으로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1967년 리본 체어 Ribbon Chair, 1959년 머시룸 Mushroom, 1963년 텅그 체어 Tongue Chair, 심지어 1964년 그루비 Groovy 등과 같은 상징적인 작품들은 공상 과학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장면에 자주 등장했다. <스타트랙>, <007> 시리즈, <아이언맨>, <어벤저스>, <매드맨>, <바비> 등,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물에 등장하는 폴랑의 가구들은 특별한 세트 디자인 역할과 더불어 독자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역할,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세계의 새로운 개념을 이상적으로 구현했다. 이정재에게 물었다. 수많은 영화에 폴랑의 가구가 등장한 것처럼, 그가 만드는 영화에도 폴랑의 가구를 등장시키면 어떨지. 그는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 너무 하고 싶죠. 저 또한 배우가 되기 전엔 공간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배우라는 직업 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꿈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제가 머무는 공간, 기획하는 공간은 제가 계획을 세우고 디자인해요. 폴랑의 가구들을 바라보며 로맨틱한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SF영화 속 미래의 어느 시점을 상상하게 되어요.” 그는 오랫동안 좋아해온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폴랑의 전시를 한국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폴랑의 즐거운 디자인 상상을 공유하기 위해 ‘폴랑, 폴랑, 폴랑’을 초대했다. “디자이너가 가구를 통해 전하고자한 철학과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을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이는 단순히 가구를 보고 감상하는 전시가 아닌, 작품들이 과거와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향해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삶 속으로 스며드는지에 관한 경험을 위한 전시예요. 즐거운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상상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또한 더욱 풍부한 디자인적 가능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 허먼밀러사와 개발 중이었으나 좌절되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인 타피 시에즈1970가 아티스트 컴퍼니 사옥 지하 1층 엘리제 프로그램 사이에 놓여 있다.

아티스트 컴퍼니 사옥 1층에 전시 중인 <스타링 피에르 폴랑>, 폴랑의 간략한 디자인 일대기와 배우 이정재가 폴랑을 초대한 이야기, 그리고 1960년대부터 2023년까지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한 폴랑의 가구들에 대한 설명이 한쪽 벽에 전시되어 있다.

듄 위에 앉아 있는 배우 이정재와 벤자민 폴랑.

아티스트 컴퍼니 사옥 1층과 지하 1층에서 전시하는 <스타링 피에르 폴랑 Starring Pierre Paulin>은 배우 이정재와 컬래버레이션하는 전시로, 주제와 작품 선정이 공동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5월 9일 오프팅 파티 에는 이정재와 정우성, 임시완, 류준열, 강동원, 페기 구, 지드래곤 등이 찾아왔고, 그 외 수많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전시장 1층에는 텅그체어, 그루비 체어, 스파이더 체어 등 피에르 폴랑의 대표 의자들이 전시된다. 1966년에 만들어 마야 폴랑이 지금까지 소장해온 리본 체어 빈티지 작품, 폴랑이 미테랑 대통령을 위해 만든 집무실 의자인 대통령 체어 30개 한정판 중 하나도 선보인다. 지하에는 폴랑의 가장 상징적 디자인 세트 중 하나인 1972년 엘리제 프로그램의 알파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퐁피두 대통령의 다이닝룸과 스모킹룸에 놓인 이 작품들은 디자이너에게 무궁무진한 원천인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다. 또한 1968~72년 미국의 허먼 밀러 회사와 함께 계획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시설 프로그램인 ‘피에르 폴랑 프로그램’ 때 디자인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일본의 다다미 문화와 플로어 생활을 하는 아시아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폴랑이 플로어에 밀착된 모듈식 가구로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서양인들이 낮은 플로어 생활을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도 높아 이 프로젝트는 결국 회사로부터 거절당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집에서 모듈식 가구 프로토타입과 함께 생활한  벤자민은 이 가구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었다. 2014년 폴랑, 폴랑, 폴랑은 사장될 뻔한 이 놀라운 프로젝트를 처음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고, 현재 이 제품은 가장 사랑받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는 2024년 5월 9일부터 9월 8일까지, 평일 오후 1시부터 5시에 열리며 [email protected]을 통해 관람 예약을 할 수 있다.

CREDIT

에디터

writer

지은경

photographer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이현실

TAGS
뭉크의 풍경

뭉크의 풍경

뭉크의 풍경

9월 19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뭉크 <떨리는 지구> 전시 장면, 2024, photo Ove Kvavik. © Munch

Munch, The girls on the bridge, 1927. © Munchmuseet

2012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990만달러(1355억원)에 판매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현재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남) 기록을 경신한 작품 <절규> (1893)의 작가, 뭉크(1863~1944)의  대규모 개인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연이어 겪으며 갖게 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세기말 시대의 불안을 표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주제를 좋아하여 다양한 재료로 여러 점을 그렸는데 대부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경매에서 팔린 <절규>는 유일하게 개인 소장가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만 보면 왠지 고갱이나 고흐처럼 천재적인 예술적 광기를 펼친 후 요절했을 것만 같은데, 뭉크는 80세까지 장수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우울증과 정신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식이요법과 절주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성실하게 작업한 뭉크. 바로 그림만이 그의 근심을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혹은 26세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셔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그가 그림을 계속 그리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 그는 29세 때 베를린에서 연 전시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일찍부터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훗날에는 부동산을 구입하여 가족을 부양하고 안정적으로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뭉크는 70대 후반에 이르러 2만8000점에 달하는 작품과 편지, 사진 등 모든 재산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미술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논의만 거듭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1963년에 이르러서야 문을 열게 된다. 그러나 그의 명성에 비해 미술관은 허술했고, 1994년과 2004년에는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작품 두 점을 도난당하는 사건마저 일어난다. 세계적 망신이었지만 그 덕분에  미술관에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박물관을 새로 짓는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졌고, 2021년 10월 오슬로 해안가에 문을 연 ‘뭉크 박물관’은 바로 그 결실이다.

Munch, Kissing couples in the park, 1940 © Munchmuseet

Munch, The Storm, 1893.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Scala, Florence

13층 규모의 빌딩 속 11개 전시 공간을 지닌 새로운 미술관은 인사를 하듯이 건물 위쪽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곳은 오슬로의 피요르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자 레스토랑이다. 예술만이 아니라 오슬로를 함께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획한 스페인 건축회사 에스튜디오 에레로스 Estudio Herreros의 작품이다. 또한 건물 내 주차장을 과감하게 없애 누구나 대중교통과 도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친환경적인 건축을 제안했다. 4만8000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한 뭉크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으며, 특별 테마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오는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현재 전시는 뭉크와 자연의 관계를 조망한 최초의 전시회 <떨리는 지구 Trembling Earth>다. 이미 미국과 독일에서 4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뉴욕타임스로부터 2023년 최고의 전시회라고 호평받은 전시가 다시 뭉크의 고향 오슬로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소개한 <절규>와 도난 작품으로 더욱 유명해진 <마돈나> 등이 모두 인물화이다 보니 뭉크는 주로 인물을 그린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항상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전시에 소개된 300여 점의 작품 속에는 ‘풍경 화가’로서 뭉크의 면면이 드러나 있다. 나무의 형태, 방향, 색채, 마티에르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절규>도 자세히 보면 인물의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은 그의 표정뿐 아니라 바로 배경의 풍경에 있다. 그가 이 작품을 그릴 때 남긴 일기에도 ‘나는 거대하고 무한한 자연의 비명을 들었다’고 적었듯이 말이다. 그에게는 인간이야말로 자연의 한 일부였을 뿐이다.

CREDIT

에디터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TAGS
마시모데카를로 in 서울

마시모데카를로 in 서울

마시모데카를로 in 서울

1987년에 설립된 마시모데카를로 Massimodecarlo 갤러리는 대담하고 시류에 역행하는 선택으로 세계 현대 미술 무대에서 선구자로 빠르게 부상했다. 설립 초기에는 이탈리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 집중하며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마우리치오 카텔란, 스티븐 파리노, 카스텐 휠러 등 저명한 작가들의 전시로 확장해 나가며 현재 60명이 넘는 작가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가 서울, 강남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연이은 프리즈 서울의 성공적 참여를 바탕으로 아티스트와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갤러리의 개념보다는 마시모데카를로의 서울 스튜디오이자 뷰잉 룸으로서 운영된다. 오는 5월 말에는 지난해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은 카스텐 휠러 Carsten Höller의 머시룸 시리즈 중 작은 소형 작품 ‘더블 머시룸 비트라인 Double Mushroom Vitrine’을 전시한다. TEL 02-6203-6388

카스텐 휠러의 ‘더블 머시룸 비트라인’.

CREDIT

에디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