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풍경

뭉크의 풍경

뭉크의 풍경
9월 19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뭉크 <떨리는 지구> 전시 장면, 2024, photo Ove Kvavik. © Munch
Munch, The girls on the bridge, 1927. © Munchmuseet
2012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990만달러(1355억원)에 판매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현재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남) 기록을 경신한 작품 <절규> (1893)의 작가, 뭉크(1863~1944)의  대규모 개인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연이어 겪으며 갖게 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세기말 시대의 불안을 표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주제를 좋아하여 다양한 재료로 여러 점을 그렸는데 대부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경매에서 팔린 <절규>는 유일하게 개인 소장가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만 보면 왠지 고갱이나 고흐처럼 천재적인 예술적 광기를 펼친 후 요절했을 것만 같은데, 뭉크는 80세까지 장수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우울증과 정신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식이요법과 절주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성실하게 작업한 뭉크. 바로 그림만이 그의 근심을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혹은 26세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셔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그가 그림을 계속 그리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 그는 29세 때 베를린에서 연 전시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일찍부터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훗날에는 부동산을 구입하여 가족을 부양하고 안정적으로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뭉크는 70대 후반에 이르러 2만8000점에 달하는 작품과 편지, 사진 등 모든 재산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미술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논의만 거듭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1963년에 이르러서야 문을 열게 된다. 그러나 그의 명성에 비해 미술관은 허술했고, 1994년과 2004년에는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작품 두 점을 도난당하는 사건마저 일어난다. 세계적 망신이었지만 그 덕분에  미술관에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박물관을 새로 짓는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졌고, 2021년 10월 오슬로 해안가에 문을 연 ‘뭉크 박물관’은 바로 그 결실이다.
Munch, Kissing couples in the park, 1940 © Munchmuseet
Munch, The Storm, 1893.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Scala, Florence
13층 규모의 빌딩 속 11개 전시 공간을 지닌 새로운 미술관은 인사를 하듯이 건물 위쪽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곳은 오슬로의 피요르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자 레스토랑이다. 예술만이 아니라 오슬로를 함께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획한 스페인 건축회사 에스튜디오 에레로스 Estudio Herreros의 작품이다. 또한 건물 내 주차장을 과감하게 없애 누구나 대중교통과 도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친환경적인 건축을 제안했다. 4만8000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한 뭉크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으며, 특별 테마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오는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현재 전시는 뭉크와 자연의 관계를 조망한 최초의 전시회 <떨리는 지구 Trembling Earth>다. 이미 미국과 독일에서 4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뉴욕타임스로부터 2023년 최고의 전시회라고 호평받은 전시가 다시 뭉크의 고향 오슬로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소개한 <절규>와 도난 작품으로 더욱 유명해진 <마돈나> 등이 모두 인물화이다 보니 뭉크는 주로 인물을 그린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항상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전시에 소개된 300여 점의 작품 속에는 ‘풍경 화가’로서 뭉크의 면면이 드러나 있다. 나무의 형태, 방향, 색채, 마티에르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절규>도 자세히 보면 인물의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은 그의 표정뿐 아니라 바로 배경의 풍경에 있다. 그가 이 작품을 그릴 때 남긴 일기에도 ‘나는 거대하고 무한한 자연의 비명을 들었다’고 적었듯이 말이다. 그에게는 인간이야말로 자연의 한 일부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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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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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데카를로 in 서울

마시모데카를로 in 서울

마시모데카를로 in 서울

1987년에 설립된 마시모데카를로 Massimodecarlo 갤러리는 대담하고 시류에 역행하는 선택으로 세계 현대 미술 무대에서 선구자로 빠르게 부상했다. 설립 초기에는 이탈리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 집중하며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마우리치오 카텔란, 스티븐 파리노, 카스텐 휠러 등 저명한 작가들의 전시로 확장해 나가며 현재 60명이 넘는 작가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가 서울, 강남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연이은 프리즈 서울의 성공적 참여를 바탕으로 아티스트와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갤러리의 개념보다는 마시모데카를로의 서울 스튜디오이자 뷰잉 룸으로서 운영된다. 오는 5월 말에는 지난해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은 카스텐 휠러 Carsten Höller의 머시룸 시리즈 중 작은 소형 작품 ‘더블 머시룸 비트라인 Double Mushroom Vitrine’을 전시한다. TEL 02-6203-6388

카스텐 휠러의 ‘더블 머시룸 비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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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기억되는 과거의 흔적

사진으로 기억되는 과거의 흔적

사진으로 기억되는 과거의 흔적

국제갤러리가 독일 에베르스발데 태생의 사진가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 <Renascenc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퍼가 팬데믹 기간 동안 리노베이션 중이었던 건축물, 그리고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하여 작업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그는 지난 50여 년의 시간 동안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적 장소를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다시 태어나다’는 의미로 직역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오랜 역사를 축적한 서구 문화기관의 물리적, 제도적 ‘재생’과 팬데믹 이후 공공영역의 ‘회복’이라는 주제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특히 전시작의 피사체로 등장하는 미술관 및 박물관들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현대적 속도에 맞추기 위한 기반시설의 재정비에 중점을 두고 리노베이션을 진행해왔다. 문화 공간을 복원하는 건축가들의 절제된 시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 특유의 객관적, 중립적 시선의 미학을 감상해보면 좋겠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TEL 02-735-8449

‘Stiftsbibliothek st. Gallen lll’ 2021.
‘Komische oper Berlin l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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