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인형의 오묘한 표정으로 이질적이면서도 생경한 감각을 일깨우는 최지원 작가. 그의 그림은 언제나 단숨에 몰입하게 되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무표정한 도자 인형이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인형 뒤 블라인드 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나오며 매끄러운 표면의 얼굴을 비춘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새벽녘이 떠오른다. ‘포세린 돌’을 중심으로 독특한 구성과 색감을 선보이는 최지원 작가의 그림은 언제나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도자기라는 소재부터 살펴보자. 단단한 표면을 가졌지만 한편으로는 순식간에 깨져버릴 수 있는 한없이 연약한 존재. 소재의 이중적인 면모가 이질적이면서도 생소한 감각을 자아낸다. 작가는 순간적인 몰입을 선사하는 긴장감에 주목한다. 잠시 숨을 멈추고 그림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 작가의 도자 인형은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지금까지 그려온 작업들을 아울러 보면 ‘생명이 없는 대상’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이나 생명을 빼닮은 모조품들이요. 제 대표 작업인 포세린 돌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인 감각과 경험을 생명이 없는 존재를 경유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개인전을 진행한 그는 최근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 Art OnO’와 상하이 ‘백스테이지 아트 Backstage Art’에서 선보일 신작을 준비 중이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커다란 캔버스에 푸른 벨벳 커튼이 넘실거렸다. 상하이에서 선보일 작품인데, 오래된 극장 뒤편에 마련된 아트 스페이스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극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감정과 구조적 특징을 표현하고자 커튼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등장시켰다. “평소에 이미지 수집을 많이 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들이요. 간략한 드로잉 스케치와 함께 포토샵 콜라주로 먼저 이미지 구상을 합니다. 보여주고 싶은 분위기를 위해 인형의 자세와 시선, 입고 있는 옷, 전체적인 구도, 색감 등 계획적으로 고민해요. 작업할 때는 빠르고 직관적이에요. 순간적인 몰입감이 정말 즐겁죠.” 작업 구상을 마친 후, 캔버스에 도자 인형의 표면을 빚어낸다. 얇은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순간이 마치 생명 없는 대상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나의 색에서 뻗어나가는 톤온톤 색 조합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프레임이 하나의 빛을 발산하는 느낌인데, 그만이 주는 강렬한 에너지를 즐긴다. 텍스처를 섬세히 표현하는 만큼, 같은 색이어도 재질과 광택의 유무에 따라 다른 색으로 비춰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도자 인형과 어우러진 소재들도 흥미롭다. 최지원 작가는 인형 너머의 공간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도자 인형의 미끄러질 듯한 질감에 매료되고 무감각하고 공허한 표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형이 놓이는 ‘방’에 대해 고민 중이다. 빈티지한 색감과 화려한 패턴의 옷, 벽시계, 블라인드, 최근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실크와 벨벳 소재의 드레스 등 그가 자주 사용하는 소재들은 일상적인 듯해 보이지만 비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오랜 과거의 시간이 느껴져서일까. 작가에게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환기시켜 주는 소재이며, 긴장감과 자극을 주는 요소다. “어릴 때 학교나 친척집에는 꼭 뻐꾸기 시계나 괘종시계가 있었잖아요. 정각마다 울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 시계 아래에서 기다린 기억이 있어요. 커다랗게 궁서체로 쓰인 ‘축 발전’ 같은 텍스트도 흥미로웠고요. 저는 의외로 과거의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요소들을 재미있게 회화 안으로 가지고 오는 것 같아요.” 정교한 계획으로 구상된 ‘방’은 생동감이 넘치는 일반적인 방이라기보다 진공 상태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똑딱이는 벽시계의 울림처럼 귀기울이게 되고, 방 안으로 미세하게 드는 빛을 주목하게 만든다. 잠시 숨을 멈추고 몰입하게 되는 긴장감. 우리는 순간의 긴장 뒤에 따라올 해방감을 안다. 강렬한 첫인상 뒤에 여운을 주는 최지원 작가의 그림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SPECIAL GIFT
최지원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 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