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최초의 커피하우스

파리 최초의 커피하우스

파리 최초의 커피하우스
루소와 나폴레옹이 즐겨 찾던 커피하우스 르 프로코프가 340년 역사와 함께 돌아왔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생활의 촉매제이다. 커피 한 잔을 통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갖기도 한다. 커피는 사회적 관계의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커피 한잔 하자’는 인사말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의미보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기 위한 사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이 10만 개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핫초콜릿을 만드는 모습.
역사 속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5세기 지금의 튀르키예,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시작했다. 이후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 간 전쟁을 통해 유럽 각국으로 커피하우스가 퍼져 나간다. 파리에는 1686년 생제르망 데 프레 지역에 최초의 커피하우스 ‘르 프로코프 Le Procope’가 문을 열었다. 당시 커피하우스는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모여 파리시에 돌고 도는 가십거리를 공유하고 학자들이 토론하는 정치적 모임을 하는 장소였다. 르 프로코프의 유명한 단골은 장 자크 루소, 볼테르, 당통, 나폴레옹 등 당대 지식인이나 작가, 혁명가, 정치인들이다. 지금도 유명인들이 즐겨 앉던 자리에서는 표지판과 친필 편지, 조각상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물건은 나폴레옹이 음식값 대신 두고 갔다는 모자다. 마치 작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1890년에 문을 닫았지만 1957년 양파 수프, 달팽이 요리, 코코뱅 같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해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왔다.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
커피 추출하는 도구들.

팬데믹 기간에 르 프로코프의 옛 정체성을 되찾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올해 초 17세기 보여주던 르 프로코프의 최초 기능을 되찾았다. 레스토랑 일부 공간을 리뉴얼해 커피하우스로 다시 오픈했다. 새로운 공간의 활기는 스튜디오 프레드만&베르사체 Friedmann&Versace에서 담당했다. 기존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도 역사적 의미를 잊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다. 지난 2월 오픈한 커피하우스는 정오부터 자정까지 방문이 가능하지만 항상 대기하는 줄이 늘어서 있는 상태다.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지만 르 프로코프는 프랑스의 산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다.
ADD 13 Rue de l’Ancienne Comédie, 75006 Paris WEB www.procope.com
INSTAGRAM @restaurantprocope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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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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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we’s Home S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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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퍼퓸의 향기가 한층 풍성해졌다. 기존 센티드 캔들에 더해 왁스 센티드 캔들 홀더를 새롭게 선보인 것. 총 11가지 향으로 선보이는 이번 신제품은 밀랍으로 만든 촛대 모양의 양초로 100% 식물성 왁스와 코튼 심지로 구성됐으며, 약 10시간 동안 연소가 가능하다. 허니서클, 아이비, 오레가노, 토마토 리프, 사이러스 볼 등 각 향은 시각적으로도 다양한 컬러로 표현됐을 뿐 아니라 특별한 패키지 안에 담겼다. 패키지는 프랑스 사진작가 에르완 프로탱이 일본 사진작가 오가와 카즈마의 작품을 재해석했으며, 각기 다른 자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WEB www.loew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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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K-Art의 무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K-Art의 무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K-Art의 무드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한국 아트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조망해본다.
파리 브루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에 전시된 김수자 작가의 작품 모습. ©Kimsooja, To Breathe Constellation, 2024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열린 1989년 이후 한국의 현대미술 전시 전경.

한류 흐름이 가장 늦게 도착했다는 미술. 다행히 빠른 속도로 세계 미술계의 주요 현장 곳곳에서 한국 미술가들의 활동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023년 가을, <뉴욕타임스>는 미국 미술관 5곳에서 한국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음을 대서특필했다. 먼저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1960~7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미술(LA 해머미술관 순회),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1989년 이후 한국의 현대미술전시,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한국화의 색 의미를 소개하는 전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 전시, 12세기부터 현대미술에 이르는
한국 미술품 컬렉션 하이라이트 전시, 마지막으로 덴버미술관의 분청사기 특별전 등 전시회는 대부분 올해까지 연결되어 진행 중이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뒤늦게 한류에 올라타려는 취지라기보다, 수년 전부터 기획된 전시를 이제서야 무대에 올린 것이다. 통상 전시 준비기간은 다른 장르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류에 대한 관심 덕분에 관계자들의 오랜 노력이 비로소 제대로 주목받게 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전시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새로운 예술의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한국 미술품 컬렉션 전시 전경.
올해는 이 흐름이 유럽과 중동에서 터질 모양새다. 먼저 김수자 작가가 부르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으로부터 ‘백지위임장(Carte Blance)’를 받았다. 이 것은 미술관에서 작가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존중의 의미로 쓰이는 표현인데, 파리의 기메 아시아미술관에서 2015년 이배 작가를 초청해 미술관 4층 원형홀을 내어줄 때에도 붙인 이름이다. 2021년 개관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은 15세기부터 존재하며 증·개축을 거듭하다 1889년 증권거래소로 확립된 건축을 안도 타다오가 리노베이션한 것으로 유명하다. 둥근 돔형 천장 아래 화려한 역사화가 복원되었고, 유리로 된 중앙부에서는 실내에 자연광을 드리워 공간 속에 빛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김수자 작가는 가로 29m에 달하는 원형홀, 로툰다(Rotunda)의 바닥을 거울로 덮었다. 거울에는 천장의 벽화와 유리창, 그리고 그 모두를 관찰하는 나와 다른 관람자들의 신체가 반영된다. 높이 50여m의 공간은 반사 효과 덕분에 무한대로 확장되며, 우리 시선을 끝도 없는 먼 곳으로 쭉 늘어뜨리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시는 즉각 전 세계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는데, 아마 23년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에서 열린 그녀의 설치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 미술관처럼 천장이 유리 돔으로 덮인 백화점 중앙홀을 활용했는데, 유리창에 빛을 반사시키는 특수필름을 붙여 건물 내부에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듯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한국 미술품 컬렉션 전시 전경. © Photo by Paul Lachenauer, courtesy of The Met
함께 전시된 김환기 작가의 <달과 항아리>. © Moon and Jar(달과 항아리), Korea, 1954, oil on canvas, 162.6×97cm, Leeum Museum of Art
카타르 도하에서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국립미술관 앞에 최병훈 작가의 벤치 작품을 영구 설치했다. 실제 의자 기능을 하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한국의 산수 풍경을 담은 동양화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는 오는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이불 작가가 건물 외벽에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9월에는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시기인데,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 비엔날레가 함께 열려 세계 미술계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주목할 듯하다.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것은 작은 국토를 가진 우리의 숙명이다. 이제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수출하는 시기로, 깊은 뿌리를 지닌 한국의 아트 콘텐츠가 세계 문화와 교류하며 좀 더 크고 아름다운 열매 맺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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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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