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리움미술관 강당에서는 이틀간 한식 키워드 하나로 똘똘 뭉친 한식 글로벌 심포지엄 ‘난로 인사이트’가 열렸다. 가장 뜨거운 한식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논하는 한식 이야기.
<미쉐린가이드 뉴욕>이 2023 발표한 레스토랑 71곳 중 11곳이 한식 레스토랑이며, 뉴욕을 대표하는 모던 한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이하 W50B) 2023’ 어워드에서 미국 내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식은 뜨겁다. 하지만 우리는 의외로 한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한식의 산업화와 연구,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비영리 사단법인 난로학원이 글로벌 한식 교류회인 ‘난로회 2024’를 주최한 이유. 온지음의 조은희 박성배 수석셰프를 비롯해 박수경 금돼지식당 대표, 금토일샴페인빠의 한충희 UGD 대표 등 한식 관계자, 학계, 산업계, 예술계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30여 명이 모여 최근 전성기를 맞은 한식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글로벌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화식을 즐긴 호모 사피엔스의 요리 본능을 뇌과학 관점에서 설명하며 한식의 과학적 요소를 풀어냈다. W50B 2023 1위에 선정된 페루 센트럴의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 헤드셰프와 2위인 스페인 디스프루타르의 오리올 카스트로 셰프, 뉴욕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식 스테이크 하우스 꽃 Cote의 사이먼 김 대표가 내한해 한국 관객들과 소통해 큰 관심을 모았다.
난로학원 최정윤 이사장
알리시아 연구소라는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2000년대 초는 스페인 엘 불리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던 때다. 호텔에서 셰프로 일하던 중 푸드 앤 사이언스 리서치 센터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지원했는데 뽑혔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단순한 요리 연구를 넘어 산업디자이너부터 건축가, 과학자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협업을 했다. 전 세계에서 유수의 인재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샘표 우리맛연구중심에서 한식 연구를 한 지 어언 14년째다.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가 샘표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 샘표가 만드는 간장, 된장 등 장류는 일반적인 식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인데,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없었다. 샘표에 합류한 뒤 알리시아 연구소와 함께 장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식재료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한국 노포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jytour)도 운영 중인데. 요리를 하는 기술자에서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면서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됐다.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이니 결국 사람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할까. 그렇게 먼저 시작한 게 JY투어였다. 한 6~7년 전쯤 충무로 10년차 직장인으로서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오래된 식당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데 의의를 두었는데, 인스타그램에 하나둘씩 올리다 보니 기대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좋아해줘서 놀랐다. 그 덕분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해외에서의 한식은 또 다른 영역인데, 한식의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계기가 있었나? 해외에서의 한식이 요즘 같은 때가 없었다. 식품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수출 지표도 정확히 있고, W50B 한국 중국 지역 부의장으로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이어 스페인의 분자요리, 덴마크의 유기농, 페루의 아마존 생태계, 그 다음은 과연 어디인가에 대해 늘 눈여겨봐 왔다. 전 세계 언론과 셰프들의 입에서 다음은 한식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로회도 한국 외식업계와 코리안 BBQ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하에 시작한 모임이라고 들었다. 일본의 스시처럼 10달러부터 1300달러까지 갈 수 있는 한식이 뭐가 있을까? 또 너무 어렵지 않아야 대중화가 될 수 있다는데? 하나씩 줄 세웠더니 결국 답은 코리안 BBQ였다. 다이아몬드 커팅처럼 다양한 정육 방식도 있고, 누가 굽느냐에 따라 맛이 정말 달라지기 때문에 스타성이 충분한 음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년 동안 벌써 40회가 넘게 크고 작은 모임이 이루어졌는데, 이제서야 <난로 인사이트>라는 심포지엄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가? 18세기에 정약용, 박지원 같은 해외 유학파들이 난로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풍류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를 현대에서 재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난로회의 첫 시작이었다. 진심으로 식문화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마케팅부터 금융, IT, 문화,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함께 모여 한식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었다. 대중에게 오픈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우선이라 생각했다.
W50B 1, 2위에 선정된 셰프를 비롯해 소위 요즘 ‘인싸’라 불리는 국내외 쟁쟁한 연사들이 눈에 띄었다. 각자의 생업이 있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TF를 구성해 준비를 했다. 퇴근 후, 주말 가릴 것 없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스페인, 페루와 수십 번의 화상회의를 했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컸다. 다행히 리움미술관과 LG, 농심에서 후원을 받았지만, 이 외에 수도 없이 거절을 당했다. 지난 6개월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적자도 굉장히 크다. 하지만 행사 당일 고등학생들이 직접 표를 구매해서 강연을 들으러 온 것을 보고 그 힘든 기억이 사르르 녹았다. 내 인생에서 정말 귀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심포지엄의 큰 주제는 한식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한식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첫째 날에는 전통 한식부터 그동안의 연구, 미식의 창의성, 나아가 패션, 디자인 등 이종산업과의 연결까지 다뤘고, 둘째 날에는 좀 더 비즈니스와 소비 관련된 측면을 다뤘다. 심포지엄 외에 조리과 학생들과 셰프들의 교류를 위한 다양한 프라이빗 행사도 함께 열렸다.
앞으로의 난로는? 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해외 교류와 체계화된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좀 더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꽃 Cote’ 사이먼 김 Simon Kim 대표
이번 <난로 인사이트> 행사의 스피커로 초대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난로회의 첫 번째 큰 행사인데다 전 세계에서 알려진 셰프들과 한식을 논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었다. 그동안 뉴욕 외식업계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해왔는데, 그것을 넘어 전 세계에서 한식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
꽃은 2017년 뉴욕 최초로 오픈한 한식 스테이크 하우스다.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이전에도 캐주얼하게 맥주와 즐기는 한국식 BBQ 식당은 이미 많았다. 미국에서 스테이크 하우스 하면 보통 격이 있는 식당을 떠올리는데, 꽃은 바로 한국식 BBQ 식당에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를 접목시킨 새로운 컨셉트의 레스토랑이다. 일반적으로 BBQ 식당이 갖춰야 할 요소는 모두 갖추되 드라이에이징 룸이나 1400여 종의 와인, 훌륭한 음악 리스트 등을 보유하는 식으로 차별화했다.
꽃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사실 꽃 이전에 이탤리언 레스토랑 피어라 Piora를 운영했다. 내가 가진 어떤 가능성을 스스로 피워낸다는 의미였는데, 결국 모든 것은 꽃을 열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또 우리는 고기를 봤을 때 마블링을 보고 ‘꽃이 피었다’는 단어를 쓰지 않나, 그런 의미도 있고 우리 문화를 꽃피우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메뉴를 세트화한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미국에는 예전부터 한국식 고깃집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한국인과 함께 가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익숙지 않은 메뉴가 많아서다. 그런 선입견을 깨고자 한국 고깃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 ‘부처스 피스트 Butcher’s Feast’를 구성했다. 따뜻한 차 한잔을 시작으로 네 가지 반찬과 부위별 고기, 김치찌개, 된장찌개, 에그수플레(달걀찜), 간장 캐러멜 디저트까지 한 상 차림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