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마침내 올해의 메인 스테이지로 선정된 한국. K-팝에서 시작된 열기가 K-미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 현장을 소개한다.
지속 가능한 미식을 탐색하는 교류의 장, 아시아 50 베스트
K-미식 역사를 새로 쓴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가 올해 서울에서 개최됐다. 셰프, 미디어를 포함해 관계자만 2000명 넘게 한국을 방문한 이번 행사는 미식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영국의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아시아 버전이다. 지난 3월 26일 오후 6시,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의 F&B 부스가 순식간에 모두 찼다. 네트워킹 리셉션을 위해 국내 톱 셰프들이 참여한 미식 부스와 스폰서 주류 업체의 스페셜 음료를 경험하기 위해 빠르게 입장한 관계자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은 단순한 순위발표용 시상식이 아니라 2013년에 시작된 미식의 미래와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 서울이 개최 도시로 선정됐을 때 주관사인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 국내 셰프와 미디어들이 환호한 이유는 서울이 미식의 미래를 이끌 도시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행사가 한 번 치러지면 올림픽이나 엑스포와 맞먹는 수준의 경제 효과가 창출되고,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도가 높아져 국가 브랜딩에도 기여한다.
핵심은 ‘관계자들의 잔치’가 아니라 선정된 도시의 미식과 그를 둘러싼 문화 전반, 셰프와의 교류를 통해 협업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상식 전후로 준비된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 또한 서울에 모인 글로벌 관계자들이 지속 가능한 미식을 의논하고 연대하기 위한 자리다. 포시즌스 호텔의 <대중의 음식 Food of the People 베스트 토크>, 50 베스트 셰프들과 국내 유명 셰프들이 함께 요리하는 컬래버레이션 다이닝 이벤트 <시그니처 세션>, 한국의 최고급 요리와 질 높은 식재료를 선보이는 <셰프의 만찬>,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 행사 <셰프와의 만남> 등, 모든 프로그램이 빠르게 매진돼 K-미식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식계의 오스카상, 환호와 흥분으로 가득했던 시상식 현장
시상식 전에 두 시간가량 진행된 네트워킹 리셉션 파티. 스탠딩 파티였지만 매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타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스폰서 부스들의 창의적인 음료와 셰프들의 미식 부스가 오픈하자 파티장은 점점 더 붐비며 열기로 가득찼다. 참석자들은 화요, 스카치위스키 벤리악, 사케 닷사이, 진 마레에서 제조한 칵테일과 음료를 손에 들고 셰프들이 준비한 스페셜 미식 부스에 줄을 섰다. 이타닉가든, 그린테이블, 에빗, 윤서울 등 쟁쟁한 톱 셰프들이 직접 참여해서 시그니처 디시를 조금씩 맛볼 수 있게 서브했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방문해야 맛볼 수 있는 완벽한 아뮤즈 부슈에 모두가 감탄했다. 오후 8시,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다. 순위에 든 레스토랑들은 300명 이상의 F&B 전문가들이 진행한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투표 자격은 셰프, 음식작가, 여행미식가에게만 주어지며 한 사람당 레스토랑을 6~8개 추천할 수 있다. 유권자는 최근 1년 반 사이 다녀온 곳만 투표할 수 있고, 자국 레스토랑은 6개까지 투표할 수 있다. 익명을 기반으로 한 비밀투표라 매년 드라마틱한 결과가 발표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본시상식에서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의 열기가 대단하다.
1위는 도쿄의 세잔, 어떤 레스토랑이 순위 50위 안에 들었을까?
올해 1~50위 리스트에는 아시아 내 19개 도시가 포함됐고, 8개 레스토랑이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영예의 1위는 셰프 다니엘 캘버트가 이끄는 세잔 Sézanne이 차지했다. 세잔은 일본 최고급 재료에 프렌치 기술이 더해진 네오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프랑스 샹파뉴의 작은 마을 세잔을 레스토랑 이름으로 정했다. 도쿄 포시즌스 호텔 7층에 위치하며, 2022년에는 17위, 지난해 2위, 올해 마침내 1위를 거머쥐었다. 싱가포르는 10위에 오른 프렌치 파인다이닝 오데트 Odette를 포함해 총 9개 레스토랑이 순위에 올랐다. 모던 바비큐 레스토랑 번트 엔즈 Burnt Ends가 15위, 식물학 기반의 미식 레스토랑 유포리아 Euphoria가 20위, 모던 프렌치 차이니즈 레스토랑 본 Born이 25위, 농심이 후원한 레스토랑 세로자 Seroja는 31위다. 그리고 메타 Meta가 28위, 레자미 Les Amis가 30위, 롤라 Lolla가 43위를 차지했다. 방콕은 3위에 오른 가간 Gaggan을 포함해 8개 레스토랑이 순위에 올랐다. 누사라 Nusara가 6위, 슈링 Sühring이 7위, 소른 Sorn이 11위, 르 두 Le Du가 12위, 올해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 상을 받은 피사야 셰프의 포통 Potong이 17위, 쌈랍 쌈랍 타이 Samrub Samrub Thai가 29위, 반 테파 Baan Tepa가 42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4위에 오른 더 체어멘 The Chairman을 포함해 총 6개 레스토랑이 순위에 올랐다. 중식당 윙 Wing은 5위, 네이버후드 Neighborhood가 16위, 모노 Mono가 27위, 카프리스 Caprice가 32위, 안도 Ando가 37위를 차지했다.
도쿄는 올해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세잔 Sézanne을 포함해 4곳이 순위에 올랐다. 프렌치 재패니즈 퀴진을 선보이는 플로릴레지 Florilège가 2위, 덴 Den이 8위, 나리사와 Narisaw가 14위, 사젠카 Sazenka가 39위를 차지했다. 올해 시상식 개최 도시인 서울은 13위를 차지한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Mingles를 포함해 네 곳이 순위에 올랐다. 김대천 셰프가 이끄는 세븐스도어 7th Door가 18위, 온지음이 21위, 안성재 셰프가 이끄는 모수 Mosu가 4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콘텐츠 디렉터 윌리엄 드루 William Drew는 “아시아에 위치한 19개 도시의 다양한 레스토랑을 서울에서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미래 셰프를 양성하는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메인 스폰서인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파나는 전 세계에 미식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매년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미식업계를 책임질 미래의 젊은 셰프들을 지원하고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서울 조선팰리스호텔 이타닉가든에서 미디어 런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싱가포르 오데트의 줄리안 로이어 셰프와 세로자의 케빈 웡 셰프, 내음의 이안 고 셰프가 참석한 이번 프로그램에서 내음을 총괄하는 한석현 셰프, 라망시크레와 이타닉가든을 이끄는 손종원 셰프가 패널로 참석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미식계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30세 미만의 셰프라면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시그니처 레시피를 준비해 공식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는 국제 이탈리아 요리학교 알마 Alma가 진행하며, 올해 하반기에 지역 결선 참가자가 최종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