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비엔날레 전시만 보면 후회할 것. 지금 베니스에서는 조금 과장해서 말해 천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 전시와 외부 전시 중에서 꼭 봐야 할 전시들을 소개한다.
1 리미널 Liminal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일까?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미술가 피에르 위그 Pierre Huygh의 전시. 그는 오랫동안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의 작품이 전시 중인 이곳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거주하는 일시적 상태며,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하고 교잡하는 주체성의 형성 현장이다. 마스크를 쓴 퍼포머가 전시장을 오가며,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인 관점에서 관람객을 이방인이 되도록 초대한다. 2025년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선보일 서울 리움미술관이 협력한 전시.
장소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기간 11월 24일까지
2 몬테 디 피에타 Monte di Pietà
스위스 미술가 크리스토프 뷔헬 Christoph Büchel이 프라다 파운데이션을 ‘종교 전당포’로 탈바꿈시켰다. 우아한 건축물이 고물상을 연상시키는 온갖 중고품으로 가득 채워진 것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 이를 언제 다 치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교황청 승인을 받아 고리대금이 횡행했던 전당포로 사용된 건물의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작가의 DNA로 만든 다이아몬드도 발견할 수 있다.
장소 폰다치오네 프라다 Fondazione Prada 기간 11월 24일까지
3 로버트 인디애나: 스위트 미스터리 Robert Indiana: The Sweet Mystery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로버트 인디애나: 스위트 미스터리>가 프로쿠라티 베키에에서 선보였다. 요크셔 조각 공원이 주최하고 로버트 인디애나 레거시 이니셔티브 협력, 매튜 라이언스가 기획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경력 전반에 걸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호평 일색이다. 전시장은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하며, 우리가 몰랐던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다.
장소 프로쿠라티에 베키에 Procuratie Vecchie 기간 11월 24일까지
4 앙상블 Ensemble
에디오피아 출신 미국 여성 작가 줄리 메레투 Julie Mehretu가 유럽에서 선보이는 가장 큰 규모의 개인전. 신작과 지난 25년 동안 제작한 회화와 판화 등 50여 개 작품을 모았다. 타키타 딘, 데이비드 해먼스, 로빈 코스테 루이스 등 그녀가 교류해온 미술가 동료 7명의 작품과 함께 디스플레이되어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줄리뿐 아니라 동료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작업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작품 형식은 완전히 달라 흥미롭다.
장소 팔라초 그라시 Palazzo Grassi 기간 2025년 1월 6일까지.
5 빌렘 드 쿠닝 이탈리아 Willem de Kooning l’italia
네덜란드 출신 미국 미술가 빌렘 드 쿠닝 Willem de Kooning이 1959년과 1969년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이 작업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첫 번째 전시회. 약 75개 작품이 모여 이탈리아에서 선보인 그의 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다. 큐레이터 게리 가렐스 Gary Garrels와 마리오 코도냐토 Mario Codognato는 이전에 연구된 적 없는 미국에서의 그림, 드로잉, 조각에 미친 이탈리아의 영향을 확인했다. 이탈리아에서 받은 영감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뛰어난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장소 아카데미아 미술관 Gallerie Accademia 기간 2024년 9월 15일까지
6 야누스 Janus
<야누스>는 베르그뤼엔 아트 앤 컬처 Berggruen Arts&Culture가 설립한 베니스의 새로운 예술 공간인 팔라초 디에도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이 전시를 위해 우르스 피셔 Urs Fischer, 카르스텐 횔러 Carsten Höller, 리우 위 Liu We, 이브라힘 마하마 Ibrahim Mahama, 스털링 루비 Strling Ruby, 짐 쇼 Jim Show, 스기모토 히로시 Hiroshi Sugimoto, 이우환 등 11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건축가 안드레아 티랄리 Andrea Tirali가 설계한 18세기 건물의 건축에 맞는 전시를 구성했다.
장소 팔라초 디에도 Palazzo Diedo 기간 11월 24일까지
7 저글러스 리벤지 The Juggler’s Revenge
베니스에 오면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은 필수 방문 코스다. 피카소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실컷 볼 수 있는 상설 전시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기획 전시도 고유의 독창성이 있다. 기획 전시 <저글러스 리벤지>의 주인공 장 콕토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다작을 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150여 점의 다채로운 장르를 포함한다. 자신을 시인이라고 했지만, 미술과 음악부터 여행기, 회고록 등 여러 전시 형식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르네상스맨임을 알 수 있다.
장소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The Peggy Guggenheim Collection 기간 9월 16일까지
8 쩡판즈 Zeng Fanzhi: Near and Far/Now and Then
쩡판즈는 가장 주목받는 중국 미술가다. 그의 전시에 LACMA 미술관이 기획을 맡았고,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을 담당했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16세기 수녀원으로 사용된 이 성스러운 공간에 쩡판즈는 불교와 기독교의 이미지를 차용한 강렬한 신작을 선보인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공간도 있는데, 중국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들이 걸려 있어 매력적이다.
장소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세리코르디아 Scuola Grande della Misericordia 기간 9월 30일까지
9 신성희 Shin Sung Hy
팔라초 카보토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마다 이승택(2017), 이강소(2019), 이건용(2022) 등 한국 현대실험 거장의 전시가 열린 곳. 이번 <신성희>전은 평면 화면에서 입체를 꿈꾼 신성희 작품 세계의 정수가 담긴 〈박음 회화(꾸띠하주)〉 연작(1993-1997)과 〈엮음 회화(누아주)〉 연작(1997-2009) 19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신성희는 1980년대 파리로 이주해 30년을 살면서 한국과 프랑스 미술계의 흐름인 단색화와 전위미술 단체 쉬포르 쉬르파스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평면 화면에서 입체 회화를 표현하기 위한 오랜 탐구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시.
장소 팔라초 카보토 Palazzo Caboto 기간 7월 7일까지
10 인비저블 퀘스턴스 댓 필 디 에어 Invisible Questions that Fill the Air
이승택과 제임스 리 바이어스(James Lee Byars)의 2인전. 작품에 쓰인 금, 암석, 나무, 밧줄의 조합은 베니스 건축에 쓰이는 전통적 소재다. 두 작가의 시와 철학은 팔라초 로레단의 화려한 도서관에서 공통의 기반을 찾게 되었다. 제임스 리 바이어스와 이승택은 1932년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서로 다른 두 장소, 디트로이트와 함경도에서 태어났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그들 작품에는 놀랍고도 예상을 뛰어넘는 유사점이 보인다. 다양한 형식과 개념을 아우르며 특정 사조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장소 베네토 과학예술문학연구소 팔라초 로레단 Istituto Veneto di Scienze, Lettere ed Arti Palazzo Loredan 기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