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Night

Cocktail Night

Cocktail Night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밤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칵테일 한잔의 여유. 호텔 칵테일 라운지 네 곳에 다녀왔다.

 

컨셉트에 충실한 칵테일, 조선팰리스 1914 라운지&바

마릴린 먼로
룸 보이

조선팰리스 24층에 자리한 1914라운지&바는 운이 좋으면 라이브 공연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과, 9m의 높은 천고를 자랑하는 바 공간으로 나뉜다. 두 곳 모두에서 칵테일을 즐길 수 있지만 바 공간은 스파클링 워터 및 미니 바 바이트가 포함된 1만원의 게스트 커버리지 차지가 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창 밖으로 가득 펼쳐지는 서울 시내의 야경 뷰를 놓칠 수 없던 터라 바를 선택했다. 이곳에는 ‘헤리티지 오브 조선’이라는 이름의 확실한 컨셉트를 가진 14가지 칵테일 메뉴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두 가지 메뉴를 먼저 골랐다. 섹시한 여성을 상징하는 ‘마릴린 먼로’는 런던 드라이 진을 베이스로 일랑일랑 향기, 그린티가 더해진 칵테일이다. 메릴린 먼로의 얼굴이 그려진 박스 케이스에 상큼한 레몬 향의 칵테일을 올렸고, 바텐더가 직접 식용 가능한 일랑일랑 향수를 뿌려 내왔다. 생각보다 더욱 상큼하고 가벼운 끝맛이 좋았던 기억. ‘우드 룸’은 버번 Bourbon 위스키, 스위트 베르무트 Vermouth, 앙고스투라 비터 Angostura Bitter가 들어간 메뉴다. 한껏 멋을 부린 다른 메뉴와 달리 달랑 나무 컵에 담겨 나왔는데, 한 모금 마시자 비주얼에 대한 아쉬움이 단번에 해결됐다. 숙성된 오크 향기가 코끝을 강타하며 굉장히 부드러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기 때문. 메뉴 중 가장 높은 33도로 낮은 도수의 칵테일을 꺼리는 이들에게 특히 강추! 추가로 주문한 ‘룸 보이’는 테킬라를 베이스로 오미자, 파인체리, 핫소스, 레몬을 더한 메뉴다. 이름 그대로 룸 보이의 짐 보관함에 담겨 나와 호텔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메뉴로 승화한 점이 재치 있게 다가왔다. 맛은 생각보다 평범해 사진과 재미를 위한다면 시도해보기 바란다. INSTAGRAM @1914loungebar

EDITOR 원지은  

도심 속 정원,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모보 바

마고
루즈

계절에 따라 좋아하는 식당과 바가 바뀐다. 날씨가 풀리면 생각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7층에 자리한 모보 바다. 모던과 보태니컬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한쪽에는 실내 정원이 있다. 직접 기르는 바질, 스피어민트, 애플민트, 타임, 라벤더 등이 가득한데, 여름이 되면 야외 조경과 한데 어우러져 더욱 싱그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칵테일을 주력으로 한 메뉴 구성도 무척 마음에 든다. 전반적으로 허브를 잘 사용한 칵테일이 많다. 메뉴는 크게 청량한 토닉 Tonic, 과일을 주 재료로 한 프루트 Fruit, 허브 풍미를 잘 살린 허브 Herb, 향이 강렬한 재료가 들어간 스파이스 Spice, 다소 무거운 풍미의 어스 Earth 로 나뉜다. 섹션마다 최소 3종 이상의 칵테일이 있어 취향껏 선택이 가능하다. 또 좋은 점은 섹션마다 무알코올 칵테일 메뉴가 따로 구성돼 있다는 것. 추천을 받아 가볍게 마시기 좋은 토닉 섹션의 루즈 Rouge와 시그니처 메뉴라는 스파이스 섹션의 마고 Mago 칵테일을 주문했다. 루즈는 와인잔에, 마고는 모스코 뮬을 담는 구리잔에 담겨 나왔다. 비트 주스를 베이스로 한 루즈에는 테킬라와 라임 주스, 생강이 들어가 건강하면서도 이국적인 향기가 풍겼다. 위스키와 시나몬의 조화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던 마고도 성공적.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는 전면 창을 열어놔, 바에 앉아 있어도 밤의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INSTAGRAM @mobo_bar

EDITOR 김민지  

낭만적인 선셋과 함께, 호텔나루 라운지&데크

선셋 타임과 아로마티컬, 온 유어 사이드

시원한 한강 뷰를 자랑하는 고층 호텔 중에서도 손꼽히는 해질녘 풍경을 볼 수 있는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 특히 20층에 자리한 로비 라운지에서는 낭만적인 선셋과 함께 여의도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오후에는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칵테일과 와인을 선보이는 올데이 라운지다. 매달 탄생석을 테마로 한 이색 칵테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해지는 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선셋 애프터눈티도 있다. 특히 시즈널 칵테일로 매번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이번 시즌 메뉴는 달콤한 열대과일의 풍미를 담았다. 둘이서 마시는 칵테일 ‘선셋 타임’은 보드카에 프랑스식전주 릴렛과 열대 과일 향의 달콤한 리큐어 콰이페를 더했다. 히비스커스와 레몬, 오렌지 주스의 상큼한 향이 물씬 느껴졌다. 함께 주문한 ‘아로마티컬’은 그러데이션으로 담아낸 녹색이 아름다웠다. 로네펠트의 시그니처 블렌딩 녹차 모르겐타우를 우려낸 진을 사용했다. 독일어로 ‘아침 이슬’이라는 뜻인데, 싱그러운 센차 베이스에 로즈페탈, 열대 망고의 향을 더한 가향차다. 여기에 베르가못 향미의 이탤리언 리큐르 이탈리쿠스를 조합하고 라임 주스로 상큼한 맛을 더했다. 싱그러운 향이 이번 칵테일 중 베스트였다. 상큼한 칵테일과 함께 특별한 플래터도 즐길 수 있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밤섬에서 모티브를 얻은 밤섬 플래터다. 나무로 무성한 밤섬의 기운을 가득 담은 듯 화려한 비주얼의 플래터가 나왔다. 다시마 전복찜, 육회롤과 우니, 연어알이 들어간 게딱지 솥밥, 바삭한 라이스 크런치 위에 올린 새우전 등 독특한 메뉴가 가득하다. 강변에서 느끼는 바닷가의 향이라 칵테일과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불고기아뇰로티, 명란 두부롤 등 담백한 메뉴들은 맛있었다. 밤섬을 바라보는 야외 테라스도 즐길 수 있다. 선셋 타임에 방문해 화려한 여의도의 풍경도 함께 감상해보자. INSTAGRAM @hotelnaruseoulmgallery

EDITOR 원하영  

별자리가 담긴 칵테일, 소피텔 앰배서더 라티튜드 32

사수자리, 처녀자리, 염소자리 칵테일

신화와 전설을 좋아한다면 서울 잠실의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루프 바 ‘라티튜드 32’의 칵테일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선보이는 별자리 칵테일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절묘하게 섞이며 전에 본 적 없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스피크이지 바를 연상케 하는 숨겨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석촌호수와 롯데타워, 롯데월드까지 드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뷰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칵테일 바에서는 전문 믹솔로지스트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개발한 6가지 별자리 칵테일을 만날 수 있다. 장미꽃 잔에 담긴 ‘처녀자리’ 칵테일은 대지의 여신 딸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신 하데스의 권유로 석류를 먹었다는 디테일한 신화를 구현해 이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을 허브와 베리류로 얹어 냈다. 진한 바닐라 보드카가 첫 모금에 짜릿한 인상을 남기고 그윽한 장미 향으로 마무리된다. 진에 거품을 올려 부드러운 식감과 상쾌한 허브 향을 더한 ‘염소자리’는 실제로 염소 치즈가 가미됐다. 꿀과 바질, 시금치, 피스타치오를 녹진하게 섞으니 달콤하면서도 라테처럼 풍미가 있다. 컨셉트를 그대로 살린 퍼포먼스도 독특한데 ‘사수자리’ 칵테일은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스승 케이론의 심장에 화살을 쏘는 장면을 본떴다. 잔에 꽂힌 작은 스포이트를 누르는 순간 칵테일 색이 변하며 화살의 독이 케이론의 심장에 퍼지는 순간을 표현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자몽과 레몬이 믹스돼 새콤달콤한 맛이 짙고, 럼의 향이 무척 감미롭다. 스낵으로 ‘금성 시금치 뇨키’를 곁들였는데 바싹하게 익힌 파마산 치즈 튀일과 씹을 필요 없이 부드럽게 뭉개지는 시금치, 매콤하게 졸인 토마토 소스가 어울려 안주로 더할 나위 없이 탁월했다. 증강 현실 AR 캐릭터 ‘피어리 Peary’와 협업해 칵테일 QR 코드를 찍으면 피어리 캐릭터의 귀여운 포즈도 감상할 수 있으니,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스몰 토크를 나누기에도 유쾌하다. INSTAGRAM @sofitelseoul

EDITOR 박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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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빌리지의 아지트

이스트빌리지의 아지트

이스트빌리지의 아지트
사교와 사색이 공존하는 이스트빌리지의 바, 더 렌. 시간을 초월한 인테리어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한다.
빈티지한 무드와 현대적인 가구가 어우러진 더 렌 인테리어.
천장의 원목 서까래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뉴욕 이스트빌리지는 20~30대 젊은이들과 근처 뉴욕대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화가 매우 빠른 동네 중 하나다. 그 어느 곳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한 이곳에 위치한 더 렌 The Wren은 2012년 첫 문을 연 이후 10년째 이스트빌리지 사람들의 단골집으로 자리 잡았다.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영국 스타일의 탭룸 컨셉트로 시작한 더 렌이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열었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요즘 가장 핫한 인테리어 스튜디오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홈 스튜디오가 리모델링을 담당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두 개의 층은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요소와 현대적인 가구를 조화롭게 결합해 더 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창조해냈다. 빈티지한 벽지와 검은색 웨인스코팅으로 마감된 벽과 목재, 그대로 노출된 천장이 더 렌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검은 웨인스코팅, 원목 스툴이 옛 펍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L자형 대리석 바와 초콜릿색 벨벳 좌석을 두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홈 스튜디오의 올리버 할스그레이브는 “도시와 동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더 렌 안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매력을 느끼고, 닳고 낡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여 방문객들로 하여금 과거로의 여행과 진정한 펍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더 렌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칵테일 메뉴는 창의적인 음료들로 가득차 있다. ‘미드나잇 에스프레소’와 ‘스피디 곤잘레스’ 같은 독특한 칵테일 메뉴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맛의 경험을 선사하며 이와 함께 고급스러운 펍 음식을 제공해 다이닝으로의 영역을 넓혔다. 바 공간 아래층에는 더욱 사적이고 친밀한 분위기의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 어두운 표면과 따뜻한 조명이 어우러져 사교적인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며, 바 공간과는 다르게 조용히 대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다. 섬세한 리모델링 작업은 이곳을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장소를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교와 사색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에서 10년 이상 한 곳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 렌은 뉴욕의 보석과 같은 아지트임이 틀림없다.
ADD 344 Bowery, New York, NY 10012 WEB thewren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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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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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sai Wave

Bonsai Wave

Bonsai Wave
어르신의 취미라 여겨지던 분재가 젊어지고 있다.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분재의 매력에 빠져 브랜드까지 론칭한 메산분재 차경민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분재들을 모아둔 아일랜드 형태의 작업대 선반. 차경민 대표가 수집한 빈티지 오브제와 함께 디스플레이했다.
스페이스차를 이끄는 공간 디자이너이자 메산분재 디렉터로 활동 중인 차경민 대표.
분재는 거센 비바람을 이겨낸 고목을 일상의 공간에서 즐기고자 시작되었다. 작은 화분이나 그릇에 나무와 이끼, 풀 등을 심어 수천 년의 신비로움을 압축해 담아낸다. 멋의 기준 또한 자연에서 오랜 시간 버텨온 나무의 아름다움이다. 고목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제각기 아름다운 수형을 뽐내곤 한다. 철사를 꼬아 가지의 방향을 잡고, 껍질을 벗겨내어 죽은 나무의 형태를 만드는 사리 과정에서 때로는 자연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무가 숨쉴 수 있도록 까다로운 생태계 환경을 구현하고 충분한 영양분을 주며 정성스레 가꾸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분재의 가치다.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차를 이끌며 메산분재의 디렉터로 활동 중인 차경민 대표는 일찍이 분재의 매력에 빠졌다. 직접 만들어가는 작은 숲을 지켜보며 함께 생동하는 기쁨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분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분재는 어릴 적부터 자주 접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취미로 즐겨 하시던 기억이 난다. 2021년, 분재에 대해 커리큘럼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곳에서 배우고 싶던 차에 지인에게서 ‘유수형분재학교’를 소개받았다. 유수형 교수가 진행하는 분재 학교다. 1년간 수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분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동기들은 대부분 60~70대였다.(웃음)

무엇을 배웠나? 기술과 테크닉을 배우기보다 분재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한다. 아무래도 공간 디자인을 하다 보니 연결이 많이 되었다. 밸런스를 맞추거나 미적인 수형을 찾는 것이 좀 더 수월했다. 분재도 결국 나무를 디자인하는 과정이다. 개인이 수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향이 드러난다. 흘러내리는 타입(현애형)을 선호한다면 철사걸이로 곡을 더 만들고, 안정적인 형태를 선호한다면 가장 일반적인 역삼각형의 황금비율을 찾으려 한다.

메산분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작년 봄, 유 교수님을 만나 최근 젊은 층이 분재에 관심이 많다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부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었으나, 분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무언가를 구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메산분재에서 유 교수님이 전반적인 분재 작업과 콘텐츠 기반을 채워준다면, 나는 기존에 존재하던 분재라는 개념을 어떻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역할이다.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분재로, 한 번의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닌 브랜드로서 다음 행보가 기대되게끔 만들고자 한다.

이끼를 소복이 담은 분재에서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분재 작품을 선보이는 쇼룸과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분재 렌털 서비스가 흥미로웠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우선 고부가가치를 렌털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설게 느끼지는 것 같다. 사실 일본에는 분재 리스가 많고, 익숙한 개념이다. 일정 기간(보통 2주)에 한 번 분재를 교체하거나 지속적인 관리를 제공하다 보니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대형 오피스나 상업 공간, 호텔 리셉션에서 주로 찾는다. 개인 주거 공간에서도 진행했는데, 프라이빗한 공간을 매주 방문한다는 게 서로에게 부담인 것 같아 방법을 고민 중이다.

최근 챕터원 DOQ 공간에서 분재 전시 을 선보였다. 작년에는 쇼룸 오프닝 전시로 빈트 갤러리와 함께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선보였다. 외부에서도 선보이고 싶던 차에 챕터원과 메산분재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먼저 제안을 했다. 챕터원의 새로운 공간인 DOQ 오프닝 전으로 선보이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전시 끝날 무렵에는 1타임당 40~50명씩, 최대 70명까지 찾아주셨다. 게다가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메산분재가 렌털 서비스로 진행한 분재. 두 갈래로 높이 뻗어 올라가는 가지의 모습이 힘차다.
잎이 피기 전 가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소사나무.

그렇다. 최근 젊은 층의 분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0년 전 유행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웃음)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한창 분재하시던 기억이 있으니 맞는 듯하다. 젊은 층에겐 생소해서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요즘은 깊이 있는 취미 생활이나 프로덕트에 관심도가 많아지는 추세다. 와인, 그림, 빈티지 가구 등 취미로 즐기는 카테고리가 점점 저변 확대되어 깊게 즐기는 것 같다.

분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분에 담긴 상태에서 관리만 잘 된다면 영원히 살 수 있는 반려식물이다. 같이 호흡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분재 종류에 따라 즐기는 방식도 다르다. 진백류처럼 사시사철 푸른 것도 있고, 소사나무는 일 년에 한 번 낙엽을 보기 위해 키우고 관리하기도 한다. 농부의 마음이다. 아주 작은 분재에서 주먹만 한 과실이 열리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워낙 잘 간다. 특별한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보통 작업은 언제 하나? 작업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주말에 한다. 집에도 분재가 있지만, 특별히 작업실을 마련하지 않으면 작업이 어렵다 보니 보통 관상용으로 즐기게 되는 것 같다.

가장 애정하는 것은? 여백이 많은 사어천 진백류나 소사나무를 좋아한다. 가장 애정하는 분재는 집에 있는 소사나무였는데, 반 년 전에 죽었다. 노란 잎이 그대로 마른 모습이나 수형이 지금 봐도 여전히 예뻐 가만두었다.

작은 분재들을 모아 꾸민 아일랜드 형태의 작업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장수매 8년, 10만원. 소사나무 15년, 25만원. 고사목 분재, 20만원.

향나무 80년 수령은 오래되었지만 제대로 된 사람의 손길을 못 받았던 나무. 10여 년 전 불규칙하게 휘어져 올라간 줄기 모습에 매료되어 입수한 후 지금 형태로 만들어냈다. 가지를 과감하게 줄여 사리를 만들고 공간을 창출해 자연미를 한층 살렸다. 줄기 중간에 강하고 힘있게 휘돌아간 모습이 압권이다.

사어천 진백 40년 분재 용어로 흘러내리는 형태를 반현애라 한다. 절벽에서 자라는 나무의 모습을 재현해 반현애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줄기와 가지에 만들어진 사리에서 오랜 시간 풍파에 시달린 나무의 모습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250만원.

편백나무 60년 죽은 나무와 편백나무를 모아 심은 작품으로, 분재계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다. 우연히 죽은 나무들을 보고 30여 년 전 지리산 정상 부근에서 본 고사목 군락지가 떠올랐다. 살아 있는 나무와 죽은 나무가 공존하며, 계속 성장하는 나무와 점점 소멸해가는 자연의 법칙이 하나의 화분에 모두 담겨 있다.

향나무 50년 새하얀 사리 줄기로 이루어져 곧 수명을 다하고 생명이 꺼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두 줄기의 생명선이 살아 있어 여전히 영양 공급을 하고 건강한 상태다. 줄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살리기 위해 철근으로 지지해 상부의 줄기를 과감하게 휘어주었다. 300만원

철사 분재 얇은 철사로 분재 형태를 만든 작품. 휘감아 올라가는 줄기와 작은 가지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살렸다.

 

Bonsai Tools

 
분갈이 후 분재 위의 작업 먼지를 털어낼 때 사용하는 분갈이 청소 솔. 왼쪽은 메산분재 대표 컬러를 사용해 만든 제품. 오른쪽은 일본 여행 중에 구입한 것.
가장 기본적인 분재 도구인 세지 가위. 가지를 세밀하게 다듬을 때 사용한다.
분재 작업에서 수형을 잡을 때 가장 많이 필요한 철사 작업. 철사를 감고, 끊고, 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가위들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혹가위, 철사가위, 집게가위, 가지가위.
세모끌. 나무 껍질을 벗겨내 죽은 고목의 하얀 빛을 만드는 사리작업 조각을 할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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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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