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ARTI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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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형상화한 형태와 섬세한 텍스처로 금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형준 작가의 아틀리에.

‘2024 공예주간’에 선보일 작품을 제작 중인 작업실

가장 애정하는 작품인 우드 스택 모뉴먼트.

파이프 피팅 시리즈의 선반과 북엔드.

자연의 형태를 닮은 가구는 많지만, 유연한 형태를 그려내기란 어렵다. 아트 퍼니처 작가 이형준은 영리하게 파이프 피팅 Pipe Fitting이라는 산업 부품을 활용했다. 그의 작품에는 금속인 걸 알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이 그려진다. 구불구불한 곡선미가 아름다운 작업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문래동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외로 커다란 나무 조각과 판자들이 가득했다. 무대작업가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 공동작업실이다. 프랑스 국립미술학교 오흘레앙 보자르 ESAD d’Orleans에서 유학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이곳은 오히려 실험실로 제격이었다. “5년간 유학을 하고 돌아와 처음으로 찾은 곳이 이곳 문래동이었어요. 집과 가깝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이곳은 정말 실험실 같더라고요. 여러 장비도 사용해볼 수 있고, 흥미로운 산업 부품과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철공 단지라 다양한 도전이 가능했어요.”

캔들 홀더, 베이스, 플레이트 등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작업한 오브제들.

인공적인 산업 소재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는 아트 퍼니처 작가 이형준.

그는 프랑스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세라믹, 플라스틱, 메탈, 나무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 연구하고 배웠다. 그중에서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금속. 인공적인 소재의 차가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에 마음이 갔다. 무엇보다 문래동 철공 단지에서 작업하며 금속 물성에 대한 관심이 더 깊게 생겼다.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산업 부품 중 파이프 피팅이라는 소재가 특히 흥미로웠다. 파이프 피팅은 배관에서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산업 부품이다. 방향을 바꾸는 엘보 형태나 너비가 줄어들고 넓어지며 유체의 양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작가는 인공적인 산업 부품이 가진 굴곡과 연결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성이 나무와 닮았다고 느꼈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일 때의 원리나 위로 뻗어나가는 수직적인 느낌이 자연과 닮은 것 같았다. 그래서 파이프 피팅으로 나무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섬세하게 텍스처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소나무 숲을 연상하며 작업한 파이프 피팅 셀프 시리즈

“강릉의 소나무 숲을 보며 처음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쭉쭉 뻗은 나무들이 수직적으로 반복되는 이미지에서 자연의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작품 형태는 주로 자연에서 가져와요. 나무의 곡선적인 면과 함께 껍질, 송진, 나무토막 형태 등 자연의 인상을 담으려 합니다. 나무가 상징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인공적인 소재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작가의 책상 앞에는 나무껍질의 이미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파이프 피팅 위로 그라인더를 이용해 나이테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과정은 인공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간이다.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역시나 그의 첫 번째 파이프 피팅 시리즈다. 실용적인 기능과 함께 처음으로 큰 규모로 작업한 작품이다. 파이프 피팅을 연결한 수직적구조들은 소나무 숲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완성했다.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선반은 스테인리스 금속을 레이저 커팅해 커다란 나무의 곡선을 표현했다. 기둥 사이를 기능적으로 연결하면서도 단절된 듯한 느낌이 좋았다. “나무 소재를 활용한 초기 작품부터 금속 가구를 제작하는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꾸준히 자연에서 얻는 소재나 패턴에 주목한 것 같아요. 주로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와 관계를 찾으려고 하는데, 제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실제 자연물과 인공물을 연결해 반복적인 탑을 쌓아보는 거죠. 그리고 외부에서 좀 더 큰 규모의 작업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마치 거대한 숲처럼요.”

SPECIAL GIFT
이형준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 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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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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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전시 베스트 10

베니스 전시 베스트 10

베니스 전시 베스트 10

베니스에서 비엔날레 전시만 보면 후회할 것. 지금 베니스에서는 조금 과장해서 말해 천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 전시와 외부 전시 중에서 꼭 봐야 할 전시들을 소개한다.

 

1 리미널 Liminal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일까?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미술가 피에르 위그 Pierre Huygh의 전시. 그는 오랫동안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의 작품이 전시 중인 이곳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거주하는 일시적 상태며,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하고 교잡하는 주체성의 형성 현장이다. 마스크를 쓴 퍼포머가 전시장을 오가며,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인 관점에서 관람객을 이방인이 되도록 초대한다. 2025년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선보일 서울 리움미술관이 협력한 전시.

장소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기간 11월 24일까지

 

2 몬테 디 피에타 Monte di Pietà

스위스 미술가 크리스토프 뷔헬 Christoph Büchel이 프라다 파운데이션을 ‘종교 전당포’로 탈바꿈시켰다. 우아한 건축물이 고물상을 연상시키는 온갖 중고품으로 가득 채워진 것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 이를 언제 다 치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교황청 승인을 받아 고리대금이 횡행했던 전당포로 사용된 건물의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작가의 DNA로 만든 다이아몬드도 발견할 수 있다.

장소 폰다치오네 프라다 Fondazione Prada 기간 11월 24일까지

 

3 로버트 인디애나: 스위트 미스터리 Robert Indiana: The Sweet Mystery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로버트 인디애나: 스위트 미스터리>가 프로쿠라티 베키에에서 선보였다. 요크셔 조각 공원이 주최하고 로버트 인디애나 레거시 이니셔티브 협력, 매튜 라이언스가 기획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경력 전반에 걸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호평 일색이다. 전시장은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하며, 우리가 몰랐던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다.

장소 프로쿠라티에 베키에 Procuratie Vecchie 기간 11월 24일까지

 

4 앙상블 Ensemble

에디오피아 출신 미국 여성 작가 줄리 메레투 Julie Mehretu가 유럽에서 선보이는 가장 큰 규모의 개인전. 신작과 지난 25년 동안 제작한 회화와 판화 등 50여 개 작품을 모았다. 타키타 딘, 데이비드 해먼스, 로빈 코스테 루이스 등 그녀가 교류해온 미술가 동료 7명의 작품과 함께 디스플레이되어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줄리뿐 아니라 동료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작업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작품 형식은 완전히 달라 흥미롭다.

장소 팔라초 그라시 Palazzo Grassi 기간 2025년 1월 6일까지.

 

5 빌렘 드 쿠닝 이탈리아 Willem de Kooning l’italia

네덜란드 출신 미국 미술가 빌렘 드 쿠닝 Willem de Kooning이 1959년과 1969년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이 작업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첫 번째 전시회. 약 75개 작품이 모여 이탈리아에서 선보인 그의 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다. 큐레이터 게리 가렐스 Gary Garrels와 마리오 코도냐토 Mario Codognato는 이전에 연구된 적 없는 미국에서의 그림, 드로잉, 조각에 미친 이탈리아의 영향을 확인했다. 이탈리아에서 받은 영감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뛰어난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장소 아카데미아 미술관 Gallerie Accademia 기간 2024년 9월 15일까지

 

6 야누스 Janus

<야누스>는 베르그뤼엔 아트 앤 컬처 Berggruen Arts&Culture가 설립한 베니스의 새로운 예술 공간인 팔라초 디에도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이 전시를 위해 우르스 피셔 Urs Fischer, 카르스텐 횔러 Carsten Höller, 리우 위 Liu We, 이브라힘 마하마 Ibrahim Mahama, 스털링 루비 Strling Ruby, 짐 쇼 Jim Show, 스기모토 히로시 Hiroshi Sugimoto, 이우환 등 11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건축가 안드레아 티랄리 Andrea Tirali가 설계한 18세기 건물의 건축에 맞는 전시를 구성했다.

장소 팔라초 디에도 Palazzo Diedo 기간 11월 24일까지

 

7 저글러스 리벤지 The Juggler’s Revenge

베니스에 오면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은 필수 방문 코스다. 피카소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실컷 볼 수 있는 상설 전시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기획 전시도 고유의 독창성이 있다. 기획 전시 <저글러스 리벤지>의 주인공 장 콕토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다작을 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150여 점의 다채로운 장르를 포함한다. 자신을 시인이라고 했지만, 미술과 음악부터 여행기, 회고록 등 여러 전시 형식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르네상스맨임을 알 수 있다.

장소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The Peggy Guggenheim Collection 기간 9월 16일까지

 

8 쩡판즈 Zeng Fanzhi: Near and Far/Now and Then

쩡판즈는 가장 주목받는 중국 미술가다. 그의 전시에 LACMA 미술관이 기획을 맡았고,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을 담당했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16세기 수녀원으로 사용된 이 성스러운 공간에 쩡판즈는 불교와 기독교의 이미지를 차용한 강렬한 신작을 선보인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공간도 있는데, 중국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들이 걸려 있어 매력적이다.

장소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세리코르디아 Scuola Grande della Misericordia 기간 9월 30일까지

 

9 신성희 Shin Sung Hy

팔라초 카보토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마다 이승택(2017), 이강소(2019), 이건용(2022) 등 한국 현대실험 거장의 전시가 열린 곳. 이번 <신성희>전은 평면 화면에서 입체를 꿈꾼 신성희 작품 세계의 정수가 담긴 〈박음 회화(꾸띠하주)〉 연작(1993-1997)과 〈엮음 회화(누아주)〉 연작(1997-2009) 19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신성희는 1980년대 파리로 이주해 30년을 살면서 한국과 프랑스 미술계의 흐름인 단색화와 전위미술 단체 쉬포르 쉬르파스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평면 화면에서 입체 회화를 표현하기 위한 오랜 탐구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시.

장소 팔라초 카보토 Palazzo Caboto 기간 7월 7일까지

 

10 인비저블 퀘스턴스 댓 필 디 에어 Invisible Questions that Fill the Air

이승택과 제임스 리 바이어스(James Lee Byars)의 2인전. 작품에 쓰인 금, 암석, 나무, 밧줄의 조합은 베니스 건축에 쓰이는 전통적 소재다. 두 작가의 시와 철학은 팔라초 로레단의 화려한 도서관에서 공통의 기반을 찾게 되었다. 제임스 리 바이어스와 이승택은 1932년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서로 다른 두 장소, 디트로이트와 함경도에서 태어났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그들 작품에는 놀랍고도 예상을 뛰어넘는 유사점이 보인다. 다양한 형식과 개념을 아우르며 특정 사조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장소 베네토 과학예술문학연구소 팔라초 로레단 Istituto Veneto di Scienze, Lettere ed Arti Palazzo Loredan 기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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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Photographer

La Biennale di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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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잠 못 이루는 밤 Part 2

베니스의 잠 못 이루는 밤 Part 2

베니스의 잠 못 이루는 밤 Part 2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받은 미술가 이강승, 김윤신을 현지에서 만났다. 거대한 비엔날레 전시장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에서 331개 팀(명) 작품이 전시 중이기 때문에 한국 작가 4인의 작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이들 작품을 탐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Part 2 한국 미술가 인터뷰

 

미술가 이강승, 영원한 이방인

이강승은 미국 중심으로 활동하는 퀴어 아티스트다. 성 정체성과 퀴어 커뮤니티연대를 중심으로 삼베에 금실 자수와 흑연 드로잉 등 섬세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 특히 그의 작품은 본전시장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 모두에서 만날 수 있어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강승 작가는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서 각각 설치와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출품작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자르디니의 전시 공간 중 한 곳을 채운 작품이 인상적이다. 자르디니에서는 7.6m 대형 바닥 설치 작업 〈무제(별자리) Untitled(Constellation)〉와 양피지 작업 6점을 전시하고 있다. <무제(별자리)>는 60개 이상의 작은 작업이 하나의 작품이다. 작품마다 인물이나 사건이 주요 서사이지만,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하나의 절대적 내러티브가 아니다. 지난 작품에서 나타난 인물도 재등장했다. 그 외 사라진 인물,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자수 작품과 여러 수집품이 있다. 싱가포르계 무용가 고추산, 홍콩계 미술가 쳉퀑치, 영국 영화감독 데릭 저먼, 미국계 사진가 피터 후자, 브라질계 미술가 호세 레오닐슨 등의 인물을 기리고 기억하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세 개인데, 어느 방향으로 들어오든지 간에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형식이다. 벽에 걸린 작품 6점은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인류가 사용한 가죽 재질 양피지다. 이 가죽을 만들기 위해 사라져야 했던 생명을 되돌아볼 만큼 중요한 재료이니, 각각의 작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아르세날레 전시장의 영상 작품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에서 소개된 영상 〈라자로〉가 상영된다. 두 명의 무용수가 싱가포르 안무가 고추산의 작품 〈미지의 영역〉을 재해석한다. 그들은 퀴어의 사랑에 대한 작업으로 알려진 브라질 미술가 호세 레오닐슨의 옷 설치 작업〈라자로〉(1993)를 오마주해 두 벌의 삼베 드레스 셔츠가 하나로 이어진 의상을 입고 벗으며 교감을 표현한다.

본전시 주제인 ‘이방인은 어디에서 있다’와의 연계성은 무엇인가? 이번 전시 작품의 주제는 좀 더 개인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외국에서 사는 퀴어 한국인이라는 개인사와도 연계된다. 신작으로 비엔날레 제안을 받았는데, 감독이 이번 비엔날레에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인 것 같다. 성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진 자만이 이방인은 아니다. 소속 사회와 정체성이 일치되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상 모든 사람은 이방인과 같은 존재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의도적으로 친밀한 이미지를 내포한다. 예술사를 공부했거나 퀴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친근하게 여겨질 것이다. 나의 작품 세계는 사실상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에 항상 연결되어 있었다. 이 전시장에는 내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 벽에 걸린 작품 5점은 2020년 작고한 영국 퀴어 여성 작가 로마니 에블리 Romany Eveleigh의 작품이다. 생전에 주목받지 못한 작가인데, 감독은 처음부터 내 작품이 그녀와 함께 전시되기를 바랐다. 세대 간 연결을 강조하며, 내 작업에서도 퀴어 커뮤니티 구축을 중요시하기에 의미가 있다. 이번 비엔날레 감독이 큐레토리얼적 측면에서 거의 모든 전시장에서 세대 교차를 보여준 것이 흥미로웠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러 갈 독자들에게 작가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선주민과 이주민이 전시 중심인 비엔날레다.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은 전시를 배움의 기회를 삼는 것이 아닐까? 이 모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배울 수 있는 전시라는 것이 좋다. 나도 많이 배웠고, 우리 지식을 의심하고 돌아봐야 하는 전시라고 본다. 우리나라 지식 체계는 세계 정치 지형과 역사 속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우리 의식은 이미 식민지화됐을 수도 있으니, 비엔날레를 통해 지식 자체를 의심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사실 비엔날레 존재 자체가 문제적이다. 2024년 우리에게 비엔날레가 꼭 필요한지 모두 의심해야 한다. 21세기 작가들이 올림픽처럼 국가주의를 기반으로 황금사자상을 겨냥하며 전시를 시작했지 않은가! 우리나라 역시 짧은 역사를 벗어나기 어렵기에 항상 의심하고 질문해야 할 것이다.

 

미술가 김윤신, 동서남북의 창작자

아름드리 나무에 반해 아르헨티나에서 40년간 활동하다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초대를 계기로 귀국한 구순의 여성 작가다. 강인한 작가적 접근이 돋보이는 조각은 이방인이 새로운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개발해온 과정의 증거다.

김윤신 작가는 자르디니에서 8점의 조각 작품을 전시 중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소감이 궁금하다. 이런 순간은 상상하지 못했다. 작품만 만들고 살았기에 사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해 잘 몰랐다. 이번에 출품한 연작 <합이합일 분이분일 合二合一 分二分一>는 돌 조각 4점과 나무 조각 4점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만든 출품작 중 나무 조각 4점은 소나무와 호두나무 같은 원목을 사용했고, 돌 조각 4점은 오닉스 Onyx와 재스퍼 Jasper 같은 준보석이 재료다. 원목과 준보석을 조각하는 과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속살과 표면의 시각적 대조가 이번 출품작의 공통점이다. 1974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이후 참여한 대형 행사이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60여 년 동안 나무, 돌 등 자연 재료가 지닌 속성을 강조해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조각을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제목으로 칭하고 있는데,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조각의 재료와 작가가 하나가 되며 합(合)을 이루고, 그러한 합치의 과정이 재료의 단면을 쪼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여러 분(分)의 단계로 이루어지며, 결과물로서 또 하나의 진정한 분(分), 즉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로서 본전시 주제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에 대한 소감은? 평생 여러 나라를 누비며 작업해왔는데, 작가라면 작업하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나라다. 스스로 동서남북 작가라고 생각한다. 한국, 프랑스,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작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지구 모두 작업 공간으로 생각해온 셈이다.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예술은 끝이 없기 때문에 예술이다. 완성이란 애매하다. 우리는 매일 반복하며 살고 있다. 예술은 삶이고, 삶이 예술이다. 시작과 끝이 있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우니 삶이다. 우리는 삶의 길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 산다. 순간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자연 그대로가 잠시 연장되는 것이 삶이 아닐까?

나무를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무 조각에 일부러 껍질을 붙인 것은 아니다. 70년대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를 조각에 많이 사용하면서 껍질과 속살의 대비를 선보였는데, 파리에서도 신문에 크게 실릴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껍질이 얇은 수종은 이를 남기고 작업하곤 했다. 어릴 적 일제강점기에 나무 숲이 베어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좋지 않았다. 학업을 마치고 작업실이 좁아서 처음에는 조각을 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나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무 구하기가 어려워 미송을 육면체로 쌓아올려 작품을 만들고, 다음 전시에서는 이를 흐트러뜨려서 다시 작품으로 만들곤 했다. 나무에 반해서 아르헨티나로 갔을 만큼 나무를 편애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죽기 전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는데, 비엔날레 초대를 계기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구순이 되어서야 이제 미술에 대해서 알 듯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젊어서는 작업 속에 빠져 살았고, 지금부터는 김윤신이라는 작가를 나타내야 하고 미술을 통해 나를 내놓으려고 한다. 내 작업을 미술사에 남기고 싶다. 비엔날레는 현대적 대형 전시인데, 나는 오히려 거꾸로 원초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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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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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iennale di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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