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에우로쿠치나는 전 세계 주방 브랜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과 한층 고급화된 소재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설계가 돋보였다. 진화를 거듭하며 변모하고 있는 주방의 모습을 살펴봤다.
건축적 미학, 보피 Boffi
영국 건축 스튜디오 자하 하디드 스튜디오 Zaha Hadid Studio가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방가구 브랜드 보피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코브 키친 Cove Kitchen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제작했다. 2024년형 코브 키친은 견고한 표면을 자랑하는 코리안 Corian과 목재가 주된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매끄러운 유선형 실루엣이 특징이다. 이는 자하 하디드가 작고하기 전 보피와 협업해 만든 ‘커스터마이징 아일랜드’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전 디자인의 고유한 논리를 따르면서도 유연성을 더한 모듈형 시스템으로 변화를 줬으며, 둥근 모서리와 부드럽게 아래로 굽은 가장자리 디테일로 건축의 미학을 담아냈다. 또한 몸통과 동일한 회색 톤의 대리석 조리대를 결합해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적 엄격함과 혁신적인 비전이 한데 어우러진 2024년형 코브 키친은 단순히 주방가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WEB boffi.com
투박한 매력, 베리 심플 키친
Very Simple Kitchen
이탈리아 볼로냐를 기반으로 단순한 미학을 강조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베리 심플 키친은 올해 에우로 쿠치나에 첫발을 내디뎠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컬러풀한 색상을 입은 최신 컬렉션을 포함해 혁신적인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레드듀오 REdDUO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1~2인 가구를 위한 콤팩트한 사이즈의 주방 가구가 눈길을 끌었다. 컬러풀한 색상을 즐겨 쓰던 것과 달리 자연을 연상케 하는 우드 소재의 주방 시스템이었기 때문. 얼핏 투박스럽게 잘라놓은 듯한 단순한 형태이지만 분명 단순함이 주는 묵직한 매력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된 가장자리와 스테인리스 조리대가 특징. 레드듀오와의 협업 컬렉션은 베리 심플 키친의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WEB verysimplekitchen.com
주방에 깃든 우아함,
유로모빌 Euromobil
레비타스 키친
유로모빌은 유동적인 공간 구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점으로 아름답고 기능적인 신규 주방 컬렉션을 공개했다. 건축가 로베르토 고보 Roberto Gobbo와 협업한 세 가지 주방 컬렉션과 마크 새들러 Marc Sadler가 디자인한 세이 SEI 키친이 주인공. 특히 투명한 유리를 주재료로 공기처럼 가벼운 디자인을 표현한 레비타스 Levitas는 재활용 가능한 유리와 알루미늄을 사용해 지속 가능성을 한껏 내세웠다. 투명한 유리에 황동 도장을 입힌 프레임과 알루미늄 소재의 얇은 테두리의 도어도 특징. 이 외에도 파스텔 컬러를 입은 세이 주방과 짙은 오렌지 컬러로 도장한 마고 Margo 등 주방에 색감을 불어넣은 컬렉션도 만나볼 수 있었다. WEB euromobil.com
마고 톨 유닛
세이 키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던 주방은 취향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올해는 소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천연 소재뿐 아니라 천연 재료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소재의 개발과 탄소 배출 감소에도 기여하는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눈에 띈 변화는 컬러다. 가전뿐 아니라 가구에도 과감한 컬러 선택이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기존 디자인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됐다. 리빙으로 눈을 돌린 글로벌 패션 명품 브랜드들의 약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높아진 리빙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리빙과 패션, 리빙과 아트 간의 협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넥시스 엠포리움 강미지 실장
후드의 무한한 변신,
팔맥 Falmec
레벨 원
브루클린
서페이스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연기와 냄새를 흡입하는 역할을 하는 후드는 주방 디자인에 있어 우선순위가 되기는 어렵다.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후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팔맥이 올해 역시 우리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트렸다. 아일랜드 공간을 확장시키는 브릿지 구조로 디자인된 브루클린 Brooklyn은 블랙 사틴 알루미늄과 스모크드 글라스로 고급스러움을 한층 강조했다. 벽에 장착되어 있는 후드 서페이스 Surface는 슬롯을 통해 연기를 배출하고, 상단 패널이 열리면서 흡입력을 증가시키며 LED 조명으로 기능성을 더했다. 레벨 원 Level One은 인덕션에 결합되어 있어 1인 가구에 제격이다. 모든 제품은 강력하고 조용한 모터로 구동되며, 터치 컨트롤로 조작하거나 다이얼로그 시스템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WEB falmec.com
꿈의 야외 주방,
폴리폼 Poliform
폴리폼의 첫 번째 야외 주방 랜드 Land는 캡. CAP.과의 협업으로 디자인된 모듈형 주방이다. 일자로 길게 뻗은 형태로 벽 설치형과 독립형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날씨 변화에도 끄떡없는 알루미늄과 스틸로 제작된 랜드 주방은 전기를 연결할 필요 없이 가스와 배터리만으로 모든 기능을 수행해낼 수 있는 야외에 최적화된 주방이다. 또한 싱크대, 도마, 바비큐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제약 없이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매트 블랙으로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며 도마와 내부 서랍장은 티크 우드로 마감해 통일성을 줬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로 제작한 랜드 주방은 야외에서도 세련되고 멋스러운 주방 공간을 연출해준다. WEB poliform.it
기능과 미학의 접점,
아크리니아 Arclinea
이탈리아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 아크리니아는 실용성, 기능성, 우아함을 모두 만족시키는 고성능 주방 프록시마 Proxima를 공개했다. 안토니오 치테리오 Antonio Citterio 디자인의 프록시마는 대형 가전 제품의 효율성과 진보된 디자인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특히 미래형 신농법인 하이드로포닉(수경재배) 기술을 이용해 작은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호르투스 Hortus’와 수납 공간을 완전히 외부로 회전시킬 수 있는 ‘인베르소 Inverso’ 캐비닛으로 눈길을 끌었다. 프록시마는 주방 공간을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디자인과 기술을 결합한 개성 강한 미래 주방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줬다. WEB arclinea.com
호르투스
인베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