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살로네 델 바뇨에서는 거실, 침실 등 리빙 공간과의 경계를 허무는 욕실을 위해 조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더한 신제품이 눈에 띄었다. 무한히 확장하고 있는 욕실의 미래를 만나보자.
욕실 그 이상의 가치, 안토니오루피 Antoniolupi
최근 욕실 공간의 기능과 규모가 확장되며 리빙 공간과의 미학적 조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안토니오루피는 고대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현대적 미학으로 재해석하며, 조각적인 욕실 컬렉션을 선보였다. 먼저 AMDL 서클 세면대는 이집트 역사의 성스러움을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브론즈 소재의 광채가 우아한 쿠푸 Cheope와 스테인리스 스틸과 목재의 결합이 돋보이는 테티 Teti, 나무 슬레이트로 세면대를 감싼 람세스 Ramses 등 장인의 정교한 작업으로 완성해 하나의 작품처럼 공간에 어우러진다. 독립형 대리석 세면대인 아르카디아 Arcadia는 지상 낙원의 평화로운 이미지를 표현했다. 성스러운 세정 의식을 진행했던 전통 세례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데, 묵직한 대리석의 존재감 위로 물이 부드럽게 흐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WEB antoniolupi.it
“최근 욕실 공간은 기능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주거 공간의 중심적인 생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여 안토니오루피는 기존 및 신규 컬렉션에 마블과 우드 마감을 추가로 선보이며 제품의 기능적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리빙 공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두오모앤코 최승민 대표
고전적인 아름다움, 판티니 Fantini
판티니 역시 기존 기능에 충실한 제품 그 너머를 바라보며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더하고자 했다. 새롭게 선보인 플로라 Flora 컬렉션은 벨기에를 대표하는 건축가 빈센트 반 듀이센 Vincent Van Duysen과 협업했다. 고전적이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빈센트 반 듀이센의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낮고 넉넉한 비율로 설계되어 클래식한 느낌을 자아내며, 인체 공학적인 핸들 디자인으로 사용자의 손길에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WEB fantini.it
다재다능한 세라믹의 변신,
세라미카 치엘로 Ceramica Cielo
세라미카 치엘로는 ‘도자기에 대한 헌사 ODE TO CERAMICS’를 주제로, 기능과 형태가 다양한 5개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중 안드레아 파리시오 Andrea Parisio와 주세페 페자노 Giuseppe Pezzano가 디자인했던 델포 Delfo를 새롭게 선보였다.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는 세라믹 세면대로, 세라미카 치엘로의 대표적인 컬렉션이다. 이에 독특한 색상 조합과 다양한 크기, 두 가지의 다른 카운터탑을 추가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다채로운 구성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세라믹 세면대 하부에 오발 형태의 카운터을 결합했다면, 새로운 컬렉션에는 캐비닛 상판 전체를 모두 덮는 버전으로 세라믹 본연의 색감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WEB ceramicacielo.it
대리석에 대한 헌사, 크레오 Kreoo
이탈리아의 대리석 전문 업체 데코르마르미 Decormarmi가 설립한 욕실 브랜드 크레오는 이번에도 고전적인 대리석 미감을 극대화한 욕실 컬렉션을 선보였다. 크리스토프 필레가 디자인한 머시 Mercy는 둥근 기둥 형태의 대리석 블록을 조각한 세면대다. 우아한 부채꼴 형태와 나뭇잎 등 복잡한 패턴을 섬세하게 조각했다. 예술과 건축에서 조각을 통해 영원한 이야기를 전하는 살아 있는 재료인 자연석에 대한 헌사를 담았다. 블레스드 Blessed 대리석 욕조는 외부와 내부 표면 마감을 다르게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색상뿐만 아니라 자연석의 질감도 정반대 모습으로 연출해 재료의 대비가 돋보인다. 내부에는 새하얀 빛의 비앙코 카라라와 비앙코 델 레를 사용하고, 겉면에는 거친 자연석의 질감과 색채를 살린 다양한 대리석을 선택할 수 있다. 상단 가장자리에서 최소한의 두께로 만나며 크레오의 대리석 마감 기술력이 돋보인다. WEB kreoo.com
욕실 공간의 확장, 팔퍼 Falper
팔퍼는 올해 독립적인 배치가 가능한 욕실 제품을 소개하며 욕실의 영역을 거실 복도 등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포스터+파트너스가 디자인한 MA는 일본 예술과 문화에서 중요시하는 ‘사이 공간 Spacein- between’ 개념에서 따온 이름처럼 각 요소 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세면대는 서랍을 옆면에 구성해 전면을 미니멀하게 완성했고, 얇은 선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수전은 조명 거울의 스탠드 기능과 옷, 수건 등을 걸 수 있는 훅 역할을 겸한다. 빅터 바실레브가 디자인한 소르젠테 Sorgente는 팔퍼의 마블 컬렉션을 이용한 플로어 스탠딩 세면대다. 조각적인 형태와 독특한 비율로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 중앙에 배치하여 사용하는 가구들인 만큼 버려지는 공간을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벽면 수납 시스템도 새롭게 선보인다. 오그니도브 Ognidove는 깊이가 20cm와 30cm로 줄어들어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WEB falper.it
시간을 초월한 클래식, 라우펜 Laufen
라우펜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컬렉션 중 하나인 일바뇨알레시 Ilbagnoalessi를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였다. 20년 전 처음 등장한 이래 라우펜의 기술력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온 컬렉션이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협업한 이번 컬렉션은 라우펜이 개발한 고성능 소재 사피르케라믹 Saphirkeramik을 도입해 더 넓고 가벼우며 유연한 형태의 세면대를 완성했다. 상징적인 튜나 Tuna 세면대는 날렵하게 뻗어나가는 디자인으로 재해석했으며,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한 둥근 조약돌 같은 변기, 슬림한 가장자리가 선반 역할을 겸하는 욕조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선보인 살로네 델 모빌레 부스는 노르웨이의 건축 스튜디오 스노헤타가 디자인했다. 컬렉션의 원료인 점토와 황동의 따스한 촉감을 살린 분위기에 하이테크 기술력의 제품이 어우러지며 대조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WEB laufen.com
전통 미학을 겸비한 혁신 기술, 제시 Gessi
나비의 고치를 연상시키는 11개의 코쿤에서 2024 컬렉션을 선보인 제시. 힘차게 날아오르는 나비를 심벌로 한 오트 쿠튀르를 통해 럭셔리한 웰니스 공간의 가치를 소개했다. 세계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인카스트리 Incastri 컬렉션이 가장 돋보였다. 신성한 곳에 들어가기 전 정화와 존중의 의미로 물에 손을 씻는 일본 전통 의례 ‘초즈 Chozu’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여러 각도에서 보았을 때 얇은 선만이 보이도록 부피감을 덜어내고자 한 제시의 기술 혁신이 뒷받침되었다. 이 외에도 섬세한 크리스털 장식이 돋보이는 루도비카 Ludovica, 이탈리아 가죽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펠레 Pelle 등 부피와 비율을 줄이고 혁신적인 미학을 제안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WEB gess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