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시티 바젤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아트 시티 바젤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아트 시티 바젤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일주일 정도 시간 동안 바젤을 완벽하게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285개 갤러리 부스와 언리미티드, 파꾸르, 캐비닛, 토크, 필름 등의 프로그램까지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더군다나 아트 페어가 행사장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젤 시내의 미술관과 갤러리는 일제히 대형 전시를 개최하며,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전시는 페어 기간에 배치한다. 바젤은 독일, 프랑스와 국경을 나란히 하는 만큼, 독일 비트라미술관은 바젤을 찾는 관람객이라면 꼭 한번 방문하는 머스트 비지트 플레이스다. 올해 비트라는 <트랜스폼 Transform! Designing the Future of Energy>와 <사이언스 픽션 디자인 Science Fiction Design>으로 두 개의 전시를 개최했다.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댄 프레빈> 전시.

스위스 최고의 인기 미술관 파운데이션 바이엘러 정원에서는 필립 파레노의 작품 위로 후지코 나카야의 안개 분사 작품이 펼쳐진다.

아프리칸 작가 전시가 열리고 있기에 서두에 언급한 쿤스트뮤지엄 바젤, 쿤스트할레 바젤뿐 아니라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할 바젤의 미술관이 많다. 먼저 파운데이션 바이엘러의 그룹전은 미술관에 대한 고정관념에 혁신을 일으킨 전시를 선보인다. 샘 켈러 관장은 8명의 큐레이터와 기획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 제목이 매일 바뀌고, 작품이 옮겨 다닌다.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다. 필립 파레노의 작품 <멤브레인>과 함께 후지코 나카야의 물안개 작품이 10분마다 한 번씩 정원을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그 안에 들어가면 어안이 벙벙하다. 작품을 들고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그림들이 고흐의 것이라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구정아의 작품이 모네 그리고 마크 로스코와 함께 걸려 있어 탄성을 자아낸다.(8월 11일까지)

장소를 이전해 새롭게 개관한 쿤스트하우스 바젤랜드의 그룹전 <리와일딩>.

아름다운 라인강변의 팅글리뮤지엄.

쿤스트할레 바젤 미술관에서 열리는 아프리칸 작가 <토인 오지 오두톨라> 개인전.

이전해서 재개관한 쿤스트하우스 바젤랜드 Kunsthaus Baselland에서는 그룹전 <리와일딩 Rewilding: Opening exhibition of the new Kunsthaus Baselland at Dreispitz>이 열리고 있다. 21세기의 기후 문제와 사회 변화에 직면한 자연과 생명체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8월 18일까지) 뮤지엄 팅글리 Museum Tinguely에서는 키네틱 아티스트 장 팅글리의 상설 전시와 과도한 상품 생산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미카 로튼버그 Mika Rottenberg의 개인전 <아니메터 팩토리 Antimatter Factory>가 열리고 있다.(11월 3일까지) 바젤은 라인강과 공원의 도시이기도 하다. 라인강을 수영해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있을 정도며, 날씨 좋은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강변에 앉아 일광욕을 한다. 하지만 이번 아트 바젤 기간에는 비 때문에 강물이 불어나서 그런 낭만적인 풍경은 보지 못해 아쉽다. 내년 아트 바젤을 방문하는 이들은 수영복을 꼭 준비하기 바란다. 아트 페어만 보기에는 바젤이 너무 아름답다.

 

INTERVIEW 미술가 김민정과의 만남
생 폴 드방스의 사색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주목 받은 신작 <트레이스>. ©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2024, 김민정, 부스 U61 전경 이미지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

미술가 김민정.

이번 아트 바젤에서 가장 돋보인 한국 미술가는 김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언리미티드’ ‘갤러리즈’ 섹터에서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였다. ‘언리미티드’는 오직 아트 바젤에만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스타 작가 70명의 초대형 작품을 선보이는 섹터다. 아트 바젤에서 가장 화려한 전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양화에 기반을 둔 김민정 작가의 작품을 두 섹터에서 선보인다고 하자 페어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마침내 공개된 그의 작품은 미술 애호가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김 작가는 한지를 향으로 태우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페어에서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 기법을 이용한 신작 <트레이스 Traces>를 선보였다. 거대하고 화려한 작품들 사이에서 조용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신작은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갤러리즈’ 섹터에서 신성희 작가와 2인전을 선보였다. © 김민정, Alveare, 2015, mixed media on mulberryHanji paper, 132×190cm

<트레이스>는 8m 길이의 수묵화 <산 Mountain>을 중앙에 두고, 양 옆의 벽에 <타임리스 Timeless> 두 점을 배치한 작품. <산> 연작은 제목 그대로 먹으로 그린 풍경화인데, 그는 처음 물결치는 파도 소리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으나, 막상 완성된 그림을 보니 어린 시절 고향 광주에서 보던 산이 떠올라 산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타임리스>는 <산> 작업을 자른 후 가장자리를 불로 태우고 배열한 연작이다. 관람객들은 지문이 없어질 정도의 섬세한 작업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놀라워했다. ‘갤러리즈’는 각국의 대표 갤러리들이 대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섹터다. 김 작가는 갤러리 현대와 함께 참여해 동양 정신을 담은 새로운 조형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 바젤의 두 섹터에서 호평을 받은 소감이 어떠한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잔뜩 긴장한 바람에 건강이 염려되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서 한숨 돌렸다. 작품의 재료인 한지는 습도에 민감하다. 유럽의 높은 습도 때문에 원래는 한국에 가서 작품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최근 3년 정도 작업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생 폴 드방스 작업실에 가습기를 8개 놓고, 뜨거운 히터도 틀고 습도를 30%에 맞추어 완성했다.

한지 작업이 그렇게 까다로운 줄 몰랐다.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해달라. 내 그림은 종이가 결정한다. 이에 한지를 섬긴다고 표현한다. 한지는 살아 있고 움직인다. 우리나라 닥나무는 추운 환경에서 자라서 견고하고 사납다. 한지는 갑옷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한국인 기질과 비슷한 것 같다. 예전에는 장인이 한지를 만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종이는 구하기조차 어렵다. 매년 50~100kg 정도의 한지를 인사동 ‘백제한지’에서 프랑스로 배달시키고 있다.

영적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명상과 요가를 통한 훈련을 항상 한다고 들었다. 요가와 명상은 이미 나와 한 몸이 되었다. 정신적 해탈에 이르렀고, 이제는 작업을 안 할 때에도 마음이 평안하다. 그간 힘든 일도 많이 겪었고, 사실 인생이 너무 길다. 그래도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이 작품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항상 건강했지만, 이제는 보신해야 할 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고 하는데, 지금은 몸을 보신해야 정신도 맑아진다.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스케치 없이 그림을 그린다. 내 작품을 평가하는 나의 지적인 감각을 항상 의심한다. 그래서 망쳤다고 생각한 그림이라도 몇 년씩 그냥 둔다. <타임리스>는 10년간 보관해오던 <산>을 태우고 잘라서 만든 작품이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라도 버리지 않고, 생각나면 꺼내서 과거의 냄새를 맡는다. 내가 죽으면 작품이 남는다. 배설물이 거름이 되듯이, 내 과거가 현재를 이끈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일맥상통하다. 많은 재료가 있지만 나는 종이를 택했고, 한 재료로 깊이 들어가 실패하더라도 일단 해보는 것이다.

프랑스 남부 생 폴 드방스 Saint Paul de Vence에 작업실이 있다고 들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아침 6시 정도 일어나서 정원에 가서 호흡을 하고
스트레칭도 한다. 산도 보고 키우는 닭도 보고, 산책을 한다. 점심 식사는 내가 직접 만든다. 어시스턴트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림 판 것보다 더 행복하다.(웃음) 이것이 바로 보시다. 그리고 바로 작업을 시작하거나, 일하기 싫어도 작업실에 있는다. 작업실에서 예전에 망쳤다고 생각한 작품을 꺼내 보기도 하고,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사실 작가에게는 낭비란 없다. 예술은 노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놀지 않으면 예술가가 아니다. 알렉산더 칼더, 루치오 폰타나, 백남준의 공통점은 놀았다는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 있었기에, 놀이하듯 작품이 만들어졌다. 때로는 예술은 신이 만들고, 예술가가 신의 사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제는 신과 인간의 중심에 있다. 예전에는 보살이 중생을 구제했지만, 이제는 예술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프랑스 알민 래쉬 갤러리와 멕시코 노덴하케 갤러리의 개인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1월에 열리는 매그 파운데이션 개인전도 기대가 크다. 매그 파운데이션은 작업실이 있는 생 폴 드방스에 있는 유서 깊은 미술관이다. 최근 리노베이션이 끝났는데, 내 전시가 새로운 공간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라 여러모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00×140cm 크기의 <산> 연작을 14점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전시 공간이 너무 크면 두려웠다. 하지만 이번 ‘언리미티드’를 통해 8m가 넘는 큰 작업은 처음 해보았는데, 관람객의 반응이 좋아서 용기를 얻었다. <산> 연작은 동양화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일필휘지의 기법이 필요해서 그간 이렇게 큰 작품을 선보인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더 큰 작품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작품 영역을 더 넓힐 수 있겠다 싶다.

생 폴 드방스에서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작품 세계에 생 폴 드방스와 고향 광주의 영향이 있을까? 물론이다. 생 폴 드방스는 샤갈이 살았던 동네다.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매료되어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 광주는 유배지로 꼿꼿하고 똑똑한 사람들의 후손이 많다. 천경자 작가도 광주 출생이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천경자가 선배라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천 작가가 과거에 “시간이 없어서 1층에서 도시락을 싸서 2층 작업실로 올라간다”고 말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작가로서 작업에 몰두할 시간이 많지 않다. 죽기 전에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앞으로 더 깊은 시골로 이사 갈 예정이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천명(天命)이고, 작가가 내 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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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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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 예술 산책

바젤 예술 산책

바젤 예술 산책

아트 바젤은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다. 지난 6월 열린 아트 바젤은 왜 죽기 전에 바젤을 꼭 한번 방문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명확히 보여주었다.

아그네스 데네스 Agnes Denes의 밀밭 설치 작업이 페어장 입구에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페어가 끝난 후에도 그대로 두어 올 가을 수확할 예정이다. © Courtesy of Art Basel

© Courtesy of Art Basel

“베니스에서 보고 바젤에서 사라 See in Venice, buy in Basel!”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이 명언은 올해도 맞아떨어졌다. 지난 4월 시작한 베니스 비엔날레 Venice Biennale에서 작품을 보고, 연이어 6월에 열리는 아트 바젤에서 작품을 구매하라는 의미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 Foreigners Everywhere’이고, 키워드는 ‘퀴어’, ‘남미’, ‘이방인’이었다.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컬렉티브 그룹 클레어 퐁텐 Claire Fonraine의 작품에서 유래했는데, 이번 페어에서도 그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방인은 ‘외국인, 이민자, 국외 거주자, 디아스포라, 망명자와 난민 등’을 의미하기에, 이번 베니스에서는 특히 아프리카 대륙을 본의 아니게 떠나야 했던 흑인 작가의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었다. 이는 얼마 전부터 현대미술계를 강타하고 있는 ‘블랙 피플’ 키워드와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아트 바젤에선 아프리칸 작가의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상적으로 남미 원주민까지 아프리칸 작가에 포함하곤 한다.

쿤스트뮤지엄 바젤에서 열린 아프리칸 작가 그룹전 <우리가 우리를 보았을 때>.

2024년 아트 바젤에는 9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 Kraupa Tuskany Zeidler, Meredith Rosen Gallery, Courtesy of Art Basel

‘언리미티드’에서 비행기 좌석을 풍자한 퍼포먼스를 펼친 미술가 안나 우덴베르그 Anna Uddenberg.

‘언리미티드’에 소개된 한국계 미국인 청각장애인 작가 크리스틴 선 킴의 작품.

바젤 대표 미술관 두 곳에서도 아프리칸 작가의 전시를 연 것이 흥미로웠다. 쿤스트뮤지엄 바젤 Kunstmuseum Basel에서 <댄 플래빈 Dan Flavin>과 <우리가 우리를 보았을 때 When We See Us>를 개최했다. 그중 별관을 통째로 사용한 흑인 작가 그룹전 <우리가 우리를…>이 인기를 누렸다. 또 가장 핫한 블랙 아티스트인 아모아코 보아포, 기디온 아파, 헨리 테일러 등의 작품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10월 27일까지 전시) 콘스트할레 바젤 Kunsthalle Basel에서는 젊은 두 작가의 개인전 <토인 오지 오두톨라 Toyin Ojih Odutola: Ilé Oriaku>와 <기슬라인 렁 Ghislaine Leung>이 각각 열렸는데, 흑인 작가 토인 오지 오두톨라의 전시가 현대미술 이슈와 직결되어 관심을 모았다.(9월 1일까지) 아프리칸 작가들은 대부분 인물초상을 그린다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아프리칸으로서 정체성을 탐닉하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다 보니 사람을 그린다고 분석할 수 있겠다. 또한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작가 모리 유코 Yuko Mohri의 과일에 전구를 꽂은 작품과 본전시에 초대받은 김윤신, 이강승,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언급상을 받은 아르헨티나의 트랜드젠더 작가 라 촐라 포블렛 La Chola Poblete의 작품 등을 바젤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베니스 시내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줄리 메레투, 빌렘 드 쿠닝, 로버트 인디애나, 에디 마티네즈 등의 작품도 아트 페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아트 바젤은 막을 내렸지만, 베니스 비엔날레는 오는 11월까지 지속되니 끝나기 전에 방문해보면 좋겠다.

한국 미술을 주목하라!

우손갤러리는 신진 작가 오묘초의 솔로 부스로 참여해 <아트시> <아트뉴스>의 ‘아트 바젤 베스트 부스 10’으로 선정되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아트 페어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발견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이번 페어에 우리나라 갤러리는 총 3곳이 참여했다. 갤러리의 특색을 뽐내는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 Galleries’에 부스를 낸 갤러리 현대와 국제갤러리, 그리고 젊은 작가의 작품을 조명하는 ‘스테이트먼트 Statements’ 섹터의 우손갤러리가 바로 그 주인공. 국제갤러리는 매년 아트 바젤에 참여한 우리나라 대표 갤러리이며, 갤러리 현대는 지난해 18년 만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국제갤러리는 김윤신, 박서보, 양혜규, 함경아 같은 한국 작가를 필두로 해서 슈퍼 플렉스, 로니 혼, 아니쉬 카푸어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갤러리 현대는 유럽을 무대로 활동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김민정, 신성희 작가의 2인전을 선보였다.

리먼머핀 갤러리는 서도호, 이불, 김윤신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레비고비 다얀 갤러리 부스. 이우환의 작품이 왼쪽에 보인다.

아트 바젤에 처음 참가한 우손갤러리는 ‘스테이트먼트’의 영예를 안았다. 스테이트먼트는 전문가의 심사를 거친 신진 갤러리와 젊은 작가에게 참여 기회를 준다. 오묘초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 우손갤러리는 <아트뉴스 ART news>와 <아트시 ARTSY>에서 ‘아트 바젤 베스트 부스’로 선정되었다. 오묘초 작가의 참여 작품 <누디 핼루시네이션 Nudi Hallucination> 연작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심해에 살게 된 미래 생물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갤러리뿐 아니라 해외 갤러리 부스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발견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제 우리 미술가는 한국만의 자랑이 아닌 것이다. 특히 여성 작가의 맹활약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양혜규, 이불, 김민정 작가의 작품은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독일 바바라 빈 Babara Wien 갤러리와 프랑스 샹탈 크루젤 Chantal Crousel의 양혜규, 미국 리먼 머핀과 싱가포르 STPI의 이불, 영국 모던 인스티튜드의 김보희, 미국 탄야 보나크다르 Tanya Bonakdar 갤러리의 김수자, 독일 노르덴하케 Nordenhake의 김민정, 영국 필라 코리아스의 구정아, 오스트리아 네스트 세인트 스테판 로즈마리 슈바르트발터 Galerie Nächst St. Stephan Rosemarie Schwarzwälder의 윤종숙 등. 이 작가들의 작품이 각각의 부스에서 빛을 발했다. 리먼 머핀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받은 김윤신, 서도호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고요한 동양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김민정, 김보희 작가의 작품은 휘황찬란한 작품이 가득한 유럽 갤러리 부스에서 반짝이는 존재감을 보여줘 놀라웠다. 젊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선전했다. 독일 에스더 쉬퍼의 아니카 이, 미국 커먼웰스 앤 카운실의 갈라포라스 김, 캐시 캐플란 Casey Kaplan의 신디 지혜 김, 영국 카를로스/이시가와 Carlos/Ishikawa의 이목하, 스페인 트라베시아 쿠아트로 Travesia Cuatro의 김조은아침 등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출산’과 ‘동물’ 소재의 강렬한 작품으로 알려진 사진작가 신혜지의 작품은 미국 가가 Gaga 갤러리와 리나 스파울링스 Reena Spaulings에 각각 선보였다. 이미래 작가는 독일 스푸르스 마거스 Sprüth Magers와 미국 티나 킴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남성 작가의 작품도 발견할 수 있었고, 단색화 작품이 여전히 인기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레비 고비 다얀 Levy Gorvy Dayan의 이우환, 블럼 Blum의 하종현, 미첼 이네스&네시 Mitchellinnes& Nash의 김근태, 영국 화이트 큐브의 박서보, 일본 도쿄갤러리의 이우환, 박서보, 이진우, 바바라 빈 갤러리의 김용익의 작품이 컬렉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작가가 스타로 떠오르는 상승세에 빨리 오르기 때문에, 이 작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작가, 아시아 갤러리의 활약

관람객이 선정한 언리미티드 인기 작품에서 2위를 차지한 시오타 치하루의 설치 작품.

아트 바젤에서 우리나라 미술가들이 선전했지만,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작가와 갤러리도 성장을 보여주었다. 바로 얼마 전만 해도 바젤의 아시아 갤러리는 열 손가락 꼽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확연히 늘어난 아시아 갤러리 수만 보더라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페어에는 40개국 285개 갤러리가 참가했는데, 처음 참여한 갤러리가 22곳이었다. 처음 참여한 갤러리 중 아시아 갤러리가 6곳이다. 우리나라의 우손갤러리, 중국 상하이의 뱅크 Bank와 마델른, 대만의 티나 캉 갤러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ROH 프로젝트, 일본 오사카의 제3 갤러리 아야 The Third Gallery Aya가 주인공이다. 아트 바젤은 세계 최고 아트 페어인 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행사가 많다. 특히 ‘언리미티드 Unlimited’는 바젤에만 있는 초대형 작품 전시 섹션인데,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큰 물결을 이루었다. 일본 작가 히로시 스기모토, 쿠사마 야요이, 시오타 치하루, 중국 작가 루양, 한국계 미국 작가 크리스틴 선 킴, 중국계 캐나다 작가 도미니크 펑, 김민정 등의 작품이 포토 스팟이 되었다. 심지어 올해 처음 열린 언리미티드 관람객 인기 투표 The Unlimited People’s Pick에서는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이 2위, 대만 작가 우티엔창의 작품이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현지 바젤 갤러리 폰 바사 Von Bartha가 선보인 프란시스코 시에라 Francisco Sierra인데, 수족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우리도 바느질이나 해볼까?

티나 킴 갤러리에서 만난 이신자, 이미래, 임민욱의 작품.

‘여성’, ‘남미’, ‘이방인’이라는 최근 미술계의 화두는 태피스트리 Tapestry 소재 작품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수십여 개 부스에서 직물과 자수 소재의 작품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베니스 비엔날레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욕과 서울에서 운영하는 티나 킴 갤러리에서도 이신자, 강서경, 임민욱, 파시타 아바드 Pacita Abad 등 직물을 즐겨 사용하는 여성 작가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티나 킴 갤러리는 최근 94세의 이신자 작가와 전속 계약을 하기도 했다. 바젤에 걸린 이신자 작가의 태피스트리는 마치 남미 작가의 작품인 듯 이국적으로 보였다. 티나 킴 대표는 태피스트리 열풍은 새로운 등장이 아니라 재발견이라고 말했다.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그간 미술계에서 소외되어온 장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백인 남성 작가에서 벗어나 라틴아메리카, 인디안, 아시안의 미술사와 작가를 연구하다 보니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이 태피스트리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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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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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속 이야기

렌즈 속 이야기

렌즈 속 이야기

세계적인 사진 축제, 아를 국제 사진전이 개최됐다. 사진 예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탐구하고 인간성과 환경, 새로운 예술 형태까지 아우르는 본 전시는 9월 29일까지 아를에서 열린다.

© Estinelle Nieckissa

1970년 시작된 세계적인 사진 축제, 아를 국제 사진전 Rencontres d’Arles은 한때 ‘마이너한 예술’로 낙인찍힌 사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 아를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이 축제는 사진가 루시앙 클레르그 Lucien Clergue, 작가 미셸 투르니에 Michel Tournier 그리고 역사가 장 모리스 루에게 Jean-Maurice Routuette에 의해 창설된 사진 축제다. 처음에는 프랑스 사진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소규모 행사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진작가, 예술가, 큐레이터가 참여하는 국제적인 대형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아를 국제 사진전은 사진 예술의 발전과 변화를 반영하며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초현실주의, 디지털 아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를 포괄하며 전 세계 사진가에게 중요한 기회와 장소를 제공해왔다. 또 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 어워드 Discovery Award’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꾸준히 해왔다.

© Adrien Limousin

올해로 55회째를 맞이한 2024 아를 국제 사진전은 진동과 혼란, 영혼, 흔적, 평행 독서와 재독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와 비전을 중심으로 사회의 중심과 주변을 넘나드는 다양한 서사를 담았다. 이번 사진전을 관람하기에 앞서 알고 가면 좋은 주요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초상 사진작가인 메리 엘렌 마크 Mary Ellen Mark의 세계 최초 회고전인 <인카운터스 Encounters>가 반 고흐 공간 1층 전체를 차지했다. 유명 인사와 사회 소외계층을 오랜 기간 추적한 그녀의 작품은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프레르 프레슈르 성당에서는 크리스티나 데 미델 Cristina De Middel이 쥘 베른에서 영감을 받은 <지구 중심 여행> 작품을 선보인다. 남부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까지 이주한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에서 보여준 단순화된 정보를 넘어서는 복잡한 상황을 사진에 담아냈다. 아파처 Aperture가 주관하는 <네가 여기 있어 행복해 I’m so Happy You Are Here> 전시는 1950년대 이후 일본 여성사진작가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사진 역사에서 남성 중심의 전시를 넘어 포괄적인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살레 앙리 콩트 Salle Henri Comte 전시장에서는 ‘우먼 인 모션 어워드 Women in Motion Award 2024’의 수상자인 이슈이치 미야코 Ishuichi Miyako의 ‘마더스 Mother’s’ 시리즈 등의 작품을 통해 일본 사진예술의 다양성과 생동감을 보여준다.

© Ishiuchi Miyako / The Third Gallery Aya

© Cristina De Middel / Magnum Photo
크리스티나 데 미델 An Obstacle in the Way, Journey to the center series, 2021

© Mary Ellen Mark Foundation/ Howard Greenberg Gallery  
메리 엘렌 마크 Encounters, Rekha with beads in her mouth, Falkland Road, Mumbai, India, 197

이 외에도 환경과 인간 활동의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도 주목해야 한다. 무스타파 아제루알 Mustapha Azeroual의 일출과 일몰을 담은 사진, 니콜라 플로흐 Nicolas Floc’h의 <미시시피 색채의 풍경>, 기후 변화로 인한 식물의 진화를 다룬 마린 라니에 Marine Lanier의 <한니발의 정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일본 여성 잠수부 아마 Ama의 아카이브, 미셸 메딩거 Michel Medinger의 신비로운 세계, 올림픽 박물관과 포토 엘리제의 <스포츠 인 포커스 Sport in Focus> 등 깊은 인상을 남기는 다양한 아카이브 전시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탐색해볼 수 있는 전시도 준비했다. 비말라 폰스 Vimala Pons와 누 수안 후아 Nhu Xuan Hua의 <천국과 지옥>은 연극, 공연 예술,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톡톡히 보여준다. 또한 거리 예술과 그래피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인공지능 AI 등의 신기술과 사진 예술의 융합을 탐구하는 작품을 통해 미래의 예술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놓치지 말자. 지난 50년간 사진 예술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기교 역할을 해온 아를 국제 사진전.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2024 아를 국제 사진전은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100년 만에 파리에서 개최되는 하계올림픽과 맞물려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로 가득 찰 프랑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프랑스의 여름이 더욱 기대된다. 오는 9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사진 예술의 다채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기 바란다.

WEB www.rencontres-arles.com

© Mustapha Azeroual / BMW ART MAKERS
무스타파 아제루알 The Green Ray, Gradiant 5, Antarctique, PONANT, 2024

© Nhu Xuan Hua et Vimala Pons
누 수안 후아 에 비말라 폰스 Heaven and Hell, Ses clics et sec clacs, 2024

Lothar Jeck / Photo Elysée / Staatsarchiv Basel-Stadt.
로타르 제크 Sports in Focus, High Jump,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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