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이 주목한 로컬 브랜드 안동단. 메종 투 메종 2024에서 팝업전시가 열린다.
한국의 정체성과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가 안동에 문을 열었다. 한국적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즐기는 디자이너 윤이서가 지난해 가을, 안동에 마련한 ‘안동단’이다. 안동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와 합작으로 운영하는 기념품 편집숍 안동단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는 약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안동은 한국 전통의 정수가 살아 있는 곳이에요. 특히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위치한 농암종택 같은 곳은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죠. 이러한 지역적 특징에서 느낀 영감이 제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안동의 자연과 문화, 전통을 배경으로 윤이서 디자이너의 머릿속에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았다. 그런데 ‘단’의 의미는 뭘까. 당시 한국적인 스타일을 일명 ‘K 스타일’이라 표현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K 스타일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고민했다. “해외에 나가면 K 스타일, K 푸드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데, K라는 표현이 한국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윤이서 디자이너는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해 일본의 젠 Zen처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를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단색 미학과 그 속에 담긴 단아한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단일민족이라는 뜻도 있어요. 이 단어에는 우리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하얀 벽지, 한지 방, 그리고 백자 같은 단색 아름다움이 바로 그것이죠. 이런 단색의 미를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깊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었어요.” 윤이서 디자이너는 예부터 한국인들은 단아함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왔고, 이는 여전히 우리의 미적 기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화적 뿌리에서 출발해 윤이서 디자이너는 ‘단’을 중심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안동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안동단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기념품화하고 아트 오브제로 전환해 선보이는 공간이다. 윤이서 디자이너는 한국의 각 지역을 탐방하며 그 지역의 문화적 정수를 ‘단’이라는 이름 아래 묶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안동단의 주요 상품 중 하나는 하회탈을 모티브로 한 기념품이다. 전통적인 하회탈의 무서운 이미지를 좀 더 현대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바꾸어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것. 기존 전통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오브제가 주를 이룬다.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당을 중심으로 주변을 그린 풍경화 <계상정거도>를 담아낸 달력과 마스킹 테이프, 찻자리 세트를 담은 미니어처 반닫이 등 안동을 주제로 한 이색적인 상품이 그 예다. 매장 공간 인테리어 역시 기존 틀을 과감히 깨버린 모습. 기성 가구나 소품을 사용하는 대신 오래된 가구나 전통적인 소품을 재활용해 공간을 꾸몄다. 예를 들어 전통 가구인 반닫이나 오래된 장을 높게 쌓아 올려 수납장으로 활용하는 등 공간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성을 더했다. 한국의 깊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고루하지 않게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윤이서 디자이너. 그녀의 야심찬 프로젝트 안동단은 자신의 철학과 미학이 집약된 공간으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적인 것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탐구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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