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배관으로 도시의 모습을 새롭게 건축하는 이요나 작가의 파라다이스.
고즈넉한 한옥에 들어서니 스테인리스 스틸 배관으로 빽빽하게 완성한 도시를 마주했다. 지난 5월 24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요나 작가의 개인전 <공간 배치 서울>이다. 오클랜드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요나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 배관을 활용한 구조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독특한 소재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은 2016년 서울 아트 레지던시에 몇 개월간 머물던 때에 시작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그녀에게 서울이 얼마나 낯선 곳이었겠는가. 스마트폰에 의지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구석구석을 많이 돌아다녔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 배관이었다. 지하철 손잡이나 계단 옆 핸드레일 등 다양한 곳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치 배관을 따라 도시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외부와 내부 가릴 것 없이 사용되며, 사적 공간과 공공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존재인 동시에 열이나 힘에는 유연한 유기체적인 성질에 끌렸다. 의자, 조명, 시계 등 사물과 결합된 작은 규모에서 전시 공간에 꼭 맞는 장소의 특정적 설치 작품까지 작품 규모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작가는 전시 공간을 단순히 작업을 놓는 장소라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인격체처럼 공간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작가만의 해석을 담아 표현하려 한다. 이 작업을 위해 작품 구상에 앞서 전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공간을 읽는 과정이다. 이후 스케치업 같은 3D 프로그램을 통해 줄자나 레이저로 직접 실측한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도면 작업 및 제작에 들어간다. 작업 스케일에 따라 팀을 꾸리기도 하지만, 작업 구상부터 제작과 설치까지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 “공간과의 협업이 성공적인지의 여부는 작업을 설치하면서 알게 돼요. 어느 시점에서 공간이 반응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제가 잘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공간이 비로소 작업을 이끌어갈 때 제가 할 일은 끝난 거예요.”
<공간 배치 서울>에서는 한옥과 도시의 서로 다른 밀도에 주목했다. 미술관 바깥에 위치한 낮은 한옥 안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배관 작품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 사이로 침대와 테이블, 샤워헤드 등 집의 구성요소를 떠올릴 만한 일상 사물들이 결합되어 있다. “현대적인 자재로서 스테인리스 스틸과 한옥의 조합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한옥 내부에는 밀도를 최대치로 높인 구조물을 의도했어요. 기능을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반대로 기능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죠. 관객이 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아, 여기서는 살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게요. 현대 사회의 진보적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 반면에 잃어버린 것도 있잖아요. 그런 모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에요.” 전시는 한옥에서 나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한층 느려진 움직임으로 옥상으로 향하며, 선풍기와 대걸레, 시계 등 계단 손잡이와 결합된 작품들을 만난다. 계단은 건물의 단절된 층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작가는 단절된 층과 벽들이 성별, 인종, 세대, 부의 차이 등 우리 삶 속의 보이지 않는 벽처럼 느껴졌고, 이러한 체계와 구도를 없애고자 하는 의도로 계단을 강조했다. 옥상에 도착했을 때 우린 비로소 탁 트인 삼청동의 전경을 마주할 수 있다. 밀집된 한옥 내부와는 대비적이다. “구조적인 대비감은 작업 전체 구상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어요. 무엇보다 옥상에 올라갔을 때 보이는 서울 풍경이 압도적이었어요. 여기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겠다 싶어 힘을 아주 뺀 거죠.” 옥상에 놓인 작품에서는 버스 하차 벨이나 손잡이, 신호등, 벤치 등 이동 중에 마주하는 사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업의 시작이 된 도시 풍경을 함축해 담아놓은 정거장처럼 느껴진다.
남은 하반기에도 국내외 전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려 한다. 10월에는 호주 큐레이터 나네트 오를리 Nanette Orly가 기획해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여는 단체전에 참여할 계획이다. 12월에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역사적 건축물의 20주년을 기념한, 생일선물 같은 의미의 커미션이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갤러리를 복원해 지난해 재개관한 터라 작가에게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전했다. “전시할 때마다 항상 큰 도전이었지만,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공간이나 스케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막 같은 환경이나 수공간에 떠 있는 작품, 또는 건축적인 스케일로 프리스탠딩 구조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자료제공: 이요나 작가 및 파인아트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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