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다니엘 아샴이 창조한 천 년 후 서울의 모습. 그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따라 미래로 향했다.
다니엘 아샴 Daniel Arsham은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출생으로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초기 작품은 유년 시절 마이애미에서 경험한 광활한 자연과 인공적인 건축의 공존, 특히 남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류라는 트라우마적인 경험이 깊게 깔려 있다. 2010년,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위해 남태평향의 이스터섬을 방문한 그는 발굴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고고학자와 불가사의한 유물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의 고고학 Fictional Archaeology’이라는 독창적인 그만의 예술 개념을 만들었다. 이후 그는 수동 카메라, 전화기, 카세트 플레이어 등 일상적인 물건들을 석고, 화산재, 수정 같은 광물로 주조하고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마치 미래에서 발견한 유물처럼 만들었다. 이번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는 천 년 후 미래인 3024년 서울을 소환한 전시다. 현대 문명과 유적 발굴을 재해석한 작품 250여 점으로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나누어 시간을 초월하는 이질적 경험을 선사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도 상상해본 적 없는 서울의 천 년 후 미래 모습은 어떨까. 다니엘 아샴은 전시를 통해 SF 장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어린 시절 마이애미에서 겪은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도시는 작가에게 인간의 무력함, 자연의 압도감, 문명의 덧없음을 느끼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착안한 ‘상상의 고고학’ 개념은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총 9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시대와 시간, 문화,장르를 혼용한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재해석한 고대 조각상 <밀로의 비너스>부터 시대를 대변하는 대중문화 아이콘 포켓몬, <미래 유물> 오브제 시리즈,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 특정형 작품 <발굴 현장>이 있다. 특히 천 년 후 서울을 주제로 한 대형 회화 두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여신>과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된 로마 조각상>이 그 주인공. 이 작품은 달빛 섬광 아래 서울의 북한산을 배경으로 헬멧을 쓴 거대한 아테나 여신 조각상이 나타나며 만들어낸 신비로운 풍경이 특징이다. 다니엘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으로 미래의 서울, 북한산에서 서양 고대 조각 유물을 발견한다는 허구적 스토리를 더한 작품이다. 대형 회화와 함께 선보이는 <발굴 현장>은 핸드폰, 신발, 카메라 같은 현대 물건이 폐허가 된 3024년 서울에서 유물 형태로 발견된다는 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것이다. 관람객은 허구와 현실이 뒤엉킨 이질적 공간에서 다양한 시간성을 상상하게 된다. 더불어 회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건축,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전시를 선보이는, 그의 주특기를 살린 단편영화도 잊지 않고 관람해보기 바란다. 배우로서 출연한 그의 연기력도 엿볼 수 있기 때문. 이 외에도 세계적인 가구 및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작품까지 그의 작업 스펙트럼을 총망라했다. 다니엘 아샴의 <서울 3024-발굴된 미래>전은 롯데뮤지엄에서 오는 10월 13일까지 진행된다.